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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력증강 사업 일단 스톱!

국방부, K-9 포대 공사 중단과 철매-2 PIP 양산 재검토 지시…천무 사업도 중단 소문

군 전력증강 사업 일단 스톱!

전방의 K-9 포대 공사와 철매-2 PIP 사업 중지를 지시하고 공격원잠 사업도 추진하지 않고 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동아DB]

전방의 K-9 포대 공사와 철매-2 PIP 사업 중지를 지시하고 공격원잠 사업도 추진하지 않고 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동아DB]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경기에 참가하고자 7월 3일 방북한 남녀선수단과 정부대표단 100여 명이 공군이 운용하는 대형 수송기 C-130H를 타고 가 화제였다. 유사시 북한에 육군 특전사 요원을 침투시켜야 하는 공군 수송기 2대가 평양 순안비행장에 ‘떡’ 하고 내렸으니 북한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7월 3일 남북 통일농구경기 참가단을 태우고 평양 순안비행장에 착륙한 공군 C-130H 수송기.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하고자 정부는 공군기로 방북단을 보내고 있다. [동아DB]

7월 3일 남북 통일농구경기 참가단을 태우고 평양 순안비행장에 착륙한 공군 C-130H 수송기.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하고자 정부는 공군기로 방북단을 보내고 있다. [동아DB]

공군은 중형 수송기 CN-235 ×대를 여객용으로 개조해 대통령을 제외한 정부 요인용으로 쓰고 있다. VIP를 위한 것이라 VCN-235라고 부르는 이 수송기는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인원이 많은 농구단은 C-130H로 보냈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할 기자단 5명은 5월 23일 VCN-235를 타고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갔다. 

방북단을 태운 공군기가 연이어 북한으로 날아간 것은 대북제재 때문이다. 미국 측 동의 없이 북한을 방문한 항공기는 일정 기간 미국에 입국하지 못한다. 이에 민항사들이 방북용 여객기를 제공할 수 없어 공군 수송기를 동원한 것.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기에 모든 행정부처를 지휘할 수 있다. 가장 자유롭게 지휘할 수 있는 곳은 국방부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군 통수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에 군은 청와대에 의전팀이 있음에도 의장대를 보내 대통령 행사를 빛내고, 우수한 민간병원과 경호실이 있음에도 대통령 경호와 의료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국가원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 보위다. 국방 위기는 순식간에 발생하니 모든 나라 국가원수에게 통수권을 부여한다. 군에는 통수권자의 지시를 판단하지 말고 그냥 따르라며 상명하복을 강요한다. 따라서 국가원수가 항복하라고 하면 군은 적에게도 항복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기에, 대통령 취임 선서 때 ‘국가 보위를 한다’는 내용을 넣는다.


군 통수권과 상명하복

한국형 전술탄도미사일을 
소개한 SBS 보도 장면.

한국형 전술탄도미사일을 소개한 SBS 보도 장면.

그런데도 통수권을 과용(過用)하면 문제가 일어난다. 대표적인 경우가 북한이다. 김정은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나 조선노동당 위원장보다 북한판 통수권자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자격을 더 자주 사용한다.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개발과 시험에 관여하고, 군사훈련을 지도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이를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표현한 바 있다. 우리의 과거 정권도 통수권을 토대로 개발독재를 자행했기에 ‘군부독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 정권도 통수권을 오용할 수 있다. 좋은 예가 군 인사권·예산권·작전통제권 장악이다. 통수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참모총장, 합참의장 등에게 위임돼 있는 이 권한을 행사하면 군은 ‘정치의 시녀’가 돼버린다. 적이 아니라 통수권자만 바라보는 의전용 군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군은 국가 보위라는 고유 임무를 등한시할 수 있다. 

그래서 만들어놓은 것이 ‘국가의 목표’에 의한 ‘국방의 목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의 통수권이 등장해 군을 흔들어버리는 것을 막고자 ‘국방의 길’을 명문화(銘文化)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국가의 목표가 정권의 목표와 혼동되고 있어 문제다. 대통령 임기에만 유통될 수 있는 정권의 목표가 통수권 때문에 국가의 목표를 능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권의 목표가 횡행하면 민주국가의 군도 왜곡될 수 있으니,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더욱더 국방의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 국방의 목표 이행을 위해 참모총장 등에게 위임돼 있는 인사권과 예산권, 합참과 국방부가 작전 소요를 바탕으로 만든 전력증강사업의 경우 정권이 바뀌어도 건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있었던 장성 인사는 청와대에 최종안이 보고된 후 크게 바뀐 바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북한이 비핵화를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만 취소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농구단 파견과 이산가족 상봉, 남북철도 잇기 등을 선제적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 위기는 북한 핵무장에서 비롯된 것이니, 남북관계를 개선할 핵심 무대는 군사회담이 돼야 한다. 

비핵화는 북·미 간 핵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군사회담은 그에 맞춰 진행해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군사회담을 한 번밖에 열지 못한 것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에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사회담 전 우리 군의 전력 향상을 선제적으로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전방에 구축 중인 K-9 자주포대 공사 중단이 대표적이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것은 우리뿐 아니라 미국, 일본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이 나서 해결해보려 한다. 그러나 방사포를 포함한 북한 장사정포는 우리만 위협하기에 국제사회는 움직이지 않는다. 

발사된 북한의 장사정 포탄은 PAC-3 같은 요격미사일로 잡아낼 수 없다. 따라서 전폭기로 장사정포들을 폭격하는 것이 좋은데, 북한은 300여 문가량 되는 장사정포를 그들의 대공 방어망이 촘촘히 배치된 휴전선 근처로 전진시켜놓았기에 전폭기 작전은 제한된다. 그래서 압도적인 장사정포 응사로 대응해 제압한다는 대(對)화력전 계획이 마련됐으며, 이것이 바로 킬체인(선제타격용)의 핵심이다. 

북한군은 장사정포를 군사분계선 북쪽 10여km 지역에 집중해놓았으니, 대화력전은 30~100km 사거리를 가진 무기로 한다. K-9은 사거리가 30~60km이니 핵심 전력이 된다. 이 때문에 모든 전방사단에 보급하기로 하고 포대 구축 공사에 들어갔는데, 이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이다. 

K-9으로 잡을 수 없는 후방 장사정포대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해 올해 육군 미사일사령부 예하 여단에 배치하려고 한 것이 KTSSM(한국형 전술탄도미사일)이다. 최대 사거리 150km인 KTSSM은 K-9과 함께 육군이 담당할 대화력전의 핵심이다. 그런데 K-9 포대 공사를 중지시키자 KTSSM 배치도 연기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육군 관계자는 국산 다연장로켓포인 천무 사업도 중지가 검토되고 있다며 이런 말을 했다.


K-9 포대 공사 중지에 이어 KTSSM도 흔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표지로 한 ‘국방저널’ 5월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표지로 한 ‘국방저널’ 5월호.

“국민은 사거리 800km인 현무-2C나 500km인 현무-2B 탄도미사일에 관심이 많지만, 육군에게는 100여km 날아갈 KTSSM이 훨씬 중요하다. 현무-2B, C는 미국이나 일본으로 날아갈 북한 미사일 발사차량을 목표로 하는 반면, KTSSM은 최전방에 배치된 우리 병사를 노리는 북한 장사정포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전에서는 멀리 있는 표적을 노리는 무기보다 눈앞의 적을 제거하는 무기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KTSSM 시장은 현무보다 훨씬 큰 것이다. 방산 수출까지 고려한다면 KTSSM은 천무와 더불어 현무보다 더 효자가 될 수 있다.” 

방산업체에 오래 종사해온 한 인사는 “한 국가의 무기개발 능력은 한순간에 도약하지 않는다. 미국 F-22 전투기에 탑재하는 엔진은 F-15 엔진을 개량한 것이다. F-35 전투기는 F-22 제작에서 습득한 스텔스 기술에 F-16의 엔진을 개량한 엔진을 장착해 만들었다. 프랑스 라팔 전투기는 미라지를 발전시킨 것이다. KTSSM이나 현무도 계속 개량해가야 새로운 차원의 무기가 개발된다. 정치적 이유로 무기개발 사업을 중단하면 전력 누수는 물론, 방산 기반까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K-9 자주포. [동아DB]

K-9 자주포. [동아DB]

K-9 포대 공사 중단에 이어 안보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철매-2 개량형(PIP) 양산 재검토 지시다. 미국은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잡는 요격미사일을 개발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한 상태다. 날아오는 전투기를, 그것도 40km 앞까지 들어왔을 때만 잡을 수 있는 철매-2를 개발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를 개량해 PAC-3처럼 탄도미사일을 잡는 철매-2 PIP 사업에 착수했는데, 송 장관이 해당 사업 중단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보 관계자들과 방산업체는 예민해진다.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철매-2 PIP의 성능은 PAC-3를 따라갈 수 없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PAC-3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송 장관은 해군 출신이니 이지스함에 SM-3를 탑재하고자 철매-2 PIP를 중지시켰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문제도 미궁을 헤매고 있다. 원잠은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월등히 오래 잠항할 수 있다. 안의 사람만 견딜 수 있다면 무한정 물속에서 매복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 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잠수함을 갖고 있다. 이에 동·서해의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 공격원잠을 상시 매복해놓았다 유사시 출항하는 북한 잠수함이 보이면 모조리 격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공격원잠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 깊숙한 곳에 있는 미사일 발사처와 전략 거점을 공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공격원잠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만 발사한다. 토마호크는 명중도가 매우 높지만 항공기처럼 지상과 평행하게 날아가는 것이라 성능 좋은 대공미사일이 있으면 요격할 수 있다. 그러나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포물선 비행을 하는 탄도미사일을 쏜 경우 PAC-3급이 아니면 요격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3000t급으로 설계하고 있는 차기 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려 한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격원잠 건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만큼 청와대가 상당한 관심을 가졌기에 지난해에는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타당성 조사까지 이뤄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변모하자, 공격원잠 사업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철매-2 PIP와 공격원잠 사업도 중지

이처럼 국방부의 주요 사업이 중단, 연기, 재검토되는 것에 대해 한 안보 전문가는 우려를 표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의 통일부화가 문제다. K-9과 KTSSM, 철매-2 PIP, 공격원잠은 북한만을 겨냥해 만드는 무기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은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중국이 지원할 테니 미국에 쉽게 비핵화를 약속하지 말라는 의미다. 한반도가 한국 주도로 통일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북한에 급변이 일어나 한국 주도로 통일되려고 할 때,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돕는 군사 개입을 한다면 우리 군은 일전불사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중국군을 상대할 최전선에는 K-9과 KTSSM을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이 서해에 랴오닝 항모와 전략원잠·공격원잠을 투입한다면 우리도 중국 북해함대 기지 칭다오(靑島)와 동해함대 기지 닝보(寧波) 앞에 공격원잠을 매복해놓아야 한다. 그때 베이징(北京)을 타격할 수 있도록 개량한 현무-2C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일본은 본격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요구할 수 있는데, 그에 대비하려면 공격원잠과 현무-2C는 꼭 필요한 세력이다. 미국은 한일 갈등에는 개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니, 우리 힘으로 일본의 우세한 항공력을 막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철매-2 PIP도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 된다. 남북관계 개선은 일시적이지만 국가 보위는 영원한 숙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방부는 K-9 포대 공사 중단과 철매-2 PIP 양산 재검토 지시의 배경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저널’ 5월호는 손을 맞잡고 높이 든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 사진을 표지로 냈다. 이에 대해 많은 안보전문가는 “국방부는 통일부가 아니다. 국방부 홍보물에 적 수장의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실어놓고 적과 싸우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 예비역 장성은 “통일을 위해서라도 전력증강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가면서 통일하겠다고 하니, 누구에 의한 통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지금 왜 안보 근간인 방위산업까지 무너지게 하려 드는가. 송영무 장관은 국방부 장관이지 통일부 장관이 아니다. 우리가 약하게 나가면 북한은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7.11 1146호 (p44~47)

  •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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