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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리먼사태 10년, 한국 금융시스템은 안전한가

리먼사태 10년, 한국 금융시스템은 안전한가

2008년 9월 16일 오전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통보를 받은 리먼브라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의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아DB]

2008년 9월 16일 오전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통보를 받은 리먼브라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의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아DB]

살다 보면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내게는 2008년 9월 15일 월요일이 그랬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나는 미국 뉴욕 J.P. 모건(Morgan)의 직원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08년 3월 16일 J.P. 모건이 주당 10달러에 인수한 베어스턴스(Bear Sterns) 출신 직원이었다. 

인수합병조차 없이 공중분해된 리먼브라더스의 친구들에게 어떤 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다니던 회사가 망해도 직원들은 다른 회사로 넘어가거나 완전 해체되기 전까지 뒷정리를 한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100시간은 족히 일하던 회사가 망했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솟는다. 화를 참지 못해 의자를 컴퓨터 모니터로 던진 동료도 봤다.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들면 이성을 찾는다. 망한 회사에선 할 일이 거의 없다. 특히 월가에서는 망한 회사와 거래하려는 이가 없으니 한가하다. 그렇다고 회사를 안 나올 수는 없다. 점심시간에는 옛 동료나 헤드헌터와 긴 점심을 먹기도 했다. 이력서를 잘 정리해놓는 건 필수. 오후에는 평소 다니지 못했던 회사 내 헬스클럽에 가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망한 회사에 다니면 더 건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다. 곧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간다.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 헬스클럽에 다니면 몸이 건강해져야 할 것 같지만 반대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만 더 빠진다.


실패에서 배운 교훈들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배당된 거액의 자사주를 매도해 금융당국이 특별점검에 나선 4월 9일 서울 시내 삼성증권 지점에 구성훈 당시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게시돼 있다. [동아DB]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배당된 거액의 자사주를 매도해 금융당국이 특별점검에 나선 4월 9일 서울 시내 삼성증권 지점에 구성훈 당시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게시돼 있다. [동아DB]

개인적으로 2008년 베어스턴스 사태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면서 두 가지 점에서 성장했다. 첫 번째는 많은 것이 결국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금융시스템, 나아가 자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를 진정으로 알게 됐다. 월가 최고의 투자회사 중에서도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는 최고 트레이더들이 모인 회사들이었다. 10억(billion) 달러는 큰돈이라 야드(yard)라는 이름으로 따로 불렀지만, 100만(million) 달러 단위로 거래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 모든 것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는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금융시스템이 프로페셔널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베어스턴스 사태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은 작은 교훈을 얻었다. 그럼에도 9월 15일 리먼사태가 다시 벌어졌을 때는 다른 차원의 사건이 됐다. 2008년 9월 15일 월요일, 리먼사태가 벌어진 날 S&P500은 4.7%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19일에는 사태가 많이 진정된 듯했으나, 이후 엄청난 혼란이 지속됐다. 리먼사태 이후 그해 마지막 날인 2008년 12월 31일까지 S&P500은 28%의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미국 10년 만기 국채는 일주일간 거의 0.4% 이자율 변화를 보였고, 2008년이 끝날 즈음에는 2.13%까지 내려갔다. 리먼사태가 터진 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이자율은 3.47%였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미국 국채를 사려고 모였다. 그러나 사려는 사람만 있고 팔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되지 않는 상태로 가격이 무한정 높아졌다. 미국 국채를 발행하는 미국 재무부가 예고도 없이 특정 국채를 재발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보통 미국 국채는 발행을 미리 예고하고 일정에 따라 발행됐다. 이 모든 것이 시장에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매일매일 엄청난 손실을 막아내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수익을 내면서 주당 100시간 넘게 일하는 것은 할 만했지만, 손실을 막기 위해 일할 때는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다. 2008년의 혹독한 훈련은 많은 금융인을 한 차원 높은 전문가로 만들었다.


엄청난 부채가 부른 금융위기

리먼브라더스가 붕괴한 후 시장 상황은 베어스턴스가 J.P. 모건에 합병된 식으로 구제된 이후 상황과는 비교가 안 됐다. 세계는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이유를 명확히 따지기 시작했다. 문제의 원인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엄청난 부채다. 회사도, 개인도 모두 엄청난 돈을 빌려 쓰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 금융기관의 부채는 눈에 띄게 줄었다. 둘째, 금융 규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리먼사태 이후 개인의 부채는 별로 줄지 않았다. 2008년 이후 금융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엄격한 금융 규제들이 생겨났다. 위기 이전의 금융 규제들이 금융기관과 개인의 일탈을 통제할 만큼 디자인돼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 규제들 중에는 금융인의 연봉에 대한 부분도 있었다. 이런 규제들 덕분인지 한동안 월가 연봉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월가의 프로트 오피스(투자와 거래를 하는 직종) 직군을 보면 다시 엄청난 속도로 상승세를 탄 듯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금융위기를 통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제로 나아졌을까.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얼마나 변했을까. 4월 불거진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건은 우리 금융시스템에도 여전히 많은 구멍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스템 오류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보완이 얼마나 철저히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배당 오류 사건이 벌어진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 것으로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완전해진 것일까. 리먼사태 10주년을 한국 금융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먼사태 10년, 한국 금융시스템은 안전한가
영주 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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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8.09.19 1156호 (p86~87)

  •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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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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