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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FX-KFX 대안을 말하다

F-35 ‘원점 재검토’하라!

주도권 되찾아야 ‘한국형전투기 개발’ 가능…터키를 주목하는 이유

F-35 ‘원점 재검토’하라!

  • 갈수록 첩첩산중. 차기전투기(FX) 도입 사업과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F-35 40대를 도입하는 FX 사업은 기술이전 문제가 걸림돌로 튀어 올랐고,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로 독자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KFX 사업마저 실현 가능성이 흔들린다. 근본적인 의문은 왜 우리가 전투기를 구매하면서 계약 조건인 기술이전을 판매자에게 ‘애원’해야 하느냐는 점. FX 사업의 무너진 주도권을 되찾고 KFX 사업의 성공을 모색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비판과 지적을 넘어 대안과 해법을 만들어가는 논의의 시작이다. <편집자 주>
F-35 ‘원점 재검토’하라!

10월 3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앞)과 정명진 방위사업청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형전투기(KFX) 4개 항전장비 개발 및 통합 방안에 대한 현안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동아일보

미국 록히드마틴사(社)가 개발 중인 F-35는 매력적인 최신형 5세대 전투기다. 적의 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려운 스텔스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조종사의 헬멧 창에 비행 데이터가 표시돼 전투력을 한층 높이고, 한 번에 수십 개의 적기를 포착하는 레이더도 장착돼 있으며, 모든 무기를 기체 내에 장착해 비행기 동체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혹자는 이 전투기를 인간이 탈 수 있는 항공공학의 완결판이라 부른다.
동시에 이 전투기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치공학이 뒤엉켜 있다.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의 9개 주요 동맹국이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그룹에는 영국, 제2그룹에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제3그룹에는 호주,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터키가 올라와 있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도 안보협력 파트너 자격으로 함께한다. 이들 국가는 형상 및 체계 개발 단계부터 최대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까지 자본을 투자하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F-35는 최첨단 항공공학의 완성일 뿐 아니라, 미국 주도 동맹국의 협조체제로 개발되는 정치공학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매력적인 F-35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아직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다. 통상 무기체계는 양산에 들어가기 전 여러 차례 시험을 거친다. 예산에 맞는 성능을 구현하고 결함을 찾기 위해 조정 작업을 거치는 필수 과정이다. 그러고 나서야 완성된 무기를 시장에 판매한다. 반면 F-35는 개발 단계에서 기체 및 성능을 시험하고 구매자를 찾아나서는 동시획득(Concurrent Acquisition)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생산자가 개발 단계에서 공약하는 무기의 성능과 인도 시기, 가격은 예측치일 뿐이다.
특히 예상 가격은 개발과 양산 비용, 주문 대수가 얼마냐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개발 중인 무기의 예상 가격은 이른바 ‘스위트스폿(Sweet Spot)’ 가격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개발 중인 무기는 양산 단계에서 최대 생산량에 이르렀을 때 가격이 가장 낮아진다. 록히드마틴이 제시하는 대당 가격 약 1억5000만 달러(약 1753억6000만 원) 역시 F-35 생산량이 최대치에 올랐을 때 기대되는, 가장 낙관적인 전망에 따른 ‘달콤한’ 가격이다. 반면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F-35의 최종 가격은 공동개발 그룹 국가들이 개발 초기에 공약했던 주문량을 얼마나 준수하느냐의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공동개발 참여 국가가 모두 스위트스폿 가격을 기준으로 개발과 구매를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개발 지연으로 인도 시기와 최종 가격이 불확실해진다면? 당연히 기존 참여 국가들의 구매 공약은 약화되고,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항공공학과 정치공학

일련의 논란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F-35는 현재 10년 이상 개발이 지연되면서 인도 시기와 최종 가격, 성능이 불확실해진 상태다. 이와 함께 유럽발(發) 경제위기와 국방비 감축으로 각국의 참여 폭도 감소하거나 지연되고 있다. 65대를 구매하기로 한 캐나다가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개발 사업과 기종 선택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른 공동개발 국가들 역시 이미 예전부터 최초 주문 대수를 축소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애초 공약했던 주문량을 축소하거나 연기했다. 덴마크는 당초 35대를 구매하기로 했지만, 역시 개발 지연과 가격 불확실을 이유로 도입 사업을 지금까지 연기하고 있다. 그 대신 개발 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을 해결하고자 F-16을 업그레이드해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는 131대에서 90대로, 네덜란드는 85대에서 37대로 물량을 줄였다. 두 나라는 개발 지연으로 인한 가격 불확실성과 국방예산 감축에 더해, 미국이 당초 공약했던 절충교역, 즉 기술이전과 국내 부품 생산량 등이 미약하다는 점을 들어 주문량을 축소했다. 싱가포르는 초기에 1000만 달러를 개발비용에 투자했지만, 구매 결정을 연기하면서 보유 중인 F-16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F-35 ‘원점 재검토’하라!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 있는 록히드마틴의 F-35 생산공장. 사진 제공 · 록히드마틴

호주 역시 100대 주문에서 최종 72대로 구매 계획을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호주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단서조항을 마련하는 기동력을 보였다. 가격이 오를 경우 위약금 없이 구매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나마 영국은 138대를 구매한다는 애초 공약을 유지하고 있고, 11월 25일 발표한 국방비 예산 보고서를 통해 2023년까지 항공모함용 F-35를 24대 추가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8년간 24대를 어떻게, 혹은 몇 대씩 구매할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영국은 현재 총 138대 가운데 14대에 대한 구매계약만 체결한 상태다.         
미국 의회와 군수업체, 국방 관련 행정부 부처는 군산복합체라 부르는 ‘철의 삼각구도(Iron Triangle)’를 형성한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국방비 감축이다. 국방비 감축은 무기 구매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무기 가격은 상승한다. 가격이 오르면 정해진 예산 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무기 수량은 더욱 감소한다. 이러한 악순환을 흔히 무기획득 사업의 ‘죽음의 소용돌이’라고 부른다.
F-35 프로젝트가 이미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미국 국방예산이 감소했고 공동개발 국가들의 구매 대수 역시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초 미국 정부는 F-35를 3100대가량 구매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이 수량은 2443대까지 줄었다. 파트너 국가들의 구매 대수가 최소 200대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총 800대가 줄어든 셈이다. 수량이 줄었으므로 스위트스폿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F-35 가격의 추가 변동이 불가피한 이유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났다. 미 해병대는 5월 18일부터 열흘간 수직이착륙용 F-35B를 시험평가했고, 8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F-35B가 당장이라도 전투에 투입 가능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게 그 골자였다. 그러나 7월 22일 미 국방부 운용시험평가국장(DOT&E)은 장관에게 F-35B에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다. 이 기종의 완성도에 대해 미 국방부 내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11월 중순에는 미 공군 또한 개발 지연과 가격 상승으로 최초 공약했던 F-35 주문량을 준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내부 분석 자료가 전문지인 ‘에어로스페이스 데일리 앤드 디펜스 리포트’에 의해 특종 보도됐다. 해당 기사는 이미 미 공군이 F-15와 F-16, 슈퍼호넷 70여 대를 대체 구매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미 공군 고위 장성의 발언을 인용했다. F-35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애초 계획했던 공군용 1763대 구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 큰 ‘정무적 고려’의 결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F-35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사업의 불확실성은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유일하게 F-35 완제품 40대를 구매하기로 한 국가다. 일본 역시 완제품을 구매하지만, 일부는 국내에서 최종 조립 생산하고 수리 및 유지 또한 자국 내에서 실행한다. 면허 생산을 통한 철저한 기술 모방과 항공기술 축적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미국의 눈으로 보자면 한국의 F-35 구매 결정은 최종 가격이 스위트스폿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상황에서 만난 구세주 같은 호재였다.
따지고 보면 기술이전 문제는 바로 이때의 ‘정무적 결정’에서 기원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F-35 40대를 7조3418억 원에 수의계약하기로 결정한 당사자다. 그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남긴 “정무적으로 결정됐다”는 발언이 암시하듯 FX 사업에는 심사 조건이었던 가격, 인도 시기, 성능, 기술이전 등과는 별개의 무언가가 고려됐다. 미국 측의 직접적 로비나 압력 혹은 거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상황은 바로 ‘그 무엇’ 때문에 이후 FX 사업이 구매자인 한국 주도로 이뤄지지 않게 됐음을 뜻한다.
결국 우리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미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F-35 구매를 통 크게 선택했지만, 정작 그 반대급부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은 FX와 KFX 사업을 연계하기로 결정하고 기술이전 요소를 고려해 F-35를 선택했으나, ‘정무적 수의계약’이 만들어낸 기형적 구조는 우리가 받아야 할 기술이전과 절충교역 협상에서조차 미국 측에 끌려가는 기묘한 현실을 만들어냈고, 궁극적으로 KFX 사업을 좌초시킬지도 모르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게 바로 터키의 사례다. 터키는 현재 F-35 100대 구매를 약속한 상태다. 약 100억 달러(약 11조6000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나라는 기술이전과 국내 부품 생산 등 약 50억 달러 이상의 절충교역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냈다. 미국 측이 약속한 절충교역이 지지부진해지자 2005년과 2006년 기종 선정 결과를 당시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로 틀어버릴 수 있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35억 달러가량의 절충교역액을 제시하며 달래기에 나섰고, 터키는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 전투기 구매 액수의 50%를 절충교역으로 받아냈다.
결국 2007년 1월 터키는 F-35 개발 사업에 잔류하겠다는 의향서를 체결했지만 차기전투기 기종 결정 자체는 F-35 구매와 별도라고 규정해 미국의 애간장을 태웠다. 미국이 절충교역과 기술이전을 얼마나 주는지 관망하면서 기종을 선택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터키는 F-35 400여 대분의 동체 일부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소스코드 공개를 포함한 파격적인 기술이전을 추가로 받아내고자 주문량을 조절하고 있다. 터키가 이렇듯 절충교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처럼 국산 전투기 개발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도 우리처럼 미국과 혈맹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정무적 고려’ 대신 자국의 전투기 개발이라는 목표를 위해 F-35 개발 사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F-35 ‘원점 재검토’하라!

차기전투기(FX) 도입 사업 기종 결정 문제를 다룬 2013년 9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얼마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다’

국산전투기 개발은 분명 담대한 꿈이다. 그러나 이를 목표로 했던 KFX 사업을 오늘의 난관에 봉착하게 만든 근원이 FX에 있다면, 처방전 역시 명확할 수밖에 없다. 기술이전과 FX 계약을 연계하는 차원에서 F-35 도입을 재검토하는 ‘이성적 결단’이다. 도입 지연으로 전력 공백 문제가 우려된다면 다른 나라들이 그랬듯 기존 전투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미들급 전투기를 도입하면 된다. 한마디로 ‘우리도 급할 것 없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기술이전의 미진을 문제 삼아 전투기 도입 사업의 구도를 구매자 중심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방위사업청은 자세한 계약 내용을 비공개로 묶어두고 있지만, 한국이 현재 시점에서 F-35 기종 결정을 백지화한다 해도 부담해야 할 경제적 불이익은 크지 않으리라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18쪽 상자기사 참조). 더욱이 기술이전 협상이 당초 약속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는지도 다퉈볼 만하다. 기술이전이라는 계약 조건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애초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치르고 F-35를 구매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창 진행 중인 기술이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원점 재검토’라는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리는 일 자체를 금기시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앞서 본 것처럼 터키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 역시 이러한 자세로 냉철하게 사업을 진행했고, 한국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다.
동맹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 비용이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치러야 하는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동맹 그 자체가 국익일 수는 없다. 국익 확대를 위한 국가 간 안보계약일 따름이다. 이 사업과 관련해 미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는 우리가 기대했던 ‘동맹의 의리’보다 ‘법리적 이해관계’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표류하는 KFX 사업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 FX 사업의 원점 재검토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주간동아 2015.12.09 1016호 (p16~20)

  •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jong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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