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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제주로 소주 여행 떠나볼까

‘제주샘주’ ‘제주술익는집’서 오메기술 · 고소리술 빚고 맛볼 수 있어

제주로 소주 여행 떠나볼까

[뉴시스]

[뉴시스]

5월 1일부터 소주 값이 올랐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공장도 가격을 6.45% 인상했다. 이에 따라 참이슬 오리지널 360㎖의 소비자 가격도 1660원에서 1800원으로 140원(8.4%) 인상됐다. 롯데주류와 지역 소주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식당에서도 소주 한 병 값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소주(증류주) 소비량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 와인 및 주류 전시회 ‘비넥스포’에 따르면 증류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3위는 불가리아, 2위는 러시아고, 한국이 1위다(2016년 기준). 특히 한국은 인당 연평균 31.54ℓ를 마셔 러시아(19.27ℓ)를 크게 앞선다. 한국 소주가 보드카 등에 비해 도수가 낮긴 하지만, 양(量)으로만 보자면 한국인이 러시아인보다 증류주를 60% 이상 더 마시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 소주의 역사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육지와 달리 좁쌀로 떡 ·  술 빚어

제주샘주에서 시음 가능한 오메기술  ·  고소리술 제품들(왼쪽)과 제주샘주 고소리술로 만든 칵테일. [사진 제공 · 전통주갤러리, 제주샘주 홈페이지]

제주샘주에서 시음 가능한 오메기술  ·  고소리술 제품들(왼쪽)과 제주샘주 고소리술로 만든 칵테일. [사진 제공 · 전통주갤러리, 제주샘주 홈페이지]

‘지봉유설(芝峯類說)’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다. 광해군이 집권하던 조선 중기 지봉 이수광(1563~1628)이 청나라 등을 여행하며 우주와 자연, 지리 등에 관한 서양 문물을 소개한 20여 권의 책이다. 지봉유설에 소주의 유래가 언급돼 있는데, 고려 원(元) 간섭기 때 소주가 우리 땅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고려는 1231년(고종 18년)부터 원의 침략을 받았고, 이후 수도를 강화도로 옮겨 항전을 벌이다 1259년(고종 46년) 원나라와 강화를 맺었다. 원은 이후 일본 원정을 위해 고려에 병참기지를 세우는데 대표적인 곳이 개경, 안동, 용산, 합포(마산), 그리고 제주다. 이들 지역에 몽골의 소주 제조 기술이 전래됐다고 한다. 

제주는 몽골의 영향력이 가장 컸던 곳으로 꼽힌다. 병참기지 외에도 ‘탐라총관부’라는 원의 직할령이 있었고, 또 말을 기르는 전문 인력인 ‘목호(牧胡)’라는 원나라 사람이 제주에 들어와 거주했다. 오랜 세월 원의 영향력에 있었던 만큼 지금도 제주에는 몽골에서 유래한 단어가 적잖다. 대표적인 예가 항아리를 가리키는 ‘허벅’이다. 보통 ‘물 허벅’이라 하며, 물을 긷는 항아리를 뜻한다. 허벅은 바가지, 두레박을 이르는 ‘허버(qobuγa)’라는 몽골어에서 나왔다. 


제주의 물 허벅. 허벅은 바가지 또는 두레박을 뜻하는 몽골어 ‘허버’에서 유래한 제주방언이다. [사진 제공 · 명욱]

제주의 물 허벅. 허벅은 바가지 또는 두레박을 뜻하는 몽골어 ‘허버’에서 유래한 제주방언이다. [사진 제공 · 명욱]

소주 제조 기술이 도입된 뒤 제주에선 특산품인 오메기(좁쌀)를 이용한 소주가 만들어졌다. 화산지대인 제주는 물을 머금고 있는 땅이 부족해 논(수전·水田)이 적다. 그래서 좁쌀이 제주 사람들의 주식이 됐다. 좁쌀로 만든 전통 떡이 오메기떡이고, 전통 발효주가 오메기술이다. 오메기술을 증류하면 제주 소주인 ‘고소리술’이 된다. 고소리는 제주방언으로 ‘소줏고리’라는 뜻이다. 소주를 만드는 옛 증류기를 이른다. 



제주 북서쪽 애월에 가면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맛볼 수 있다. 양조장 ‘제주샘주’에서다. 곽지해수욕장과 멋진 카페들로 최근 인기를 누리는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몽골과 깊은 인연이 있다. 몽골에 대항하던 고려의 무장세력 삼별초(三別抄)의 마지막 보루였던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와 목호의 난(1372~1374) 때 최영 장군과 몽골 토착세력 간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던 새별오름이 바로 이 지역에 있다. 


제주샘주 한쪽 구석은 조각난 호리병 안에서 자라고 있는 선인장들로 정겹게 꾸며졌다(위). 제주술익는집의 술 빚는 항아리들. [제주술익는집 홈페이지]

제주샘주 한쪽 구석은 조각난 호리병 안에서 자라고 있는 선인장들로 정겹게 꾸며졌다(위). 제주술익는집의 술 빚는 항아리들. [제주술익는집 홈페이지]

제주샘주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곳이다. 양조장은 옛 공장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소박한 모습. 입구에 놓인 거대한 호리병 모양의 조형물은 제주 현무암으로 만들었다. 제주의 기운이 이곳의 술을 빚는다는 의미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벽화로 그린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조각난 호리병들 안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는 선인장 등이 정겹다. 양조장 안쪽에는 현대적인 양조 도구를 활용해 옛 방식으로 술 빚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유자청 넣은 고소리술 칵테일 상큼

제주의 맥주 브루어리 ‘제주맥주’에서도 양조장 투어 및 시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맥주 홈페이지]

제주의 맥주 브루어리 ‘제주맥주’에서도 양조장 투어 및 시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맥주 홈페이지]

양조장에 도착했다면 먼저 입구에 걸린 종을 쳐보자. 그러면 양조장 직원이 나와 반겨준다. 미리 예약하면 양조장 견학, 오메기떡 만들기, 제주 토속 막걸리인 쉰다리술 만들기, 고소리술 칵테일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직접 소주를 내리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으니 사전에 문의해보자. 

제주샘주의 오메기술은 쌀과 차조를 섞어 발효시키는데, 차조 특유의 연둣빛에서 상큼한 박하향이 느껴진다. 알코올 도수는 13도로, 옥돔구이 등 제주 음식과 곁들이는 식중주로 훌륭하다. 오메기술을 증류하면 알코올 도수 40도의 고소리술이 된다. 곡물 특유의 향이 위장에서 식도를 통해 천천히 콧속으로 들어온다. 제주 은갈치구이에 고소리술을 곁들이면 갈치 특유의 기름진 맛을 중화해준다. 

고소리술 칵테일은 탄산수와 레몬 혹은 유자청을 넣는다. 유자청을 넣은 칵테일이 더 인기 있다. 달콤하고 상큼한 유자청이 고소리술의 진한 맛을 잡아줘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제주샘주에서 마셔볼 수 있는 샘물. [사진 제공 · 전통주갤러리]

제주샘주에서 마셔볼 수 있는 샘물. [사진 제공 · 전통주갤러리]

양조장 정원에서 나오는 샘물도 일품이다. 작은 바가지로 샘물을 받아 마시는 별것 아닌 소박한 체험이지만, 제주의 깨끗하고 부드러운 물맛을 느껴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애월에서 남동쪽으로 향하면 나오는 서귀포에서도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체험이 가능하다. 표선면 성읍민속마을 내 ‘제주술익는집’을 찾아가면 된다. 오메기술 빚기, 전통주 시음, 쉰다리(보리발효음료) 만들기 등을 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만큼 다양한 농산물이 나오는 곳도 드물다. 감귤, 한라봉, 천혜향은 물론이고 애플망고, 레드비트 등 이국적인 농산물도 생산되고 있다. 농산물이 다양한 만큼 술도 다양하다. 제주 양조장들도 점차 체험 및 견학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술을 그저 마시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술을 통해 우리의 역사, 지역 문화, 농산물을 새롭게 알아가고 그곳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다면 첫 여행지로 제주가 괜찮지 않나 생각해본다.


제주 ‘체험 양조장’ 추천

제주샘주
[사진 제공 · 명욱]

[사진 제공 · 명욱]

양조장  견학, 오메기떡 만들기, 오메기술  ·  고소리술 및 이들 술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 시음 등. 사흘 전 예약. 

주소 제주 애월읍 애원로 283


제주술익는집
[제주술익는집 홈페이지]

[제주술익는집 홈페이지]

간단한 음식과 전통주 시음, 오메기술 빚기 및 시음, 누룩  ·  쉰다리 만들기 등. 닷새 전 예약. 

주소 서귀포 표선면 중산간동로 4726(성읍민속마을 내)



제주맥주
[제주맥주 홈페이지]

[제주맥주 홈페이지]

도슨트와 함께 맥주 양조장 투어 및 시음 등. 사전예약 필수. 

주소 제주 한림읍 금능농공길 62-11


한라산소주
[한라산소주 인스타그램]

[한라산소주 인스타그램]

소주공장 투어 및 증류식 소주 시음 등. 사전 예약 필수. 

주소 제주 한림읍 한림로 555







주간동아 2019.05.10 1188호 (p34~37)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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