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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의 쫄깃한 일본

‘로봇 바리스타’가 타준 커피 맛은?

로봇과 동거 본격화된 일본 … 인공지능 면접관까지 등장

‘로봇 바리스타’가 타준 커피 맛은?

로봇 바리스타. [김범석 기자]

로봇 바리스타. [김범석 기자]

2월 4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渋谷)구의 한 백화점. 지하 1층 카페에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10㎡(약 3평)의 비좁은 공간임에도 사람들은 다닥다닥 붙어 바리스타를 사진 찍고 있었다. 인기 스타의 ‘팬미팅’이라도 열린 듯, 그들은 바리스타의 모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2월 1일 문을 연 이곳은 ‘이상한 카페(変なカフェ)’. ‘이상한’ 것은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로봇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드립커피, 카페라테, 카페모카 등 7개 메뉴를 만든다. 로봇 바리스타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리스타의 정체는 미국산(産) 로봇 ‘소여’다. 관절 7개의 긴 팔이 달려 있고, 몸통 위에 붙은 태블릿PC가 얼굴이다. 피곤할 때는 눈도 깜빡인다. 

드립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자동판매기에서 티켓을 구매한 뒤 티켓을 QR코드 리더기에 대면 작업이 시작된다. 로봇은 원두커피 분쇄기를 눌러 커피콩을 갈고, 이 가루를 추출기로 옮긴 다음 버튼을 눌러 물을 내린다. 컵을 움직일 때는 집게손가락 2개를 이용한다. 커피가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분. 그사이 커피 가루가 묻은 추출 그릇을 싱크대로 옮겨 설거지를 한다. 주문이 많을 때는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며 양해를 구하고, 주문이 없을 때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어떻습니까?”라고 말하며 커피 구매를 유도한다. 로봇이 만든 드립커피 한 잔 가격은 320엔(약 3200원). 


일본 도쿄의 한 백화점 카페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든다. 물을 내려 커피를 만드는 모습과 완성된 커피를 집게손가락 2개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습(왼쪽부터). [김범석 기자]

일본 도쿄의 한 백화점 카페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든다. 물을 내려 커피를 만드는 모습과 완성된 커피를 집게손가락 2개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습(왼쪽부터). [김범석 기자]

이 카페는 일본 여행업체 ‘H.I.S’가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2년 전에도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시에 로봇이 투숙객을 맞는 ‘로봇 호텔’을 차린 바 있다. 현장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작은 카페라도 최소 2~3명이 필요한데 지금은 커피, 우유 등 재료를 채우는 관리자만 있으면 된다”며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업체 측은 점포 확장을 계획 중이다. 

카페 바로 위층 전시장에서는 또 다른 로봇이 기다리고 있었다. 1월 소니가 발표한 강아지 로봇 ‘아이보’의 체험전이 열리고 있는 것. 앞뒤 카메라 2대로 사물을 인식하고 머리와 등에 촉각 센서가 달려 있어 사람이 만지면 웃는 표정을 짓는다. “손!”이라고 외치면서 아이보 앞에 손을 내밀면 마치 강아지처럼 자신의 앞발을 거기에 댄다. 주인이 길들이는 방법에 따라 행동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주인의 습성이나 특징 등을 수집하기 때문. 로봇 주변에는 아이가 많았지만 장년층도 적잖았다. 소니 관계자는 “혼자 사는 젊은이나 자녀를 결혼시키고 홀로 남은 장년 등 1인 가구가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탓 부족한 노동력 대체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의류 브랜드 ‘니코앤드’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AI 로봇 페퍼. [김범석 기자]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의류 브랜드 ‘니코앤드’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AI 로봇 페퍼. [김범석 기자]

최근 일본 사회는 로봇과 동거가 시작됐다고 할 정도로 생활 깊숙이 로봇이 들어와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의 로봇 제조업체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만든 감정인식 로봇 ‘페퍼’를 들 수 있다. 도쿄 하라주쿠(原宿)에 위치한 의류 브랜드 ‘니코앤드’ 매장 정문에서는 페퍼가 손님들을 맞는다. 히로시마(広島)의 ‘선루트’호텔에서는 페퍼가 손님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안내 직원으로 근무한다. 아직은 단순 작업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점점 더 고도의 능력을 지닌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채용 컨설팅 회사 ‘탤런트 앤드 어세스먼트(T&A)’가 지난해 8월 개발한 AI 면접 프로그램 ‘샤인(SHaiN)’이 대표적이다. 취업 희망자와 대화, 질문, 채점 등 3가지 능력을 가진 AI 로봇이 면접관으로 나선다. 야마자키 도시아키(山崎俊明) 탤런트 앤드 어세스먼트 대표이사는 “면접에 드는 인적·물적 비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정적 측면까지는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소니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강아지 로봇 아이보. [김범석 기자]

소니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강아지 로봇 아이보. [김범석 기자]

로봇의 등장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 사회는 저출산 현상에 따른 인구 감소로 현장 노동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2015년 조사)한 일본의 15세 이상 노동력 인구(취업자나 취업 희망자 수)는 6075만 명으로 5년 전보다 300만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인구 감소도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일본 인구수는 1억 2558만 3658명으로 전년보다 30만 8084명 감소했다. 1년 새 감소폭으로는 1968년 조사 이래 최대 규모다. 일자리는 그대로인데 일할 젊은이가 줄어드니 취업률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최근 발표한 대학생 취업률(지난해 12월 기준)은 86%로 7년째 오르고 있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로봇은 일손이 부족한 현 일본 사회에 해법이 될 것”이라며 “로봇과 동거는 좋든 싫든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입력 2018-02-13 11:31:53

  • |  동아일보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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