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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의 쫄깃한 일본

아무로 나미에 은퇴앨범이 대박난 비결

아무로 나미에 은퇴앨범이 대박난 비결

  • 김범석은… ‘동아일보’ 기자로 현재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 중이다. 같은 듯 다른 일본을 들여다보며 한국을 이해하고자 한다. 문화, 여행, 인생 모두 쫄깃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외모는 쫄깃하지 않고 담백한 편.
일본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41)는 데뷔 25년이 넘은 중견 가수다. 그런 그가 최근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베스트 앨범이 발매 두 달 만에 200만 장을 돌파했다. ‘판매량 200만 장’ 앨범의 등장은 일본에서 10년 만에 처음이다. 

1992년 데뷔한 아무로 나미에는 96년 솔로 앨범 ‘SWEET 19 BLUES’가 330만 장 넘게 팔리며 일본 톱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음악뿐 아니라 긴 생머리와 부츠 패션, 작고 가냘픈 몸매 관리법 등을 유행시키며 일본 젊은이의 우상이 됐다.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하던 이 중견 가수가 후배 가수들을 물리치고 인기 절정기를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로 나미에가 은퇴하는 법

일본 도쿄 시부야역 한 백화점에 
걸린 아무로 나미에와 통신사 도코모의 협업 화보. [김범석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역 한 백화점에 걸린 아무로 나미에와 통신사 도코모의 협업 화보. [김범석 기자]

시부야에서 열린 아무로 나미에 
특별 전시회. [김범석 기자]

시부야에서 열린 아무로 나미에 특별 전시회. [김범석 기자]

“데뷔 25주년을 맞아 오랫동안 생각해 온 ‘은퇴’라는 결의를 밝히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20일 아무로 나미에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018년에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튿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은퇴해서 아쉽다”고 언급했고, ‘아무로스’(AmuLoss·아무로 나미에가 사라진다는 뜻)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은퇴 준비는 곧바로 진행됐다. 일본 통신사 ‘도코모’는 전성기 시절의 아무로 나미에를 재현한 광고를 만들었다. 아무로 나미에 추종자들이 주로 모이던 도쿄 시부야에서는 그의 역대 앨범 재킷을 모은 전시회가 열렸고, 거리 곳곳에 그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NHK, 니혼TV 등 지상파 방송에서는 그의 25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기획이 쏟아졌다. 여기에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 현 일본 원호(元號)인 ‘헤이세이(平成)’의 종언과 맞물리면서 ‘아무로 나미에도 헤이세이와 함께 사라진다’는 ‘서사’도 등장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은퇴를 마치 시대 흐름의 변화처럼 여겼다. 곧 발매될 앨범이 그의 마지막 앨범이라는 것도 극적인 요소처럼 보였다. 그렇게 나온 음반은 200만 장을 넘기는 대성공을 거뒀다. 니혼TV의 뉴스프로그램 ‘뉴스제로’는 ‘그를 보고 자란 지금의 기성세대가 그의 은퇴 스토리에 공감했다’고 분석했다. 은퇴 선언 없이 그냥 음반이 발매됐다면 어땠을까. 


일본 군마현 도아이역 하행선 승강장(왼쪽)은 지하 300m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지상으로 가려면 486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김범석 기자]

일본 군마현 도아이역 하행선 승강장(왼쪽)은 지하 300m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지상으로 가려면 486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김범석 기자]

스토리의 중요성은 시골 기차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주고쿠(中國) 지방 돗토리(鳥取)현의 중심지에 있는 돗토리역은 지금도 역무원이 표를 직접 검사할 정도로 시골이다. 

필자는 최근 이곳을 찾았다. ‘0번 승강장’을 보고 싶어서였다. 돗토리현의 요나고(米子)역은 이 지역 출신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의 대표작 ‘게게게의 기타로’ 속 캐릭터들로 장식돼 있다. 만화 주인공인 요괴 캐릭터가 가득하다. 특히 괴기스러움을 나타내려고 승강장 번호를 1번이 아닌 0번부터 매겼다. 0번 승강장 앞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이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유라(由良)역은 인기 만화 ‘명탐정 코난(コナン)’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青山剛昌)가 돗토리 출신이라 아예 ‘코난역’으로 불린다. 만화 주인공이 관광지에서 부활한 느낌이었다. 돗토리현 관광교류국 관계자는 “2016년 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만320명인데 이는 현 전체 인구 56만 명의 5분의 1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 쓰러져 가는 간이역을 살린 것도 스토리다. 군마(群馬)현 산속에 있는 도아이(土合駅)역은 하행선 승강장이 약 300m 넘는 지하 깊숙이 위치해 있다. 개찰구까지 486개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열차 정차도 1~2시간에 한 번뿐인 데다 주변에 위락시설도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 폐쇄가 거론됐다. 그러던 중 열차 운영 주체인 JR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생에 한 번은 방문하고 싶은 역’ 설문조사에서 이 역이 1위를 차지하면서 주목받았다. JR 측은 승강장이 마치 두더지굴 같다는 스토리를 붙여 역 곳곳에 두더지 캐릭터를 그려 넣었다. 일본 언론도 ‘어두컴컴한 건물에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입혀 역이 되살아났다’고 잇달아 소개해 최근 관광객이 늘고 있다.


스토리를 입혀라

동으로 만든 니이가타의 주전자 등 일본 지역 특산물 매장이 있는 도쿄 긴자의 대형 쇼핑몰 긴자식스. [김범석 기자]

동으로 만든 니이가타의 주전자 등 일본 지역 특산물 매장이 있는 도쿄 긴자의 대형 쇼핑몰 긴자식스. [김범석 기자]

스토리 개발은 일본의 국가 전략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2005년부터 ‘쿨 저팬(Cool Japan)’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국가의 매력과 브랜드 파워를 높이자는 취지다. 2년 후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둔 요즘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만화 관련 기업들과 일본 최대 여행사 JTB, 일본항공(JAL), 나리타(成田)국제공항 등이 참여한 ‘애니메이션 투어리즘협회’가 설립됐다. 이 협회는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된 지역이나 장소, 작가의 연고가 있는 거리 또는 생가, 기념관 등 88곳을 추려 ‘애니메이션 성지’로 만들었다. 88곳은 일본에서 유명한 시코쿠(四國)의 88개 사찰 순례길에서 착안한 것이다. 

쇼핑몰에도 스토리가 필요한 시대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도쿄 긴자(銀座)의 ‘긴자식스’는 교토(京都)의 기모노, 니이가타(新潟)의 주전자 등 일본의 대표 지역 특산물 브랜드가 대거 입점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구와지마 소이치로(桑島壯一郞·59) 긴자식스 리테일매니지먼트 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단순한 쇼핑센터가 아니라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발신하는 기지 구실을 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1.17 1122호 (p64~65)

  • | 동아일보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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