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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 누르니 전세 뛴다

주택 매매 규제로 전세 수요 늘어…서울 입주물량 풀려도 공급 부족 여전

서울 아파트, 매매 누르니 전세 뛴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9월 서울 강북에서는 마포구의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사진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경. [동아DB]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9월 서울 강북에서는 마포구의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사진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경. [동아DB]

10월 들어 서울 부동산시장이 잠잠해졌다. 정부가 8월 27일에 이어 9월 13일 고강도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자 매도, 매수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것.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대출 규제 강화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 확대로 요약되는 9·13 부동산대책은 매수 대기자들이 섣불리 빚을 내 집을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집을 보유한 기존 다주택자는 향후 종부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임대사업자등록을 한 경우 높아질 종부세보다 돌려받는 세제 혜택이 클 것으로 보여 급하게 부동산을 처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또한 종부세가 현실화하려면 공시지가가 얼마나 반영될지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시간이 걸린다.


서울 전세가격지수 상승률 전국 최고

물론 7~9월 호가가 지나치게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소폭 조정된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급매물이 쏟아지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대세 흐름이 집값 하락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값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되자 집값이 떨어지면 매수에 나서겠다며 전세 연장을 선택하는 이가 적잖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는 30대 워킹맘 박모 씨는 내년 초 전세 만기를 앞두고 최근까지 아파트 매매를 알아봤지만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전세를 연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남편이 집값 하락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나 또한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유 자금을 모아뒀다 적당한 때 매수하기로 하고 전세 연장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세로 눈을 돌린 수요자들이 생기면서 전세가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주택 매매시장 규제로 서울 전세가 상승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9월 21일 주간 부동산 보고서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및 보유세 강화로 전세주택의 공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철을 앞두고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택 매입보다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가 상승이 빨라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누르니 전세 뛴다
실제로 10월 1일 온라인 주택거래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가 내놓은 ‘서울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 월간 변동률 추이’를 보면 전세가의 경우 3~6월 소폭 하락 조정됐지만 7월부터 상승세로 전환돼 8월 0.26%, 9월 0.2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각각 0.05%p, 0.01%p 높은 수치다(그래프 참조). 

한국감정원이 10월 1일 발표한 ‘9월 주택가격동향보고서’ 결과도 비슷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전달 대비 -0.08%,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9%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입주물량이 풍부한 경기도는 전달 대비 -0.11%,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42%로 하락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 매매 누르니 전세 뛴다
반면 서울시 전세가격지수는 두드러지게 상승했다. 전달 대비 0.26%,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74%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상승세가 높았던 광주(0.11%)와 비교해도 차이가 상당하다. 특히 강북에서는 마포구 0.41%, 종로구 0.39%, 강남에서는 동작구 0.71%, 서초구 0.68%, 강남구 0.55%, 강서구 0.4%, 영등포구 0.4%로 전달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지도 참조).


입주물량 부족, 정비사업 이주 수요 꾸준

10월 이후 가을 이사철과 신학기 학군 수요가 맞물리는 연말연시에는 전세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증하듯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전세가는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인근에 자리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세 시세는 전용면적 58㎡ 5억5000만~6억5000만 원, 84㎡ 7억~8억 원 수준이다. 또 5호선 서대문역 인근 ‘경희궁자이’의 전세 시세는 전용면적 85㎡가 최저 9억 원에서 최고 10억 원이다. 

강남 뺨치는 전세가지만 이마저도 귀한 편이다. 경희궁자이 단지 내 S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은 “지난해 2~7월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라 아직 전세 물량이 많지 않다. 내년 초 전세 만기 시점에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입주 시기와 비교하면 전세가가 전용면적별로 2억~3억 원가량 올랐다. 그래도 광화문 접근성이 좋아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다. 물량은 없고 호가는 높아 거래가 안 되지만,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낮추려 하지 않아 크게 조정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전세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서울의 전세가 오름폭이 큰 원인으로 입주물량 부족이 꼽힌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신규 입주물량이 누적된 파주시(-0.96%), 평택시(-0.47%) 등은 전세가격지수 하락폭이 8월에 비해 더 확대됐다. 반면 서울은 경기도처럼 1000~2000가구 신규 입주물량이 없는 데다 1인 가구도 증가하는 추세라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게다가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 수요까지 겹쳐 향후 전세가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9월 서초구와 동작구의 전세가격지수 상승은 7월부터 이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경남아파트의 이주 수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지역에서는 내년 상반기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 거주 중인 2090가구가 이주를 앞두고 있으며, 한신4지구 역시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내년 상반기 2898가구가 이주할 계획이라 주변 지역의 전세가 상승이 예상된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 해당 지역 세입자는 전세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자녀 학군 문제로 지난해 서초구 반포동의 한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30대 주부 김모 씨는 “남편 직장인 여의도와 가깝고 학군도 좋아 전세로 살다 매매하려고 들어왔다. 2년 전 입주할 때는 전세 매물이 많고 가격도 낮았는데 집주인이 최근 전세가를 2억 원 올려달라고 해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이 동네의 경우 인기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데다 전세가도 2년 전에 비해 1억 원씩 올라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렵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신규 입주단지도 전세 조정폭 크지 않아

일각에서는 연말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와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850가구), 내년 초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입주물량이 풀리면 전세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제한적일뿐더러 인근 정비사업 이주 수요, 학군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조정 폭이 크지 않으리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전세 시세를 문의해봤다. 11월 입주를 앞둔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 전세가는 전용면적 59㎡ 8억~8억5000만 원, 71㎡ 9억~9억5000만 원, 12월 입주를 앞둔 헬리오시티의 전세가는 전용면적 59㎡ 5억5000만~6억5000만 원, 84㎡ 6억5000만~8억5000만 원에 형성돼 있었다. 

래미안루체하임을 중개하는 G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입주 시기가 다가오지만 전세물량이 많지 않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멀지 않고 학군도 빠지지 않는 데다, 신축 아파트라 전세 수요도 꾸준해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낮추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H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곳은 조합원이 6000가구 이상이고 일반분양이 1500가구 정도라 전세물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조합원들은 잔금 부담이 없어 전세보다 월세나 반전세로 내놓고 있다. 내년 입주 시기에 잔금을 치러야 하는 일반분양분의 전세 매물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다음 달부터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는 잠실 미성·크로바, 장미아파트 거주자들이 미리 전세를 구하고 있어 전세가가 떨어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전세가가 상승한 데는 정부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강화한 탓도 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자에 한해 2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할 경우 양도가액 9억 원 이하 비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9·13 부동산대책에서 정부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을 대폭 강화해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1주택자라도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1주택자의 경우 부부합산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도 제공되지 않는다. 즉 자기 집을 전세 주고 다른 집에 전세 사는 부부합산소득 1억 원 이상인 맞벌이 부부의 경우 거주 중인 전셋집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전세 기간 연장이 어려우며, 자기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 현실화되면 전세가 더 오를 수도

연말 9510가구 입주물량이 풀리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세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아직까지 전세가 조정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동아DB]

연말 9510가구 입주물량이 풀리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세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아직까지 전세가 조정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동아DB]

이러한 정부의 각종 정책으로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고자 전세 연장이 어려워진 집도 적잖다. 서초구 잠원동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최모 씨는 “전세 만기가 1월 말이라 최근 집주인에게 전세 기간 연장을 부탁하려 전화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자신들이 들어가 살아야겠으니 만기 시점에 나가달라고 하더라. 전셋값을 올리더라도 더 살고 싶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공시지가 현실화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커지면 전세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은 가을 이사철 수요 증가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부족, 정부의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주원인이다. 그런데 내년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경우 집주인들이 전세 혹은 월세를 올려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이는 보통 임대우위시장일 때 전가가 된다. 보유세 인상 관련 효과는 단기적이라기보다 장기적으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내년 이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년 수도권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예정이라 이러한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19년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8만 가구로 지난해 23만 가구보다 5만 가구가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 역시 2019년 약 3만8000가구, 2020년 3만 가구 등으로 소폭 줄어든다. 또 최근 정부가 서울 시내 재건축 정비사업이 집값 상승을 견인할 것을 우려해 속도를 늦추는 형국이라 향후 신규 입주물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계약을 맺었을 경우 전세 혹은 월세 계약 갱신 시 연간 5% 이하로 인상이 가능해 이 경우 세입자 부담이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신규 계약을 맺는다면 전세가를 올려 받을 수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향후 매매가 향방만큼이나 전세가 향방도 안심할 수 없어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주간동아 2018.10.05 1158호 (p32~35)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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