주간동아 1203

2019.08.23

특집 | 2030 폭발시킨 반칙과 특권의 조국

기회 균등? 과정 공정? 조국 후보자 딸은 예외!!

석연찮은 스펙 쌓기와 특혜 의혹에 휩싸인 입시 및 장학금 추적기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08-23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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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국민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이루겠다는 다짐이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이가 바로 법의 파수꾼 법무부 장관이다. 그런데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이후 그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많은 국민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평등, 공정, 정의와는 거리가 먼 반칙과 특권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조 후보자의 딸은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할 화려한 스펙으로 명문대에 잇달아 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유급될 만큼 성적이 저조했는데도 오히려 장학금을 더 많이 받았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국민 분노 뇌관을 건드린 부정 입학 의혹

    조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대 입학 수시전형 자기소개서.

    조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대 입학 수시전형 자기소개서.

    대한민국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국민 다수는 치열한 입시를 경험한 수험생 출신이다. 그뿐 아니라 결혼 후 자녀를 출산한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 입시를 앞둔 예비 수험생 부모다. 기회가 평등하지 않거나,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경기를 일으킬 만큼 예민한 문제가 바로 입시다. 그런데 조 후보자의 딸 조모 씨가 이해할 수 없는 스펙 쌓기를 통해 명문대에 진학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조씨는 고교 입시 때부터 일반적인 진학의 길을 걷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07년 한영외고에 ‘글로벌인재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이 전형에는 영어능력우수자와 교과능력우수자 선발전형이 있다. 교과능력우수자는 중학교 내신 석차로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 성적이 없다면 지원이 불가능하다. 고교 입학 이전에 해외에서 유학한 조씨는 영어능력우수자 전형으로 한영외고에 입학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형은 교과 성적(40점), 영어 인증 성적(40점), 자기소개서(10점), 영어 논술 및 말하기(100점), 우리말 면접(30점) 점수를 합산해 20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대학 입시에서는 필기시험을 보지 않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가 필요 없는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고려대에 입학했기 때문. 이 전형은 어학(40%), 학교생활기록부(60%)로 1차 시험을 치러 3배수를 선발한 뒤, 1차 성적(70%)과 면접(30%)을 합산해 합격자를 가린다. 

    외고에 재학한 조씨가 이공계 학과 전형에 응시하고 합격한 비결은 뭘까. 그만의 특별한 스펙이 입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세계선도인재전형’ 자기소개서에는 단국대 의료원 인턴십을 통한 논문 저자 등재,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실 인턴을 통한 논문 저자 등재 등이 기록돼 있다. 그런데 이것이 부정 입학 의혹의 불씨를 댕겼다. 외고 재학 당시 방학 때 2~3주간의 인턴 활동으로 논문 저자 등재와 학회 발표 등을 통해 생명과학대에 입학하는 데 필요한 스펙을 쌓을 수 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조씨는 고교 2학년 때 단국대 의대에서 2주간 인턴으로 활동한 뒤 병리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고교 3학년 여름방학 때는 공주대에서 3주간 인턴으로 활동하며 일본에서 학회 논문 발표를 보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라 공주대 인턴 기간과 겹치는 3학년 여름방학 때는 숙명여대 여고생 물리캠프에도 참가해 장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서정욱 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논문 제1저자로 갈 수 없는 사람(조씨)을 저자로 등재했다”고 비판했다. 조씨가 제1저자로 절대 이름을 올린 논문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과 동급인 확장판(SCIE)급 학술지에 실렸다. SCI급 논문 1편은 서울대 의대와 치의대 박사 졸업 기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논문 지도교수가 조씨가 다니던 한영외고의 학부형이었다는 점이다. 인턴 활동도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한영외고가 전문가인 학부형과 협력해 학생들의 전문성 함양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2008년 조씨가 인턴으로 활동한 그해에만 운영됐으며, 인턴 중 논문 저자가 된 사람도 조씨 1명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조 후보자의 딸을 위한 맞춤형 인턴십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당시 지도교수는 CBS와 인터뷰에서 “해외 대학 입학 준비를 한다고 해 인턴 활동이나 논문 저자 등재를 도와줬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해당 교수가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등학생이 매일 서울에서 내려와 논문 제작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를 영어로 정리하는 등 (논문에) 기여한 바가 크다. 외국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제1저자로 등재) 해줬는데 나중에 보니까 고대(를 갔다고 하더라). 사실 상당히 실망했다.” 

    고교 2학년 때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활동을 한 조씨는 고교 3학년 때는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실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인턴 면접 당시 조 후보자의 아내인 정모 씨가 딸과 함께 담당 교수 연구실에 찾아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씨와 담당 교수는 대학 시절 같은 천문 동아리에서 활동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자기소개서 등에 논문 저자 등재와 수상 경력 등을 기재한 조씨는 수시전형을 통해 고려대 생명과학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입학했고, 2014년 졸업 후에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2년 공부한 후 2016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진학했다. 고교 입시부터 의전원 진학까지 단 한 번도 동년배와 학업 성취도로 겨룬 적이 없는 셈이다. 의전원에서는 2번이나 유급했지만 2016년 이후 단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급변하는 입시제도와 장학제도를 잘 이용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조씨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엘리트 위주의 교육제도와 불공정한 입시제도, 연구 성과 분배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 및 행적과도 관련 있다. 

    조 후보자는 2014년 펴낸 자서전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딸은 외고를 졸업한 뒤 이공계열 학과인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진학했다. 그의 주장과 달리 딸이 외고의 특수목적과 상반되게 대학에 입학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이 조모 씨는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고 이를 토대로 대학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교생 신분이던 조씨는 논문 정보 등록 때 ‘박사’로 학력이 허위로 기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는 8월 22일자에 ‘동아일보가 확인한 단국대 연구과제관리 시스템의 연구 참여자 명단엔 조씨의 학위가 ‘박사’로, 소속은 ‘단국대 의과학연구소’로 각각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단국대는 연구윤리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학위가 박사로 기재된 이유와 함께 B교수가 조씨를 제1저자로 등재한 경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조 후보자는 8월 21일 “딸의 장학금과 논문 저자 등재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서는 제 가족이 요구하지도 않았고 절차적 불법도 없었다”고 밝혔다. 

    고교생이던 조씨의 논문 저자 등재가 생소한 일이긴 하나, 유례가 없지는 않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컨설턴트는 “지금이야 소논문이나 논문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는 그런 기준이 없었다. 학부모가 관련 인맥이 있다면 대학 연구실 활동 등으로 경력을 쌓는 일이 간혹 있었다”고 밝혔다.

    학문 윤리 저버린 행위

    조국 후보자가 2012년 4월 트위터에 남긴 글.

    조국 후보자가 2012년 4월 트위터에 남긴 글.

    문제는 조 후보자가 성과 없이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논문 표절 등 학계의 ‘연구 나누기’ 행태를 강하게 비판해왔다는 점이다. 2012년 4월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직업적 학인(學人)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는 글을 남겼다. 

    그뿐 아니라 2007년 서울대 대학신문이 개최한 좌담회에서 조 후보자는 “한 차원 높아진 학문 윤리의식은 그간 관습의 미명 아래 묵인돼왔던 교수들의 불법적 연구 행태 혹은 논문 작성 행위에도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내 구성원 모두의 학문 윤리의식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식을 창출하는 환경과 절차가 깨끗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학문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학문 윤리를 저버리고 입시 등 경쟁에 영향력을 행사한 교수를 색출하는 일에 관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2월부터 교육부가 진행하던 ‘교수 논문 저자 끼워 넣기’ 조사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직무 감찰에 나선 것.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교육부를 통해 민정수석실이 (미성년) 논문 (끼워 넣기) 조사팀을 직무 감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부 담당자가 청와대로 가서 조사 현황과 방식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자료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학문 윤리를 바로 세우겠다고 얘기한 것과 달리 정작 그의 딸은 학문 윤리를 저버리는 데 앞장선 것 아니냐는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려대를 졸업한 조씨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2년간 공부했고, 이후 부산대 의전원 시험에 응시했다. 의전원 입시는 크게 정시전형과 수시전형으로 나뉜다. 정시는 MEET(의학교육입문검사)라는 시험점수가 가장 많이 반영되고 그다음 TEPS, TOEIC 등 공인영어 성적, 학점 등의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시는 MEET 점수보다 스펙이 중요하다. 출신 학부와 학과, 학점, 영어점수, 자기소개서 위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수시전형을 통해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MEET 점수 논란이 불거지자 조 후보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해에 실시한 MEET 응시 성적 제출은 지원 자격의 공통사항이므로 (딸은) MEET 성적을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씨가 제출한 성적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일반 수시전형으로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해당 전형은 MEET 점수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학점과 공인영어 성적, 자기소개서 등 서류 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즉 MEET에는 응시했으나, 해당 점수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학업 포기 말라고 장학금 줬다?

    조모씨의 지도교수인 노환중 부산대 의대 교수가 2015년 양산부산대병원 전시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그의 어머니 박정숙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

    조모씨의 지도교수인 노환중 부산대 의대 교수가 2015년 양산부산대병원 전시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그의 어머니 박정숙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에 재학하는 동안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 200만 원씩 총 1200만 원이다. 이는 조씨의 지도교수인 노환중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가 만든 소천장학회가 지급한 장학금이다. 하지만 조씨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2015년에는 3과목 낙제로 유급했다. 그렇다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후 국회에 재산이 56억 원이라고 신고했다. 조 후보자 가족은 2017년 7월 한 사모펀드에 재산보다 많은 74억5000만 원 납부를 약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무튼 조씨에게 장학금은 성적이나 가정형편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지급됐다. 장학회 측은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라고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소천장학회는 “선발 기준이나 신청 공고 등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장학금으로,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조 후보자의 과거 논란이 부메랑이 돼 그를 향했다. 2012년 4월 조 후보자는 SNS를 통해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의전원 출신 의사 이모(30) 씨는 “교수 혹은 유명 집안 자제에게 성적과 무관하게 장학금을 주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만 조씨가 인맥, 학연 등을 이용한 장학금, 입시 등을 강하게 비판해왔기에 배신감이 드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가 장학금을 받기 이전에 장학금을 준 노환중 교수가 조 후보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2015년 10월 당시 양산 부산대병원장이던 노 교수가 병원 내 복합문화전시 공간 ‘갤러리 피누인’을 건립하면서 조 후보자의 어머니인 박정숙 여사의 초대 전시회를 열었던 것. 당시 제막식에는 조 후보자도 직접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2015년 1학기 의전원 재학 때 저조한 성적으로 유급됐고, 2학기는 휴학 중이었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노 교수가 병원장으로 있던 곳에서 전시회를 연 이후 조씨는 노 교수가 만든 장학회로부터 학기마다 200만 원씩 지원받으며 의전원을 다닌 셈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국민은 조씨의 입시와 장학금 수혜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갔다고 보지 않는다. 더욱이 논문 저자 등재 등 과정 역시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비치고 있다. 수많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과 가족, 특히 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씻어내고 과연 법무부 장관에 오를 수 있을까. 정의로운 결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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