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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굼뜬 코끼리 인도가 질주한다.

세계에서 유일한 8%대 성장률…모디 총리의 규제 철폐, 제조업 육성 효과

굼뜬 코끼리 인도가 질주한다.

[zeenews.india]

[zeenews.india]

인도는 흔히 코끼리의 나라로 불린다. 인도에는 전 세계 아시아코끼리의 70%에 달하는 3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지구촌에서 가장 거대한 포유류인 코끼리는 몸집 때문에 느릿느릿 걸어 다닌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국제사회는 인도를 코끼리에 비유한다. 광활한 국토와 인도 국민의 느긋하고 온순한 성향이 코끼리와 비슷해서다. 물론 느리게 걷는 코끼리도 한번 뛰기 시작하면 힘 있고 빠르게 달린다. 전체 인구 13억 명 가운데 80%가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코끼리는 성스러운 동물이다. 특히 힌두교 신자들은 사람의 몸에 머리는 코끼리 형상인 가네샤라는 신(神)을 숭배한다. 지혜와 부(富)의 신인 가네샤는 힌두교도들이 가장 숭상하는 신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힌두교 신자는 대부분 집에 가네샤상(像)을 모셔놓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굼뜬 코끼리’라는 평가를 받아오던 인도가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질주하는 코끼리’라는 말을 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과 신흥국가의 금융위기 등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는 가운데 인도 경제는 ‘나 홀로’ 달리고 있다.


예상 뛰어넘은 8%대 경제성장률

실제로 인도의 올해 이사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6년 이사분기 8.1% 성장률을 기록하고 2년 만에 8%대로 복귀했다. 이는 미국 ‘블룸버그’ 등이 예상한 전망치(7.6%)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기도 하다. 전 세계 국가에서 8%대 성장률은 인도가 유일하다. 특히 올해 이사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3.5%를 기록하면서 인도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는 동력이 됐다.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이사분기 경제성장률이 8%대를 넘은 것은 인도 경제의 잠재력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인도가 2019년 3월까지인 이번 회계연도에 경제성장률이 7.3%에 도달하고, 그다음 해에는 7.5%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닐 살가도 IMF 부국장은 인도 경제를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라고 묘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7.4%이다. OECD에서 성장률을 전망하는 45개국 가운데 1위다. 같은 신흥국인 중국(6.7%)과 인도네시아(5.3%), 터키(5.1%)를 앞선다. 한국(2.9%), 멕시코(2.5%), 브라질(2.0%)과 격차도 크게 나고 있다. 

구체적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인도 경제는 잘나가고 있다. 2014년 3198억 달러였던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들어 4000억 달러를 돌파해 7월 기준 4051억4300만 달러(약 456조9200억 원)를 기록했다. 세계 8위 수준이다. 지난해 6.5%였던 GDP 대비 정부 부채(중앙·지방정부 부채 합산) 비율은 올해 6.3%로 낮아졌다.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이 외환보유액 급감, 부채 비율 급등을 걱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GDP 2조6000억 달러를 기록해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경제규모 6위로 올라섰다. 인도는 조만간 GDP 2조6250억 달러로 세계 경제규모 5위인 영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인도가 2027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경제규모 3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 어부지리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biztechindia]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biztechindia]

인도 경제가 호황세를 보이는 이유는 2014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과감한 경제개혁 드라이브가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디 총리는 제조업을 부흥시켜 인도 경제를 개혁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른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특히 모디 총리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자동차, 바이오, 철도, 방위, 항공우주 산업 등 25개 제조업 분야를 육성하고 2022년까지 GDP에서 제조업 비중을 15%에서 25%로 늘리는 동시에 일자리 1억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모디 총리는 철도·도로·공항·항만 등 제조업의 밑바탕이 될 인프라를 강화하고자 외국인 투자를 전면 허용했다. 또 방위산업, 보험업, 유통업 등 민감한 분야도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를 늘리고 투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29개 주마다 다른 부가가치세를 전국적인 상품서비스세(GST)로 통합했다. 덕분에 기업들은 주를 넘나들 때마다 내야 하던 이중, 삼중의 세금에 시달리지 않고 부품 등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복잡한 파산 절차를 감소화해 좀비 기업을 퇴출했다. 모디 총리는 관료주의, 부정부패 등 기업을 옥죄던 ‘대못’을 뽑아버리는 등 친기업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게다가 모디 총리는 각종 경제개혁의 초점을 일자리 창출에 맞췄다. 그 결과 지난해 일자리가 700만 개나 늘어났다. 과감한 규제 철폐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이사분기에만 인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27억5000만 달러(약 14조38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지난해 FDI는 421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올해 이 기록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 힌두교에서 코끼리 머리 형상을 한 가네샤 신상. [위키피디아]

인도 힌두교에서 코끼리 머리 형상을 한 가네샤 신상. [위키피디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미국 버크셔해서웨이는 대(對)인도 첫 직접투자로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기업 페이티엠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와츠앱과 구글 등도 인도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월마트는 올해 초 인도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의 대주주 지분을 160억 달러(약 18조 원)에 사들여, 인도에서 최대 규모 외국인 직접투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는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업단지에 인도 최대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세웠다. 대만 폭스콘도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해 휴대전화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인도 내 휴대전화 생산 공장 수가 2개에서 120개로 늘면서 일자리도 40만 개 이상 생겼다. 한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부품업체들도 인도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인도는 또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어부지리도 보고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 부과 목록에 오르는 중국 상품이 늘어날수록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생산기지를 인도로 이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가 앞으로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일당독재국가인 중국과 달리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 서방국가와 사이도 좋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자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인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도는 이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강점도 갖고 있다. 터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여느 신흥국가와 달리 정치적으로 안정됐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연임할 것이 분명한 모디 총리는 경제개혁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모디 총리는 “잠자던 코끼리가 깨어났다”며 “코끼리가 질주할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아놓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8.09.19 1156호 (p88~89)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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