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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의 숨겨진 의미는?

영화를 통해 재해석되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

‘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의 숨겨진 의미는?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에서 공연하는 퀸의 모습을 재현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에서 공연하는 퀸의 모습을 재현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국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3주 차에도 예매 2위를 기록하며 4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 돌풍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50개국 이상의 영화 흥행 성적 조사업체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개봉 첫 주 50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11월 18일 현재 그 수입이 3억8597만 달러(약 4374억584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벌써 제작비(5200만 달러)의 7배 이상 수입을 올린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에서 흥행 돌풍에는 남다른 의미가 하나 더 숨어 있다. 동명 타이틀이기도 한 퀸의 대표곡이 군부정권 시절 한국에서 금지곡이었기 때문이다. 이 곡이 발표된 1975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14년간이었다. 방송 불가는 물론,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A Night At The Opera’도 해당 곡이 지워진 채 판매됐다. 빽판(불법복제 LP반)을 구매해야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그 갈증은 앨범의 또 다른 발라드 곡 ‘Love Of My Life’를 한동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 발라드 1위에 올려놓게 만들었다.


군부정권 시절의 금지곡

[사진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사진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도대체 왜 금지곡이 됐을까. 많은 이가 파격적인 가사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영화 막판 ‘라이브 에이드’ 공연 첫머리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이 노래를 부를 때 등장하는 발라드 대목의 첫 소절 ‘Mama, just killed a man’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전쟁에 징집된 소년병이 원치 않는 살인을 저지른 죄책감을 호소하는 대목이 군부정권을 불편하게 했다는 해석이었다. 또 다른 해석은 폭군이던 아버지를 죽였다는 패륜적 내용을 암시해서라는 것이었다. 군사부일체를 강조하던 유교국가에서 윤리적 저항감도 컸지만, 이 노래의 살부(殺父) 메시지가 정권 타도의 메타포로 확대 재생산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작동해서라는 자가발전에 가까운 관측이었다. 

후에 밝혀진 정설은 허탈할 정도로 단순했다. 가사로 넘어갈 것도 없이 노래 제목 속 ‘보헤미안(Bohemian)’ 때문이었다. 그 명사형인 보헤미아가 당시 공산권 국가였던 체코슬로바키아 영토의 일부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래 속 보헤미안은 결코 특정 지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보헤미아 출신 집시로 상징되는 속성,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자유롭지만 그래서 주류로부터 배척받고 소외된 이들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이는 영화에서 퀸이라는 밴드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프레디 머큐리가 말한 대답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는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입니다.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사람들, 어디엔가 속하지 못하고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 그들을 위한 밴드입니다.” 

이는 머큐리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그의 부모는 인도인이지만 철저히 비주류인 이란계 조로아스터교도였다. 게다가 머큐리는 영국 보호령이던 아프리카 잔지바르에서 이방인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그곳에서 식민관료로 일하다 1960년 잔지바르가 독립하면서 역시 영국의 신탁통치를 받던 탕가니카와 합쳐 탄자니아가 되면서 온 가족이 영국으로 추방된 것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정착한 영국에선 ‘파키’(파키스탄인을 뜻하는 속어)라는 엉뚱한 정체성으로 호명됐다. 이란, 인도, 아프리카, 영국, 파키스탄을 가로지르지만 결코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기에 자유로운 만큼 외롭고 불안한 영혼이었다. 그랬기에 더욱 “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한다”고 말하게 된 것 아닐까.


노래 속 화자가 죽인 남자의 정체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하는 프레디 머큐리. [IMDb]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하는 프레디 머큐리. [IMDb]

영화는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중심에 두고 6분이 넘는 그 대곡의 선율과 가사를 쪼개어 들려주면서 머큐리의 삶과 병치시킨다. 하지만 그 난해한 가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해석의 단초만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영화 속 음반제작자(마이크 마이어스 분)는 엄청난 고음의 절정을 찍는 ‘갈릴레오 피가로 마그니피코(Galileo Figaro Magnifico)’나 3차례나 반복되는 ‘비스밀라(Bismillah)’라는 구절을 콕 찍어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화를 낸다. 사실 이 단어들은 영어권 음악 팬조차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구절이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각각 ‘예수의 형상’이란 뜻의 ‘Galileo figuro magnifico’를 살짝 비튼 라틴어 표현과 ‘신(알라)의 이름으로’라는 뜻의 아랍어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즉 기독교 신앙과 이슬람 신앙을 가로지르면서 그 어떤 신도 구해줄 수 없는 엄청난 딜레마의 상황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 딜레마는 무엇인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이성애자인 줄 알았던 머큐리가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눈뜨고 이를 어른스럽게 수용해가는 과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경우 ‘Mama, just killed a man’이란 논쟁적 가사의 숨겨진 의미가 드러난다. 

노래를 부르는 화자가 머큐리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가사에서 그가 죽인 남자는 곧 그 자신 안의 남성성임을 깨달을 수 있다. 머큐리가 이 노래를 작사·작곡하며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던 동성애 성향을 발견해가는 영화적 서사의 전개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동성애 논란이 불거진 1980년대 초 기자회견 장면에서 머큐리가 “나는 거짓말한 적 없어”라고 외치는 장면도 이를 뒷받침한다. 머큐리는 이 노래가 발표된 1975년 사실상 커밍아웃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렇게 음악을 근경에 두고 스토리텔링을 원경에 두는 모호한 이중트랙의 서사 방식을 채택했다. 머큐리가 연인이던 메리 오스틴에게 헌정한 노래 ‘Love Of My Life’가 떼창으로 불리는 절정의 순간에 연인에게 작별을 고하는 엇박자의 스토리텔링 역시 그런 전략의 하나다. 

왜 이를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고 이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했을까. 모호함을 통해 다채로운 해석을 낳게 하는 것이 바로 고학력 밴드 퀸의 음악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퀸 멤버들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를 일부러 모호하게 놔둬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자신들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퀸은 1960년대 이후 영국에서 등장한 록밴드 가운데 가방끈이 가장 길었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천체물리학도로 훗날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며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치의대생, 베이시스트 존 디컨은 전자공학도였다. 영화는 디자인 전공이던 머큐리를 제외하면 이공계생으로만 구성된 이 밴드가 운 좋게 벼락출세한 것처럼 그리고 있지만, 퀸은 그보다 훨씬 심오한 예술세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왕이 다스리는 영국을 상징하는 동시에, 드래그퀸으로 대별되는 동성애코드도 함께 지닌 ‘퀸’이라는 밴드명을 과감히 선택할 수 있었다. 또 그렇기에 머큐리의 동성애 논란이 한창일 때 멤버 전체가 여성복장으로 출연하는 도착적 뮤직비디오로 배짱 좋게 맞불을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퀸의 음악적 고갱이라 할 ‘보헤미안 랩소디’가 동성애코드나 종교 논쟁을 살짝 비켜가면서 긴 생명력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상징의 숲’으로 몸을 숨길 줄 알았기 때문은 아닐까. 머큐리의 에이즈 발병 사실을 숨긴 채 퀸이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준비하고 대성공을 거둔 것 역시 그 공연을 지켜볼 15억 인구를 보편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음악 전략을 구상했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가 이중트랙으로 진행된 이유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큼만 보고 갈 수 있게 한 것이다. 만일 영화가 동성애와 신앙 문제를 심층적으로 건드렸다면 현재 이 영화가 누리고 있는 엄청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국내의 경우 보수 기독교계가 먼저 영화 관람 보이콧 운동에 나섰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영화는 싫건 좋건 지극히 ‘퀸적’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Bohemian Rhapsody 가사와 번역
아카펠라 대목
Is this the real life?
이게 진짜 인생일까?
Is this just fantasy?
그저 환상 아닐까?
Caught in a landslide,
산사태에 파묻힌 것처럼,
No escape from reality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어
Open your eyes
눈을 뜨고
Look up to the skies and see
하늘을 올려다본 뒤 봐
I’m just a poor boy
난 그저 불쌍한 소년일 뿐이야
I need no sympathy
동정은 필요하지 않아
Because I’m easy come, easy go,
왜냐하면 나는 쉽게 오고, 쉽게 가고
A little high, little low
조금 높고, 조금 낮을 뿐
Anyway the wind blows,
어찌됐든 바람은 불고,
Doesn’t really matter to me
내겐 별 문제가 되지 않아
To me 나에게는 

발라드 대목
Mama, just killed a man
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
Put a gun against his head
그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누고
Pulled my trigger
방아쇠를 당겼어요
Now he’s dead!
그는 죽었어요!
Mama, Life had just begun
엄마, 삶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하지만 지금 내가 그 모든 것을 내던져버렸어요
Mama, wooo
엄마, 우우우
Didn’t mean to make you cry
당신을 울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내가 내일 이 시간에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Carry on carry on
살아가세요 살아가세요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Too late
너무 늦었어
My time has come
내 차례가 와버렸는걸
Sends shivers down my spine
등골이 오싹해
Body’s aching all the time
몸이 계속해서 아파와
Goodbye, everybody
안녕히, 모두들
I’ve got to go
난 가야만 해요
Gotta leave you all behind
당신과 모든 것을 뒤로 남겨두고
And face the truth
진실과 마주해야 해요
Mama, wooo
엄마, 우우우
I don’t want to die
죽고 싶지 않아요
I sometimes wish I’d never been born at all
가끔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바라요

오페라 대목
I see a little silhouette of a man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여
Scaramouche! Scaramouche!
스카라무슈(어릿광대)! 스카라무슈!
Will you do the Fandango?
판당고 춤을 출 터이냐(교수형 달할 셈이냐)?
Thunderbolt and lightning
천둥과 번개가
Very very frightening me
나를 두렵게 해
Galileo, Galileo
갈릴레오, 갈릴레오
Galileo, Galileo
갈릴레오, 갈릴레오
Galileo Figaro Magnifico!
갈릴레오 피가로 마그니피코!
But I’m just a poor boy,
하지만 나는 불쌍한 소년일 뿐이고,
And nobody loves me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지
He’s just a poor boy from a poor family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불쌍한 소년일 뿐이에요
Spare him his life from this monstrosity
그를 괴물 같은 삶에서 구해줍시다
Easy come, easy go
쉽게 오고, 쉽게 가고
Will you let me go?
나를 놓아주겠어?
Bismillah! No, we will not let you go!
신(알라)의 이름으로! 안 돼, 우린 너를 놔주지 않을 거야!
Let him go!
그를 놔줍시다!
Bismillah! We will not let you go! Let him go!
신의 이름으로! 우린 너를 놔주지 않을 거야! 그를 놔줍시다!
Bismillah! We will not let you go!
신의 이름으로! 우린 너를 놔주지 않을 거야!
Let me go!
나를 놓아줘!
Will not let you go! Let me go!
너를 놔주지 않을 거야! 나를 놔줘!
Will not let you go! Let me go!
너를 놔주지 않아! 나를 놔줘!
No, no, no, no, no, no, no!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Mama mia, mama mia.
Mama mia, let me go!
이런, 이런. 이런, 나를 놔주세요!
Beelzebub has a devil put aside for me
마왕(벨제붑)이 나를 위해 악마 하나를
붙여줬어요
for me, For me!
나를 위해, 나를 위해! 

하드록 대목
So you think you can stone me and spit in my eye?
그래서 당신들이 내게 돌팔매질 하고 내 눈에 침 뱉을 수 있다 생각해?
So you think you can love me and leave me to die?
그래서 나를 사랑하면서 또 죽게 내버려둬도 된다 생각해?
Oh Baby, Can’t do this to me baby
오 그대여, 내게 이럴 순 없어요
Just gotta get out
벗어나야 해
Just gotta get right outta here!
여기서 벗어나야만 해!


발라드 대목
Ooh, ooh yeah, ooh yeah, ooh
우, 우 예, 우 예, 우
Nothing really matters
어느 것도 상관없어
Anyone can see
누구라도 알 수 있지.
Nothing really matters
어느 것도 상관없어
Nothing really matters to me
어느 것도 상관없어 내게는
Anyway the wind blows
어찌 됐건 바람은 불어




주간동아 2018.11.23 1165호 (p6~9)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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