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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프로젝트

도심을 상실한 아파트 단지의 심장을 꿈꾸다

유치원의 통념을 깬 아이뜰유치원

도심을 상실한 아파트 단지의 심장을 꿈꾸다

[김종호]

[김종호]

•장소 경기 용인시 수지구 만현로 67번길 34-10
•완공 2015년 4월
•설계 이손건축(손진)
•수상 2015 한국건축가협회상


경기 용인시 수지구 광교산 소실봉 기슭에 위치한 아이뜰유치원. 계단을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검은 박스 모양공의간 이 현관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광교산 소실봉 기슭에 위치한 아이뜰유치원. 계단을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검은 박스 모양공의간 이 현관이다.

유치원 앞 경사진 잔디밭. 겨울엔 눈썰매장으로 변신 가능하다고. 아이뜰은 ‘아이들이 노는 뜰’이란 뜻이다.

유치원 앞 경사진 잔디밭. 겨울엔 눈썰매장으로 변신 가능하다고. 아이뜰은 ‘아이들이 노는 뜰’이란 뜻이다.

일반 유치원을 생각했다 두 번 놀랐다. 먼저 규모에 놀랐다. 지하 2층, 지상 3층의 단독건축 하면 떠오르는 아담한 크기가 아니었다. ‘아파트 숲’이나 다름없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단지 내 수많은 유치원과는 체급 자체가 달랐다. 

아이뜰유치원은 아파트 단지 숲에 둘러싸여 있지만 광교산 소실봉 산기슭에 위치한다. 소실봉 근린공원과도 가깝다. 멀리서 보면 단독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론 4개의 독립된 공간이 얽히고설켜 있다. 도로변에서 가까운 순서로 보면 필로티 구조로 된 지하 2층 주차장의 상층부를 이루는 공간, 지상 1층에 설치된 테라스 상층부를 이루는 공간, 이와 겹쳐 있으면서 계단으로 된 통로가 설치된 공간, 마지막으로 옥상에 수영장이 설치된 공간이다. 건축도면을 보면 4개의 성냥갑을 세워 하나의 건축을 이룬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 4채의 층고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하나의 건축처럼 느껴진다.


4채로 빚은 1채

5세 학급이 위치한 지상 1층의 테라스. 아이들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게 나무데크가 깔려 있다. [김종호]

5세 학급이 위치한 지상 1층의 테라스. 아이들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게 나무데크가 깔려 있다. [김종호]

3층 7세 학급의 수업 풍경. 소실봉의 우거진 녹음과 환한 빛이 교실로 쏟아진다.

3층 7세 학급의 수업 풍경. 소실봉의 우거진 녹음과 환한 빛이 교실로 쏟아진다.

아이뜰유치원을 정면에서 바라본 건축도면. 4개의 건축이 어우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면 제공=이손건축]

아이뜰유치원을 정면에서 바라본 건축도면. 4개의 건축이 어우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면 제공=이손건축]

이런 수평적 통일성 때문에 사실 밖에서 보면 외부마감재를 기준으로 3개 층위만 눈에 띈다. 주차장과 지하 카페로 구성된 지하 2층을 구성하는 노출콘크리트, 현관과 연결된 지하 1층 공간을 둘러싼 홈블록(가운데 홈이 파인 콘크리트 블록), 여기에 지상 1층 이상을 구성하는 시멘트벽돌이다. 유치원은 빨간 벽돌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비용도 아낄 겸 경쾌한 느낌을 주려고 시멘트벽돌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에 현관에 해당하는 공간을 검은색의 럭스틸로 박스를 쳐 포인트를 줬다. 결국 검은색 박스 형태의 현관 공간을 포함해 5개의 직사각형 큐브가 서로 어깨를 걸치고 서 하나의 조화로운 공간을 빚어낸 셈이다. 

아이뜰유치원의 학급 수는 18개나 된다. 한 학급에 20여 명씩 400명이나 되는 어린이와 72명의 교사를 수용하는 공간임을 감안하면 실제보다 덩치가 작아 보이는 셈이다. 여기에 야트막하게 경사가 있어 겨울에는 눈썰매장으로 활용한다는 잔디밭이 앞마당을 이루고, 소실봉 산자락 전체가 뒷마당을 형성해 휴양지 리조트 같은 느낌까지 안겨준다. 

두 번째 놀라움은 실내 공간에 들어섰을 때 찾아온다. 산기슭에 세운 성채 같은 건축임에도 내부 공간이 환하고 시원스러우면서 다양한 표정을 지녔기 때문이다. 

실내 학습공간은 4개 층으로 구성된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만나는 공용공간(지하 1층), 5세 학급층(지상 1층), 6세 학급층(지상 2층), 7세 학급층(지상 3층)이다. 각 층은 모두 5개 교실로 구성된다. 그런데 층마다 공간 구성이 다르다. 4개의 공간을 굽이치는 벽을 따라 연결하면서 각 층의 수요에 맞게 공간 구성을 차별화했기 때문이다.


빛과 뷰(view)를 살린 유치원

 아이뜰유치원은 층별로 바닥 색깔을 달리했다. 현관으로 들어오면 만나게 되는 지하 1층은 공용공간으로 노랑, 지상 1~3층은 각각 5~7세 학급이 위치하는데 바닥색을 주황, 연두, 파랑으로 차별화했다. 사진은 5세 학급이 위치한 지상 1층. [김종호]

아이뜰유치원은 층별로 바닥 색깔을 달리했다. 현관으로 들어오면 만나게 되는 지하 1층은 공용공간으로 노랑, 지상 1~3층은 각각 5~7세 학급이 위치하는데 바닥색을 주황, 연두, 파랑으로 차별화했다. 사진은 5세 학급이 위치한 지상 1층. [김종호]

층마다 6개 교실이 있으며 상당수 교실의 벽이 투명한 유리벽이다.

층마다 6개 교실이 있으며 상당수 교실의 벽이 투명한 유리벽이다.

옥상에 위치한 샤워실.(왼쪽) 옥상의 야외수영장. 소실봉의 푸른 녹음을 즐기며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옥상에 위치한 샤워실.(왼쪽) 옥상의 야외수영장. 소실봉의 푸른 녹음을 즐기며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주변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테라스와 중정(中庭)을 곳곳에 설치한 점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공용공간의 실내 놀이터에서 창문만 열면 넓은 테라스 공간과 바로 연결된다. 5세 학급층에서도 나무데크가 깔린 테라스 공간을 만나게 된다. 3개 층을 관통하는 벚나무 여러 그루가 심어진 중정도 있다. 6세 학급층과 7세 학급층에서는 소실봉 산자락을 향한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짙푸른 녹음을 접할 수 있다. 옥상에 설치된 옥외 수영장 역시 소실봉의 짙푸른 숲을 바로 접하고 있어 고급스러운 풀빌라에 놀러온 느낌까지 든다. 

또 다른 특징은 상당수 교실의 벽이 투명한 유리벽이란 점이다. 이는 원생들에 대한 교육의 투명성 효과 못지않게 공간감을 확장하는 효과까지 발휘한다. 

채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창문 배치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뜰유치원은 되도록 많은 빛이 실내로 스며들 수 있게 시간대별 해의 위치를 감안해 가로로 긴 창과 세로로 긴 창을 섞어 배치했다. 설계를 맡은 손진 이손건축 대표는 “가장 신경 쓴 것은 산기슭 경사지라는 주변 환경에 조응하는 것이었고, 그다음으로 빛과 뷰(view)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뜰유치원의 창은 단순히 실내로 빛을 끌어들이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으로 공간을 확장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산기슭 쪽으로 난 통유리를 배경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를 보고 있노라면 숲속 교실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아이뜰유치원은 인근 수지구 아파트 단지에서 7년간 유치원을 운영하며 이상적 공간을 모색하던 자매 건축주(홍성은·홍성희 원장)의 갈증과 2000년대 들어서만 5개 유치원을 설계한 건축가의 노하우가 만나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홍성희 원장은 “도심 유치원이라 해도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진 대표는 “한국 아파트 단지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 의식에서 유치원을 짓는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는 도심 역할을 하는 공간을 결여하고 있습니다. 도심의 심(心)은 곧 마음이란 점에서 한국 아파트는 마음을 상실했다고도 할 수 있죠. 유치원은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교사와 부모의 공간이기도 해서 그런 마음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며 유치원을 짓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아이들이 공동체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작은 도시’를 짓는다는 생각으로 유치원의 공간을 설계합니다.”




주간동아 2018.06.20 1143호 (p68~73)

  • | 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사진 =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사진 제공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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