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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막후 1등 공신 앤드루 金

美 국익 최우선 하는 냉혹한 정보세계의 ‘저승사자’

북·미 정상회담 막후 1등 공신 앤드루 金

5월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와 함께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동아DB]

5월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와 함께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동아DB]

*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보·외교 소식통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움직이는 양김(兩金)과 미국 관료 시스템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양김과 미국 관료 시스템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양김부터 살펴보자. 양김은 양지의 김과 음지의 김으로 나뉜다. 양지의 김은 판문점 통일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담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가리킨다. 공군 정훈감을 지낸 김기완 예비역 대령의 아들로 한국 이름은 김성용이다. 그는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 가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과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주한 미국대사 등을 지냈기에 그를 아는 한국인이 상당히 많다. 

음지의 김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KMC)을 맡고 있는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이다. 서울고 재학 중 가족과 이민을 간 그는 CIA에 들어가 태국과 중국 등에서 근무했고, 한국거점장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자를 지낸 뒤 은퇴했다. 특이한 것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국정원)장과 5촌 관계라는 점이다. 한국거점장 시절 그는 아저씨뻘인 이 전 원장을 자주 만났고, 지금은 서훈 국정원장과 접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300여 명의 정보맨 이끈 베테랑

지난해 5월 CIA가 요원 300여 명으로 코리아임무센터를 만들자 그는 재입사해 센터장을 맡았다. 음지의 전사인 만큼 그는 정보맨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인물이었다. 3월 말 그는 CIA 국장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와 함께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했는데, 5월에야 그 사실이 공개돼 비로소 그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 정보 관계자는 이러한 말을 했다. 

“CIA는 집중공작을 해야 할 경우 임무센터를 만든다. 현재는 핵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란과 북한, 2개의 임무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정보업무의 경우 일선에 나가 첩보를 수집하고 공작을 펼치는 것과 입수한 첩보를 분석·판단해 정보를 생산하는 것으로 양분된다. 보통은 객관성을 갖추고자 수집·공작과 분석·판단을 분리해 가동하지만, 집중공작이 필요하면 임무센터를 만들어 두 분야를 융합한다. 분석관이라 해도 필요하면 현지에 들어가 분석·판단을 통해 바로 공작하게 하고, 정보관도 공작에 투입하는 식이다. 현역 정보요원이 타국에 들어가 활동하다 검거되면 간첩혐의를 적용받기에 외교적으로 큰 파문이 일어난다. 은퇴자들은 그러한 위험이 없는 데다 원숙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집중공작이 필요하면 CIA는 은퇴자들을 에이전트로 고용해 임무센터를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아침 CIA 코리아임무센터로부터 북한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와 대응책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핵은 CIA뿐 아니라 국무부와 국방부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경쟁이 일어나는데,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더 잡아끄는 것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북한과 어떤 대화통로를 구축하는지와 관련 있다. 대북정보에 관한 전통적인 강자는 군사정전위원회와 한미연합사를 거느린 미 국방부다. 그러나 1991년 북한이 군사정전위원회를 무력화한 후 국방부는 대북정보는 많아도 대북채널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는 CIA와 국무부가 주도하게 됐다.


조셉 윤과 빅터 차의 잇따른 실패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앞줄 맨 왼쪽)은 비행기 안까지 들어가 이들을 맞았다. [뉴시스]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앞줄 맨 왼쪽)은 비행기 안까지 들어가 이들을 맞았다. [뉴시스]

대북채널을 먼저 뚫은 것은 국무부였다. 계기는 북한 선전물을 훼손한 혐의로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 사건이었다. 지난해 조지프 윤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웜비어의 건강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의 귀환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북한과 채널을 구축했다. 그런데 미국으로 돌아온 웜비어가 바로 사망해버렸기에 미국 내 여론이 나빠졌다. 국무부는 윤 특별대표가 뚫은 대북채널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는 인척, 서훈 국정원장과는 서울고 동문이라는 인연을 갖고 있는 앤드루 김이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냈다. 

미국 헌법은 황제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통 공화당맨이 아니다. 그러나 공화당에 그만한 국민적 지지를 받아낼 정치인이 없었기에 그를 대선후보로 지명하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마이크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게 했다. 펜스는 ‘펜스 룰’(일대일로는 여성을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는 말을 탄생시킬 만큼 엄격한 사람이니,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를 견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하기 직전 펜스 부통령은 웜비어 부모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천안함기념관을 둘러봤다. 

앤드루 김도 펜스 부통령과 같이 방한했는데, 그때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풀어가야 하니, 북·미 관계를 잘 가져가야 남북관계도 잘 된다 보고 대미외교에도 힘을 쏟았다. 그러한 때 일어난 것이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취소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빅터 차를 주한 미국대사로 확신했기에 그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를 눈치 챈 트럼프 정부가 빅터 차의 내정을 취소해버렸다. 미 국무부는 조지프 윤에 이어 빅터 차 카드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 기관 가운데 대북채널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곳은 국정원이다. 북한 통일전선부(통전부)와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하던 국정원은 한국거점장을 지낸 앤드루 김에게 북한특사인 김여정과 함께 한국에 온 맹경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부장을 만나게 해줬다. 이 접촉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낳은 첫 번째 자리로 꼽힌다. 그러나 정보에 밝은 이들은 그 전에 싱가포르, 스웨덴, 뉴욕 등 미국과 북한 공관이 함께 있는 곳에서 CIA와 북한 정보기관 실무자 간 사전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고 동문인 정의용-서훈-앤드루 김 라인은 조용히 가동됐기에 ‘한국과 커넥션’ 문제로 밀려난 빅터 차의 길을 걷지 않았다. 이는 국정원이 확보한 정보가 CIA의 코리아임무센터로 유입됐다는 의미가 된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정원의 협조를 받은 앤드루 김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리고 나올 수 있도록 일을 성사시켰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은 비행기 안까지 들어가 이들을 맞이했다. ‘정치인’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해냈다는 모습을 미국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기정사실화되자 미 조야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행동을 막고자 노력했다.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만들었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리비아식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자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의 일부 매체에도 볼턴 보좌관을 매파로 모는 논설이 등장했다. 그러한 때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막 사직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가 북한의 대외전략을 폭로하는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출간했다. 5월 14일 심재철 국회부의장(자유한국당)이 그를 국회로 초청해 연설하게 했다.


태영호를 의식하는 북한

북한은 즉각 남북고위급회담 개최를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취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표변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권유한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하자 홀대하고, 북·미 정상회담마저 취소한다는 편지를 공개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한국 길들이기는 가능해도 트럼프 대통령 길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을 간파한 듯, 즉각 문 대통령을 판문점 통일각으로 초청해 도움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로 북·미 정상회담이 살아나자 북한은 중국도 끌어들였다. 중국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중국 요인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날아가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와 중국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고 태영호 씨를 비롯한 한국 보수세력을 억누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는 맞춰준 것이다. 한 미국 소식통의 분석이다. 

“북한은 독재국가라고 하지만 외교·안보 정책만큼은 수령이 결정하지 않는다. 유럽 근무경력을 가진 정통외교관 출신들이 방안을 만들면 김정은 위원장이 거의 100% 수용한다. 한국에는 독일 통일을 한반도에 적용해보려는 이가 매우 많은데, 북한도 독일 통일에 대해 많이 분석했다. 그런데 관점이 다르다. 북한은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이유를 분석해 이를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평화적으로 한국에 흡수되는 통일을 막는 것이 북한 외교의 큰 목표라는 의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똑똑했지만, 일정한 범위에서 행동하고 결정했기에 예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종잡을 수가 없다. 막강한 미군 통수권자이니 그는 한순간에 긴장을 촉발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왔다. 전쟁과 긴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상당한 고통이 된다. 그렇다면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면서, 그가 재임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전용기를 제공하며 북·미 정상회담에 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줄 것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우군을 얻었으니 이를 기꺼이 수행한 것이다. 완전한 북핵 폐기(CVID)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니 일단은 ‘하겠다’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끌면 의심받으니 핵실험장에 이어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같은 행사를 거듭한다. 

북한 외교관들은 여러 스캔들과 중간선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북한이 굴복하는 모습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하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시진핑 정권의 운신 폭이 커지고, 그에 따라 대북제재를 부분적이라도 해제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외교전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트럼프는 언제든지 표변한다

주한 미국대사로 낙점됐다 취소된 빅터 차(위). 트럼프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가까워진 사람에게는 한반도 임무를 맡기려 하지 않는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눈물을 훔치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고교 동문인 앤드루 김과의 관계가 주목된다. [뉴스1, 공동사진기자단]

주한 미국대사로 낙점됐다 취소된 빅터 차(위). 트럼프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가까워진 사람에게는 한반도 임무를 맡기려 하지 않는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눈물을 훔치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고교 동문인 앤드루 김과의 관계가 주목된다. [뉴스1, 공동사진기자단]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지만 미국 조야는 ‘북한에 너무 많은 선물을 줬다’며 싸늘한 분위기다. ‘천하의 트럼프’도 미국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싱가포르 회담 결과와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 미국 여론이 크게 나빠지면 그는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그때 그가 표변의 핑계로 문 대통령을 걸고 넘어갈 수 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고 문 대통령이 보증했기에 만나준 것인데, 그것이 아니니 방향을 바꾼다”고 하는 것이다. 

앤드루 김이 어떠한 보고를 올리느냐도 관건이다. 판문점 회담 때 서훈 국정원장은 눈물을 흘렸는데, 이에 대해 많은 정보맨이 “정보 책임자로서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노출했다”고 비판한다. 웃으면서 칼을 꽂아야 하는 것이 정보 책임자인데, 서 원장이 보통 사람의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게 알려졌으니 북한은 그 약점을 파고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앤드루 김은 베테랑이다. 그가 따뜻한 인품을 가진 서 원장과 끝까지 한배를 탈 것 같지는 않다. 정보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혹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분기점은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가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남북한은 2007년 노무현-김정일 회담이 있었던 10월 4일을 3차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일로 잡아놓고 일정과 행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문 대통령을 능라도의 5·1경기장에 모셔놓고 집단체조 아리랑의 후속작인 ‘빛나는 조국’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시진핑 주석, 문재인 대통령의 필요성이 결합했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따라서 각국 정치와 주변 사정이 요동치면 이 연대는 풍비박산 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여론과 폼페이오 장관, 앤드루 김의 판단에 더 좌우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밖으로는 국무부 소속인 성 김을 쓰지만 안으로는 CIA 출신인 앤드루 김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앤드루 김은 문재인 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을 박대하고 북·미 정상회담 거절 카드를 제시하도록 한 ‘저승사자’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간동아 2018.06.20 1143호 (p24~27)

  •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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