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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계륵 같은 키즈폰, 사줄까 말까

신학기 맞아 맘카페에 문의 급증  …  성능 낮고, 고장 잦아 외면

계륵 같은 키즈폰, 사줄까 말까

키즈폰은 스피커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손목시계형과 일반 스마트폰을 아이들 손 크기에 맞춘 미니폰형 두 종류로 나뉜다. 사진은 KT 무민키즈폰(왼쪽)과 SK텔레콤 제품들. [KT 홈페이지 캡처,  tworld 홈페이지 캡처]

키즈폰은 스피커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손목시계형과 일반 스마트폰을 아이들 손 크기에 맞춘 미니폰형 두 종류로 나뉜다. 사진은 KT 무민키즈폰(왼쪽)과 SK텔레콤 제품들. [KT 홈페이지 캡처, tworld 홈페이지 캡처]

올해 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워킹맘 박모 씨는 신학기를 앞두고 키즈폰 구매를 신중히 고민했다. 방과 후 요일별로 피아노, 태권도, 영어학원 등에 다니기로 했는데 아이가 제시간에 셔틀버스를 타고 학원에 도착할지 불안했기 때문. 키즈폰을 개통해주고 통화나 문자메시지로 확인할 생각이었다. 

온라인 맘카페에 문의하자 각양각색의 반응이 쏟아졌다. ‘초등 저학년 때는 키즈폰을 가지고 있는 게 좋다’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요긴하다’ 등 긍정적인 평가와 ‘막상 통화할 일이 거의 없다’ ‘키즈폰은 고장이 잦아 효용성이 떨어진다’ 등 부정적인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씨는 고민 끝에 구매를 포기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키즈폰을 사려고 했는데 담임교사가 셔틀버스를 태워주기로 해 구매하지 않았다. 초등 1, 2학년에게 키즈폰이 필수라고 하는데 통화, 문자메시지만 되는 키즈폰이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다. 또 매월 2만 원씩 나가는 이동통신비도 부담스러워 일단 키즈폰 없이 신학기에 적응하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손목시계형, 미니폰형 두 종류

LG유플러스는 미니폰 ‘카카오 리틀프렌즈폰2’만 판매하는데 기본적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이 깔려 있다. [LG 유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LG유플러스는 미니폰 ‘카카오 리틀프렌즈폰2’만 판매하는데 기본적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이 깔려 있다. [LG 유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박씨처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키즈폰은 신학기마다 화두에 오른다. 아직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를 보호자 없이 학교나 학원에 보내는 게 불안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키즈폰을 안전장치로 여긴다. 

키즈폰은 각 이동통신사가 출시하고 있는데 형태는 크게 손목시계형과 미니폰형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사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입혀 내놓는다. SK텔레콤에는 겨울왕국 엘사, 아이언맨, 미키마우스 3개 캐릭터의 손목시계형 ‘준 스페셜 에디션’ 키즈폰과 어벤져스, 아이언맨,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4개 캐릭터의 ‘미니폰’이 있다. 장난감처럼 보이는데 가격은 19만~25만 원으로 만만치 않다. 2년 약정으로 살 경우 손목시계형은 기기 값이 무료고, 미니폰은 매월 분할상환하는 식이다. 통신비까지 합하면 월 1만~2만 원씩 부담하게 된다. 



KT는 무민과 네이버 라인 캐릭터의 손목시계형 키즈폰만 판매한다. 스마트폰 형태의 미니폰은 취급하지 않는다. 기기 값은 마찬가지로 20만 원 정도인데 2년 약정으로 가입할 경우 통신비는 월 1만 원가량이다. LG유플러스는 반대로 손목시계형 키즈폰은 없고 미니폰 형태의 ‘카카오 리틀프렌즈폰2’만 판매한다. 기기 값은 30만 원 정도로 가장 비싸다. 2년 약정 가입 시 기기 값은 무료고, 통신비만 월 2만 원 정도다. 

카카오가 지난해 인수한 이동통신사 ‘핀플레이’에서 출시한 카카오키즈폰도 있다. 카카오키즈폰은 스마트폰 형태가 아닌 숫자 버튼과 화면이 분리된 모델로, 과거 2G폰을 연상케 한다. 기기 값은 15만 원가량인데 마찬가지로 2년 약정 가입 시 월 1만5000원의 통신비만 내면 된다. 

해당 모델들을 직접 확인해보고자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키즈폰은 놀이동산 기념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덧입힌 장난감처럼 생겼다. 실물을 보기 전에는 손목시계형이 편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확인해보니 어른이 착용하기에도 부담스러울 만큼 부피가 컸다. 손목시계형 키즈폰을 찬 채 옷을 입고 벗기가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아이들이 착용하기에 너무 크지 않느냐고 묻자 직원은 “통화와 문자메신저 기능, 사진촬영 기능 등을 넣다 보니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직원은 손목시계형보다 미니폰 형태의 키즈폰을 권했다. 손이 작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최적화된 크기의 폰이었다. 두께도 얇아 아이들이 들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을 듯했다. 직원은 “우리 아들도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미니폰으로 사줬다. 손목시계형은 스피커형이라 대화 내용이 주변에 들리기 때문에 아이가 창피해한다. 또 화면도 작아 버튼을 누르기가 불편하다. 미니폰은 스마트폰처럼 생겨 아이가 매우 좋아하고, 엄마도 자주 통화하면서 위치 확인을 할 수 있어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고학년 될수록 키즈폰 시시해하는 아이들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카카오의 자회사 핀플레이에서 출시한 ‘카카오키즈폰’은 전면부 절반이 숫자 버튼으로 채워진 2G폰 형태다. [핀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카카오의 자회사 핀플레이에서 출시한 ‘카카오키즈폰’은 전면부 절반이 숫자 버튼으로 채워진 2G폰 형태다. [핀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기능만 놓고 보면 키즈폰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인터넷 연결을 애초에 차단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할 수 없다. 제품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메신저 앱과 교육용 앱만 사용 가능하다. 

물론 제조사가 키즈폰을 이렇게 낮은 성능으로 만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엄마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려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가 망설여지기 때문. 

그러다 보니 초등 고학년만 돼도 키즈폰을 시시해하는 아이가 많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 강모 씨는 “지난해 미니폰을 사고 몇 달 뒤 잃어버렸는데, 최근 아이가 잘 쓰지 않는 가방 안에서 찾았다. 고학년이 될수록 남자아이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원한다. 저학년 때야 엄마가 쥐어주는 미니폰을 들고 다니지만 반 친구들이 하나둘 스마트폰을 가져오면 그때부터는 찬밥신세”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키즈폰 가입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가입자 수는 17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3.7% 줄었다. 지난해 가입자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이동통신업계는 전년 대비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에게 외면받다 보니 대기업도 차츰 손을 떼는 양상이다. LG전자가 2014년 출시한 손목시계형 키즈폰 ‘키즈온’은 후속작 없이 이듬해 단종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LG유플러스의 ‘카카오 리틀프렌즈폰2’를 판매한다. 그러나 해당 모델은 삼성전자의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J4+’다. 어린이용으로 삼성전자에서 따로 출시한 건 아니다. LG유플러스가 카카오와 협업해 내부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어린이용으로 제작했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스마트폰 커버를 제공할 뿐이다. 

대기업이 키즈폰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자 현재는 주로 중소기업에서 키즈폰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의 질에 대한 논란도 꾸준히 제기된다. 쉽게 고장 나는 제품이 적잖기 때문.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키즈폰은 대체로 고장이 잘나기 때문에 구매할 때 뽑기 운도 따라야 한다’ 구매평까지 도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워킹맘 김모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2년 전 손목시계형 키즈폰을 구매했는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기계가 멈췄다. AS센터를 방문하려고 문의했더니 제조사로 택배를 보내라고 했다. 2주가량 걸려 고쳤는데 얼마 못 가 또 고장이 났다. 결국 2년 약정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했다. 이동통신비 말고 이런저런 비용이 더 많이 나가다 보니 애초에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 후로 주변 사람들이 키즈폰을 산다고 하면 구매를 극구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키즈폰 사업은 기로에 섰다. 실사용자인 아이들로부터 점점 외면받는 데다,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업 영속성에 대한 의문마저 따른다. 하지만 당장 사업을 접기에는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출산율 하락세 속에서도 키즈시장의 전반적인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저출산시대, 더욱 중요해진 키즈 콘텐츠’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국내 키즈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2년 8조 원, 2007년 19조 원, 2012년 27조 원, 2015년 39조 원으로 최근 10여 년 동안 크게 성장했다. 이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부가 주로 아이를 낳으면서 ‘골드키즈’가 탄생했고, 맞벌이 증가로 ‘키즈 케어’ 상품의 필요성이 늘었으며, 조부모와 이모·삼촌 등 이들에게 지갑을 여는 ‘에잇포켓’이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출산에도 키즈 시장은 커져, 전략적 대응 필요

실제로 신학기가 되면 부모뿐 아니라 친척, 친지까지 아이에게 신학기 용품을 사주려고 선뜻 지갑을 연다. 책가방, 학용품, 의류, 서적 등 여러 상품 리스트에 키즈폰도 이름을 올리기 마련이다. 수요가 있다면 제품 혁신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선희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키즈산업의 3대 핵심으로 ‘편의성, 안전성, 자율통제성’을 지목하면서,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를 안심시키고자 2017년 SK텔링크에서 내놓은 ‘공신폰’을 성공 사례로 꼽았다. 공신폰은 LTE, 와이파이(Wi-Fi), 테더링은 차단하고 영어사전, MP3 플레이어, 라디오, 사진·동영상 촬영 기능만 탑재해 부모와 수험생 모두로부터 환영받았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6000만 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키즈폰 가입자는 20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시장이 워낙 작아 이동통신업계에서도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 키즈폰 시장의 한계로 지적된다. 다만 수요가 꾸준하다면 이동통신사마다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사 역시 시장이 존재하는 한 대응한다는 생각이다. 김근교 SK텔레콤 PR팀 매니저는 “키즈폰 수요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2월에는 마블 캐릭터를 입힌 미니폰을 출시해 호평받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연령대별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연령대별 시장 공략을 계속 하고 있고, 키즈폰 시장도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9.03.08 1179호 (p34~36)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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