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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프로젝트

‘바다 위의 성’ 아난티 코브

풍광과 인간을 섬기려 스 스로를 한껏 낮춘 ‘서번트 건축미학’

‘바다 위의 성’ 아난티 코브

[윤준환]

[윤준환]

●장소 :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8-31 
●완공 : 2017년 7월 1일 
●설계 : 민성진 SKM 아키텍츠 대표 
●수상 : 2017년 부산다운 건축상 금상


‘바다 위의 성’ 아난티 코브
1 아난티 코브 내 5성급 호텔인 ‘힐튼 부산’ 10층 로비와 연결된 야외 바. 

2 아난티 코브 내 펜트하우스의 드롭오프존. 자동차를 타고 지하터널을 지나 콘크리트 원형 구조물에 내리면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3 호텔 10층 로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통과하도록 설계된 독특한 복도. 



[신경섭]

[신경섭]

4 펜트하우스 앞에 마련된 아난티 정원의 야외 휴식공간. 

5 펜트하우스 객실 내부. 탁 트인 바다를 만끽하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주황색 조명과 갈색 마룻바닥, 그리고 자체 제작한 가구로 채워져 있다. 

6 바다와 하늘을 함께 접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을 살리기 위해 스타디움처럼 세워진 펜트하우스.


한국의 전통 건축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것으로 경북 영주 부석사와 전남 해남 미황사를 꼽는다. 두 사찰 모두 산중턱의 오르막길에 지어졌다. 일주문을 지나 돌계단을 한참 오르다 누각을 통과해 본존불을 모신 법당을 마주하는 순간 풍진 속세를 잊게 만드는 절경을 만나게 된다. 이를 지은 건축가는 교묘한 건축술로 두 사찰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을 꼭꼭 감춰뒀다 마지막 순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영상예술의 장인에 비견할 만하다. 

지난해 7월 완공된 부산의 대규모 리조트 단지 아난티 코브는 이런 부석사와 미황사의 건축미학을 현대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 위의 성’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을 꼭꼭 감춰뒀다 결정적 순간에 풀어놓기 때문이다. 건축가인 민성진 SKM 아키텍츠 대표는 이를 ‘공간의 시퀀스 변화’라고 불렀다. 

아난티 코브는 부산시 동남쪽에 위치한 기장군에 대규모(366만2725.4㎡)로 조성 중인 오시리아관광단지의 랜드마크로 평가받는다. 규모부터 다르다. 7만5837㎡(약 2만3000평) 대지에 17만8734㎡(약 5만4000평) 연면적을 자랑한다. 프리츠커 프로젝트에서 소개했던 건축 가운데 가장 컸던 뮤지엄 산과 비교하면 대지 면적은 비슷하지만 연면적은 30배나 넓다. 

리조트개발기업 아난티(옛 에머슨 퍼시픽·대표 이만규)가 지은 아난티 코브는 크게 3공간으로 구성됐다. 5성급 호텔인 힐튼 부산과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콘도), 아난티 타운(대형서점과 온천, 15개 상점으로 구성된 쇼핑 공간)이다. 

이들 3공간의 진면목을 외부에선 알 수 없다. 하얀색으로 통일된 호텔과 콘도의 등만 보이기 때문이다. 차량을 이용해 이들 3공간에 진입하는 통로와 원형으로 이뤄진 드롭오프존(drop-off zone·승하차 지점)이 모두 다르다.

호텔이 가장 극적이다. 드롭오프존에 내리면 하얀 벽이 막아선다. 쭈뼛거리며 다가서면 좌우로 갈라지는 자동문이다. 이를 통과하면 역시 벌집 또는 동굴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하얀 목조로 장식된 통로를 지나게 된다. 방문객 대부분이 그 특이한 공간 구성에 놀라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다. 일상을 벗고 신성한 공간으로 진입함을 일깨워주는 사찰 일주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신성’을 ‘휴식’으로 대체했을 뿐. 

보통 호텔 1층에 있는 로비는 맨 꼭대기인 10층에 위치해 있다.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로비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10층으로 직행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에 들어서면 이 호텔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이 펼쳐진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사파이어 빛 하늘이 불분명한 경계를 사이에 두고 끝없이 펼쳐진 풍광이다. 초록이 지쳐 잠든 바다를 뚫고 흰 파도가 이를 드러내듯 쪽빛 하늘 사이로 흰 구름이 손짓을 해댄다. 발길은 절로 창가로 향한다. 

넋을 놓고 그 풍경을 바라보다 발아래를 보면 수영장과 바다 수평선이 접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야외 인피니트풀과 녹색으로 길게 펼쳐진 잔디, 그리고 그 앞 갯바위를 따라 굽이쳐 돌아가는 산책로가 눈에 들어온다. 제일 좋은 풍광을 꼭꼭 감춰뒀다 파노라마처럼 선물해주는 것이다. 

그제야 흡족한 표정으로 로비 공간을 둘러보면 굽이치는 파도 같기도 하고 구름 같기도 한 흰색 메탈 장식의 몽환적 천장이 눈에 띈다. 이어 짙은 갈색 목조마루로 이뤄져 안정적인 바닥이 보인다. 전자가 여행의 흥분을 살짝 부채질한다면, 후자는 여독을 풀어주는 편안함을 안겨준다.


풍광을 극대화, 인간을 최대한 배려한 공간 연출

‘바다 위의 성’ 아난티 코브
1 호텔이나 콘도 투숙객이 아니어도 아난티 코브의 풍광과 시설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아난티 타운. 주말에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2 펜트하우스 동과 동 사이에 있는 동백나무. 주변 자연풍광을 받치기 위해 아난티 타운 전체 바탕색인 조화를 이루도록 빨간색 꽃이 피는 동백나무를 심었다. 



‘바다 위의 성’ 아난티 코브
3 아난티 타운의 야외광장. 편안한 목조데크 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광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4 아난티 호텔 지하 2층의 대형서점 ‘이터널 저니’. 책 판매보다 편안한 독서체험을 위해 지어진 공간으로 아난티 타운과 바로 연결된다.


펜트하우스에서 이런 체험은 좀 더 심층적이다. 차량 동선이 지하 깊숙이 들어간다. 램프를 따라 조명등이 켜진 동굴 같은 지하도로를 통과하면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연상케 하는 콘크리트 원형 구조의 드롭오프존에 도작한다. 둥근 천장의 채광창을 통해 희미한 빛이 흘러 들어오지만 심해 같은 느낌이다. 거기서 계단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가거나 묵직한 문을 열고 지하 2층 로비로 들어서면 비로소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풍광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호텔 로비에서 체험과 차이가 있다. 호텔에서 본 풍광이 살짝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면 펜트하우스에서 바라본 풍광은 가슴 깊이 파고드는 묵직함이 있다. 호텔이 하늘 아래 바다라는 수직의 느낌이 강하다면 펜트하우스에서는 바다 너머 하늘이라는 끝 갈 데 없는 수평의 느낌에 압도된다. 

이와 달리 아난티 타운에선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호텔 지하 2층에 해당하는 위치에 바다를 접한 광장과 편의점, 카페, 식당, 다양한 부티크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이 공간은 호텔과 펜트하우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버스에서 내리면 도보로 2~3분 안에 접근할 수 있고 아난티 코브 바로 앞을 지나가는 수변공원 산책로인 갈매길(전체 8km)과 붙어 있다. 

또 호텔 지하 2층 1600㎡ 면적에 2만5000권의 책을 소장한 대형서점 ‘이터널 저니’와 지하 암반 온천수가 나오는 지하 4층의 ‘워터하우스’와 연결돼 당일치기 이용이 가능하다. ‘이터널 저니’의 서가는 책등이 아닌 책 표지를 보여주며,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심지어 아난티 타운의 편의점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돌아와 책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그만큼 호텔이나 펜트하우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과도 좋은 풍광을 나누겠다는 공공성에 충실한 공간이다. 

아난티 코브는 이렇듯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사람을 배려해 지어진 건축이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 위용을 과시하기보다 풍광을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4개 동(지상 3개 동과 지하 1개 동)으로 이뤄진 펜트하우스다. 

바닷가 갯바위를 등지고 이들 동을 바라보면 최대한 뒤로 누운 형태의 건축이다. 그 대신 바다를 정면으로 보면서 하늘빛을 함께 담도록 테라스 공간을 최대한 앞으로 뽑았다. 갯바위 바닷가를 아레나로 삼은 스타디움 구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객실 하나하나가 하늘과 바다를 한껏 품에 안을 수 있는 효과를 낳았다. 

민성진 대표는 이를 자연과 융합하면서 사람들을 압도하지 않기 위한 ‘건축적 제스처’라고 설명했다. 

“원래 이 공간은 낚시꾼과 캠핑족만 찾는 평범한 갈대밭이었습니다. 건축을 통해 그 고유한 풍광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끌어올려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축이 자연과 융합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되 풍광과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건축이 아난티 코브의 철학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변 산책로를 접한 공간은 휴먼 스케일에 걸맞게 2층 높이를 유지하거나, 정원을 만들면서 건축을 위한 공간은 최대한 뒤로 뺐습니다.” 

이를 듣고 다시 아난티 코브를 보고 있노라니 무릎 꿇은 채 두 손을 모아 공손히 내밀면서 상체는 뒤로 잔뜩 젖힌 인간의 모습이 떠올랐다. 풍광과 인간을 위해 스스로를 한껏 낮춘 이런 건축에 걸맞은 이름으로 ‘서번트 건축’만 한 게 또 있을까.




주간동아 2018.04.11 1133호 (p58~63)

  • | 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사진 =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사진 제공  ·  SKM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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