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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서 놀멍, 쉬멍, 먹으멍

서울 연남동 제주맥주 팝업스토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가보니

연남동에서 놀멍, 쉬멍, 먹으멍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6월 1일 문을 연 제주맥주 팝업스토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6월 1일 문을 연 제주맥주 팝업스토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민트색 배경에 하얀색 글귀가 쓰인 사진이 눈에 띄었다. 제주도와 연남동이라고? 호기심에 클릭해보니 올해 초 제주 여행을 갔을 때 “제주도에서만 파는 맥주”라는 이야기에 열심히 마시다 못해 바리바리 싸들고 온 ‘제주맥주’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전국 각지 이름을 내건 브루어리와 맥주 브랜드는 많았지만 이렇게 크게 팝업스토어를 열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건 제주맥주가 처음이라 호기심이 동했다. 

올해 초 제주도에 갔을 때 편의점에서 민트색 ‘제주 위트 에일’ 패키지에 이끌려 맥주 3캔을 1만2600원에 샀다. 한 캔에 4200원. 여정 내내 1일 1캔씩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서울에 올 때도 6캔을 낑낑대며 들고 왔는데 그 당시만 해도 제주에서만 파는 맥주였다. 그래서 “흔한 감귤 초콜릿 대신 감귤향 나는 맥주 한 캔 어때?”라고 건네면 제주에 다녀온 티를 확실히 낼 수 있었다. 다들 이런 맥주가 있느냐며 신기해했으니까. 이제는 전국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제주의 맛을 즐긴다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주 위트 에일’과 곁들여 먹기 좋은 감귤칩.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주 위트 에일’과 곁들여 먹기 좋은 감귤칩.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3년 55곳이던 국내 수제맥주 업체는 주세법 개정 이후인 2015년 72곳, 2016년 81곳, 지난해 95곳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20여 곳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매출액은 2016년 295억 원에서 지난해 398억 원까지 증가했다. 2017년 8월 1일 공식 출범한 제주맥주주식회사는 세계적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Brooklyn Brewery)의 아시아 첫 자매 회사다. ‘제주 위트 에일’을 시작으로 제주 청정원료를 활용한 맥주를 만들어 크래프트 맥주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주맥주가 내놓은 맥주는 현재까지 ‘제주 위트 에일’ 한 종류. 제조사 측 설명에 따르면 유기농 제주 감귤 껍질을 사용해 은은한 감귤향과 부드러운 음용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제주 위트 에일’은 500㎖ 3본입 패키지로 제주공항을 비롯한 제주의 일부 관광지에서만 살 수 있었다. “관광객의 뜨거운 반응으로 2차 제작 물량 조기 완판을 달성했다”는 게 제주맥주 관계자의 설명. 2017년 11월부터는 제주 전 지역 편의점(GS25, CU, 세븐일레븐 등)에서 ‘제주 위트 에일’을 구매할 수 있게 됐고, 올해 6월 1일부터는 전국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이라는 팝업스토어도 제주맥주의 전국 진출을 기념해 연 것이다.


탐나는 피크닉세트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는 맥주 구매 시 무료로 피크닉세트를 빌려준다.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는 맥주 구매 시 무료로 피크닉세트를 빌려준다.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 즐길 수 있는 ‘제주 위트 에일’과 흑돼지 핫도그, 훈제통삼겹구이, 감귤크림새우꼬치(왼쪽).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는 ‘제주 위트 에일’을 생맥주로 즐길 수 있다.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 즐길 수 있는 ‘제주 위트 에일’과 흑돼지 핫도그, 훈제통삼겹구이, 감귤크림새우꼬치(왼쪽).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는 ‘제주 위트 에일’을 생맥주로 즐길 수 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6월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주맥주의 전국 진출은 유통망 확대를 넘어 제주에서 탄생한 국내 수제맥주의 경쟁력과 가치를 더 많은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하는 데 그 의미가 크다”며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대규모 마케팅으로 국내 수제맥주시장에서 확고한 1위, 나아가 기존 맥주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시중에 다양한 수제맥주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제주맥주의 원대한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한림읍에 있는 제주맥주 양조장에서는 일본 아사히나 삿포로 맥주공장처럼 다양한 체험과 맥주 시음이 가능하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투어비는 1만2000원. 하지만 서울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는 제주 양조장까지 가지 않고도 바로 뽑아낸 생맥주를 6000원에 즐길 수 있다. 원래 맥주 맛 좀 안다면 캔보단 ‘생’ 아닌가. 

“네가 워낙 귤을 좋아하니 기사가 우호적이지 않을까.” 함께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말이다. 하긴 제주에서도 실컷 마신 맥주를 캐리어에까지 넣어 온 사람이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은 일. 맥주에 일가견이 있는 남성 직장인을 섭외해 가감 없이 맛에 대해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6월 4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니 제주맥주 팝업스토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이 보였다. 6월 24일까지 운영되는 팝업스토어의 운영시간은 월~목요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금~일요일 낮 12시부터 자정까지다. 원래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 일명 ‘연트럴파크’의 유명 카페인 ‘빵꼼마’가 있던 건물이지만 6월까지는 제주맥주 팝업스토어로 운영된다. 7월부터는 ‘빵꼼마’가 재개장하기에 제주맥주를 캔이나 병이 아닌 생맥주 드래프트로 즐기려면 6월 24일 안으로 찾아가는 것이 좋다. 

“혼저옵서예~ 제주맥주입니다.” “제주맥주입니다~ 드시지 않아도 구경 한번 하고 가세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이게 뭘까’ 하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건물을 살폈다. 그만큼 ‘시선 강탈’을 제대로 하는 건물이었다. 야자수와 현무암 돌담으로 꾸민 외관이 이색적이었다. 곳곳에 놓인 서핑보드와 유채꽃도 팝업스토어를 더욱 화사하게 만들었다. 취재 도중 바른미래당 선거 유세 차량이 건물 앞을 지나갔음에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밝은 민트색의 팝업스토어는 연트럴파크 인근 매장 중에서도 단연 튀었다.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 진행 예정인 비어 요가 클래스.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 진행 예정인 비어 요가 클래스.

매주 주변 식당의 인기 메뉴를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소금크림빵’ ‘창도름순대’ ‘갈치튀김’ ‘램오버라이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매주 주변 식당의 인기 메뉴를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소금크림빵’ ‘창도름순대’ ‘갈치튀김’ ‘램오버라이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연트럴파크 인근에는 이 건물 외에도 민트색 플래카드를 큼직하게 붙인 건물들이 있었는데, 제주맥주와 행사 기간 제휴를 맺은 안테나숍(크래프트한스, COSY M, 연남부르스리, 술트럴파크)이었다. 이곳에서는 매장의 음식과 함께 ‘제주 위트 에일’을 병으로 즐길 수 있었다. 

일단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맥주 구매 영수증이나 신분증을 제출하면 ‘비어 피크닉세트’를 빌려준다는 점이었다. 연트럴파크에 자리를 깔고 앉으려면 돗자리를 별도로 가지고 다니거나 편의점에서 4000~5000원씩 주고 번쩍이는 은색 돗자리를 사야 하는데, 비슷한 가격에 맥주 한 잔 홀짝인 후 공원에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었다. 민트색 스트라이프가 그려진 돗자리는 물론이고 무드 랜턴과 컵 홀더, 리넨 담요에 간이의자까지 빌려주니 다른 걸 더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이 조합을 따로 사고 싶을 정도였다. 

다만 경의선 숲길 공원은 1월 1일부터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 운영되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공원 내 음주는 금지다. 2층 라운지가 청량하게 꾸며져 있으니 맥주는 실내에서 즐기고 영수증을 낸 뒤 돗자리를 받아 잔디밭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매장 관계자는 “피크닉세트를 빌리는 모든 분에게 되도록 매장에서 맥주를 소비해달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맥 클래스는 벌써 만석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에서 제주맥주의 ‘비어 피크닉세트’를 빌려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에서 제주맥주의 ‘비어 피크닉세트’를 빌려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기간 열리는 낮맥 클래스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이외에도 1주 차에는 캔들 만들기, 2주 차에는 비어 요가, 3주 차에는 마크라메(서양 매듭) 수업이 무료로 진행되는데, 이 역시 예약이 꽉 차 있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이불 밖은 위험해’에 강다니엘과 시우민 등 멤버들이 맥주를 마시며 비어 요가를 하는 모습이 나온 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월요일이었지만 금요일과 주말, 공휴일에는 특정 시간에 따라 주변 인기 식당의 메뉴를 100명 한정으로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한다. 라인업도 유명 음악 페스티벌처럼 화려했다. ‘몬스터피자’의 조각피자, ‘질할브로스’의 램오버라이스, ‘푸하하’의 소금크림빵, ‘쉬림프박스’의 새우버터구이, ‘오라방’의 갈치튀김과 창도름순대…. 선착순 이벤트와는 크게 인연이 없는 편이라 이날은 주요 메뉴를 시켜 하나씩 맛보기로 했다. 

풍부한 거품과 함께 상큼한 과일향이 느껴지는 생맥주 두 잔(한 잔에 6000원)과 흑돼지 핫도그(6000원), 감귤크림새우꼬치(8000원), 훈제통삼겹구이(1만 원)를 들고 2층 라운지로 향했다. 커플세트(맥주 2잔과 핫도그 1개)나 피크닉세트(맥주 4잔과 핫도그 2개)를 선택하면 3000원에서 6000원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많이 먹을 거라면 세트 메뉴가 이득이다. 제주 바다를 모티프로 한 시원한 인테리어의 2층 라운지 벽면에 ‘우리는 유행을 양조하지 않습니다. 우리만의 맥주를 양조합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안주의 양과 가격은 이 지역 일대의 다른 술집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종이접시나 데커레이션 등은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사 먹는 음식과 비슷하고 맛도, 양도 거의 같은 느낌이었다. 특이한 건 맥주에 제주 감귤 가니시를 동동 띄워준다는 점이었는데 이게 별미였다. 얇게 썰어서 건조한 제주산 감귤에 화이트초코 크림을 살짝 묻혀놓았는데, 바삭하고 달콤한 게 맥주와도 잘 어울리고 아주 맛있었다. 결국 팝업스토어를 나서면서 ‘제주를 담은 감귤칩’ 한 박스(20봉)를 1만1000원에 따로 샀다. 개별 판매 가격은 1봉에 600원이다. 매장 관계자는 “원래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맥주를 사면 제공하는 제품이지만, 워낙 별도로 판매해달라는 이야기가 많아 출시했다. 상자가 예쁘다며 상자째 사가는 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제주 위트 에일’은 어떤 사람이 선호할까. 일단 흑맥주나 끝 맛이 강한 맥주, 도수가 높은 술을 좋아한다면 제주맥주가 술처럼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트러스향을 좋아하고 풍성하면서도 부드러운 거품을 선호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 맥주 시음에 동행한 남성 직장인 안태은 씨는 “평소 묵직한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호가든’이나 ‘크로넨버그 1664 블랑’처럼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상큼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서 나중에 여자친구와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다. 다음에는 피크닉세트도 빌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상큼한 맥주 좋아한다면

제주 바다를 콘셉트로 꾸민 2층 라운지.

제주 바다를 콘셉트로 꾸민 2층 라운지.

제주맥주 팝업스토어 내 굿즈를 살 수 있는 MD쇼룸.

제주맥주 팝업스토어 내 굿즈를 살 수 있는 MD쇼룸.

팝업스토어 곳곳에는 제주 바다를 닮은 포토존 외에도 엽서를 쓰면 행사 기간 종료 후 발송해주는 공간이 따로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1층 MD쇼룸에서는 제주맥주 굿즈를 팔았다. 열쇠고리 오프너와 자석의 가격은 각각 4000원, 석고 방향제는 1만 원, 네임태그는 7000원이었다. 유명 카페나 맥주 브랜드로부터 자사 캐릭터와 로고를 받아 판매하는 제품들보다 저렴했다. 이날 팝업스토어에서는 열쇠고리 오프너와 감귤칩 한 박스를, 근처 CU 편의점에서는 ‘제주 위트 에일’ 500ml 캔(4200원)을 여러 개 구매했다(참고로 팝업스토어 맞은편 크래프트한스 연남직영점에서 주문할 수 있는 제주 위트 에일 병맥주는 330㎖에 7500원이다). 

제주는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이 있는 곳이다. 어떤 계절에 가도 멋지다. 그렇기에 이효리-이상순 부부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과 일반인이 제주에 정착하는 게 아닐까. 당장 휴가를 내고 제주에 갈 수는 없으니 일단 맥주로 ‘제주앓이’를 잠재워야겠다. 그러니 제주맥주는 ‘맥덕’(맥주 덕후)을 위해 순순히 다른 맛의 맥주를 내놓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 기왕이면 감귤칩도 좀 더 여러 곳에서 팔았으면 좋겠다. 또 사 먹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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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상륙제주의맛 #가니쉬도맛있네 #IPA도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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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8.06.13 1142호 (p40~45)

  •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박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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