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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

영웅, 올해는 왕좌에 오르나

KBO 감독들 토정비결, 과연 누가 우승컵 들까

영웅, 올해는 왕좌에 오르나

[shutterstock]

[shutterstock]

‘새해가 시작되면 두려움과 기대를 갖고 사주를 보러 가곤 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무엇을 계속 힘차게 해나가면 좋을지 남의 입으로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리학자들은 내 사주를 푼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이 격려하듯 혹은 타이르듯 내 인생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음성을 듣는 동안엔 어쩐지 뒤가 든든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는 듯했지만 괜찮았다.’(이슬아의 ‘일간 이슬아 수필집’ 중 ‘화살기도’) 

그러니까 요즘 가장 핫(hot)하다는 이 ‘신세대 작가’(아, ‘아재’ 냄새~)조차 새해를 시작할 때는 격려와 자극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 예측과 해석 가운데 ‘나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다고 해도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야구에 대한 과학적 연구(세이버메트릭스)를 표방하는 ‘베이스볼 비키니’지만 설날 무렵이 되면 ‘토정비결’이라는 유사과학의 힘을 빌려 새해 프로야구 성적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미신이라 해도 2000년 넘게 이어져왔다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비이성적) 생각을 품으면서 말입니다. 

다음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의 생년월일을 토대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019년 기해년(己亥年) 토정비결을 알아본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순서는 지난해 팀 순위 역순입니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뉴스1]

[뉴스1]

마치 두 호랑이가 서로 다투는 격이나 이익은 사냥꾼에게 있도다 
兩虎相爭 利在獵夫 




올해부터 NC 지휘봉을 잡게 된 이 감독이 (냉정하게 말해) 무명인 것처럼, 운세 풀이도 쉽지 않습니다. 이 감독은 호랑이일까요, 아니면 사냥꾼일까요? 이 감독이 호랑이라면 다른 호랑이 한 마리는 누구일까요? 이 감독이 사냥꾼이라면 호랑이 두 마리는 어디에 있는 어떤 존재일까요? 올해는 이 감독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야구팬들에게 실력으로 소개하는 게 우선일 듯합니다.


kt 위즈 이강철

[뉴스1]

[뉴스1]

천리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나니 기쁘지 아니한가 
千里他鄕 喜逢故人 


이 운세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고생을 겪고 있을 때 우연히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는 뜻. 이미 올 시즌 kt에서 뛰기로 한 외국인 선수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쓰면서 팀 분위기가 살아날 거라는 예언은 아닐까요? 이 감독의 운세는 ‘곤고함을 한탄 마라. 마침내는 안락하리라(莫恨困苦 終得安樂)’로 이어집니다.


LG 트윈스 류중일

[뉴스1]

[뉴스1]

바람이 서북쪽에서 일어나니 모자가 어느 곳에 떨어질꼬 
風起西北 帽落何處 


여기서 모자는 관복을 입을 때 쓰는 사모(紗帽)를 뜻합니다. 그러면 서북쪽은 어디일까요? LG 안방 서울 잠실야구장 서북쪽에는 1루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1루 쪽에는 두산 베어스의 라커룸과 구단 사무실이 있습니다(LG는 3루 쪽을 씁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LG는 지난해 두산에 1승 15패로 밀렸습니다. 과연 올해는?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뉴스1]

[뉴스1]

하늘을 나는 기러기가 갈대를 무니 어둠을 등지고 밝은 곳을 향한다 
飛雁含蘆 背暗向明 


이 운세를 읽고 기러기와 갈매기의 차이에 대해 고찰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운세에는 기러기가 등장하지만 롯데를 상징하는 동물은 갈매기이기 때문이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갈매기는 새우 맛 과자를 좋아하지만, 기러기는 아니라는 엉뚱한 답변이 제일 위에 떴습니다(그러고 보니 이 과자를 만드는 회사와 롯데는 창업주가 형제지간이네요). 결국 14년 만에 다시 롯데를 맡게 된 양 감독이 이 좋은 기러기 운세를 갈매기 운세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뉴스1]

[뉴스1]

일신이 곤고하니 어느 때나 형통할까 
一身困苦 何時亨通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도 김 감독의 운세는 걱정스럽습니다. ‘참과 거짓을 알기 어려우니 의심을 품고 결정을 못 한다(眞假莫測 狐疑難定)’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앞길을 알려면 목성(木姓)을 가진 이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나무 목(木)이 들어간 대표적 성은 이(李)씨. 하필 이 팀 ‘레전드’가 이승엽인 게 김 감독에게는 득일까요, 독일까요?


KIA 타이거즈 김기태

[뉴스1]

[뉴스1]

만일 귀인을 만나면 일신이 편안해진다 
若逢貴人 一身自安 


올해 김 감독의 운세는 ‘독단을 버리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독단적이고 자존심이 강해 매사 생각 없이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으니 쉰다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처신함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사방에 떨치려면 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吉星助我 名播四方). KIA는 거꾸로 올해부터 수석코치 자리를 없애기로 했으니 김 감독의 운명은 과연?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뉴스1]

[뉴스1]

목마른 용이 드디어 물을 얻어 마셨으니 재수가 형통하리라 
渴龍得水 財數亨通 


이 팀은 지난해 주전 포수(박동원)와 마무리 투수(조상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빠진 와중에도 정규리그 4위에 올랐습니다. 결국 두 선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아 이번 시즌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정도면 목마른 용이 물을 얻어 마셨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새로 팀 살림살이를 맡은 임은주 단장을 둘러싼 소문은 흉흉하기만 하니 운세가 좋아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뉴스1]

[뉴스1]

황망한 일이 많으니 낮에 산도깨비가 나온다 
事多愴忙 晝出魍魎 

이 팀에서 코치를 지낸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팟캐스트 ‘김정준의 야구수다’에서 한화의 키워드로 ‘베테랑’을 꼽았습니다. 지난 시즌 성공에 베테랑이 적잖게 공헌한 것처럼 이번 시즌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 분위기를 보면 한화는 베테랑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인 것 같습니다. 이 어린 선수들이 성장통을 겪을 때 베테랑이 산도깨비가 아닌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한 감독이 어떻게 팀을 꾸려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터.


두산 베어스 김태형

[뉴스1]

[뉴스1]

보름달이 한껏 둥그니 다시 이지러지는 때가 있다 
望月圓滿 更有虧時 


김 감독이 처음 이 팀 지휘봉을 잡은 2015년 이후 두산은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보름달이 한껏 둥글었던 것. 그러나 이번 오프시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안방마님’ 양의지가 NC로 떠나면서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토정비결은 ‘먼저 얻고 뒤에 찌푸림은 일상다반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양의지가 없다고 1등을 못 한다고는 생각 안 한다”며 덤덤한 자세를 보입니다.


SK 와이번스 염경엽

[뉴스1]

[뉴스1]

산에 들어가 범을 잡으니 생사를 판단하기 어렵도다 
入山擒虎 生死難辨 


원래 이 운세는 매우 무모한 일을 벌이는 상황을 설명하는 표현입니다. 그래도 염 감독으로서는 다른 길이 없었을 겁니다. 우승팀 감독 자리를 이어받는 건 우승해도 본전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우승 단장’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그가 ‘우승 감독’ 타이틀도 따낼 수 있을까요? 토정비결은 ‘분수 밖의 일을 탐하지 마라. 손해만 있고 이익이 없다(勿貪分外 有損無益)’고 충고하지만 이런 운명에 굴했다면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지 못했을 겁니다.






주간동아 2019.02.08 1175호 (p46~48)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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