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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나도 1인 미디어 해볼까

“10대를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

구독자 수 189만 명. 유튜브 10억 뷰 청소년의 우상 게임 크리에이터 ‘도티’

“10대를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

“10대를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

[ 홍태식 기자]

“나중에 커서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취업하는 게 꿈이에요. ‘도티’처럼 게임도 잘하고 말도 재밌게 하는 멋진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초등학교 5학년 김모 군의 말이다. ‘크리에이터(creator)’는 요즘 10대가 가장 선망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다. 정보기술(IT) 기기와 인터넷 플랫폼의 발전으로 요즘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1인 미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도티TV’ 채널을 운영 중인 게임 크리에이터 ‘도티’는 ‘10대들의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독 가입자 수가 189만여 명이고, 인터넷 팬카페 회원 수도 9만 명이 넘는다. 

MCN(Multi Channel Network·다중채널 네트워크) ‘샌드박스네트워크’(샌드박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콘텐츠책임자(CCO)인 도티(32·본명 나희선)를 9월 13일 서울 삼성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현재 샌드박스에는 도티 외에도 잠뜰, 수현, 철각별, 쵸쵸우, 코아 등 스타급 게임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월간 조회 수는 4억~5억 뷰. 샌드박스는 2014년 11월 창업 후 2년 만에 5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국내 대표 MCN 업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도티는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 클래시 로얄, 로블록스 등을 주로 선보인다. 이 가운데 마인크래프트가 가장 유명한데, ‘게임계의 레고’로 불리는 마인크래프트는 온라인 세상에서 자기만의 세상을 직접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도티는 상황극을 만들어 10대의 언어로 콘텐츠를 선보인다.

“‘꿀벌 대소동’ 같은 작품을 마인크래프트로 구현현고 다양한 시리즈도 만들었어요. 마인크래프트는 특정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창작자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죠. 10대에게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어요. 대화 때 사용하는 어미가 다른 것처럼 소통방식도 어른과는 달라요. 마인크래프트의 ‘네모네모’(레고처럼 각진 모양)한 면과 아기자기한 스타일이 10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댓글 캡처, 깜짝 설문조사 등으로 팬들과 소통  

“10대를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

신세계백화점 팝업스토어 팬미팅에서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도티(왼쪽에서 세 번째).[사진 제공·샌드박스네트워크]

도티는 ‘1일 1방송’을 모토로 1년 3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상을 공개한다. 업로드 시간을 따로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보통 오후 3~6시에 새로운 방송을 올린다. 방송업계에서 황금시간대라 부르는 저녁 8~9시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TV에서 재미있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할 시간이지만 많은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도티의 방송을 본다. 이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도티는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얼마든지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미디어 시청자와 현재 청소년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완벽하게 10대만을 위한 방송은 거의 없었어요. 청소년이 도티TV를 보는 이유는 부모가 TV를 못 보게 해서도, 채널 선택권이 없어서도 아니에요.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걸 보는 거죠. 시청 습관도 일반 방송 시청자와는 완전히 달라요. 구독한 채널의 새로운 영상은 피드의 알람으로 받아서 보고, 콘텐츠를 다 본 뒤에는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댓글도 쓰면서 적극적으로 방송에 동참하죠.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이에요.”

도티 팬들 역시 그의 탁월한 공감 능력에 열광한다. 도티TV를 보다 보면 중간 중간 시청자들의 댓글을 캡처한 이미지가 올라온다. 방송 중 모니터로 시청자 댓글이 올라오는 건 이슈가 아니지만, 이들의 대화 내용을 따로 캡처해 다시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건 또 다른 수고가 요구되는 일이다. 시청자들은 그걸 보고 ‘도티가 내 글을 읽고 있구나’라며 감동한다. 국내에선 처음 시도한 방식으로, 이제는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 도티는 방송에 시청자들을 참여케 하려는 의도로 ‘설문조사’ 방법도 자주 활용한다. 방송 중 느닷없이 ‘여러분은 무슨 아이스크림을 제일 좋아해요?’라고 팝업 창을 띄우는 식이다. 

“팬들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팬들이 제게 많은 사랑을 주는 것처럼 저 역시 어린 친구들에게 ‘나도 여러분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요’ ‘언제든 여러분과 얘기하고 싶어요’라는 속마음을 보여주는 거죠. 요즘도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이런 제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 팬들과 만나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도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업들로부터 팬미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 4월부터는 신세계백화점 초청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전국 순회 팬미팅을 진행 중이다. 팬미팅에서는 사인회는 물론, ‘도도한 친구들’이 발매한 앨범 ‘순애몽’으로 공연도 펼친다. ‘도도한 친구들’은 샌드박스 소속 크리에이터 6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TV방송 ‘애니맥스’에 도티&잠뜰TV를 론칭하면서 그와 관련된 홍보 행사로 바빴다. 현재 애니맥스는 유튜브에 올린 도티 콘텐츠를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는데, 해당 채널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도티는 “전통 미디어와 협업으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경험했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MCN 업계 최초로 머천다이징 사업에도 진출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도티와 잠뜰 캐릭터를 이용해 문구·완구·인형·의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 마인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알록달록한 블록으로 만든 도티와 잠뜰 캐릭터는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잇 아이템’으로 통한다. 

샌드박스의 주요 수입원은 유튜브 광고료이고 여기에 광고주들과 협업해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 캐릭터 상품, 방영권 사업 등 다양한 수익 창구를 갖고 있다. 정확한 매출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2015년 공식 론칭 이후 3년 만에 1개 층에 있던 사무실이 4개 층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초고속 성장 중이다.

연세대 법학과 출신인 도티는 어려서부터 공부도 일등, 노는 것도 일등인 만능 재주꾼이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온라인 게임을 즐겼지만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에 부모로부터 잔소리 들을 일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유튜브 주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모바일 게임 대회 ‘클래시 로얄 킹스컵’에 아시아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도티는 클래시 로얄이 국내에 출시된 이후 수개월 동안 국내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법대 다니며 방송국 PD 꿈꾸다 크리에이터로 전향  

“10대를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

[ 홍태식 기자]

“어릴 때 공부하란 소리를 거의 듣지 않았어요. 그 대신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단 숙제부터 하고 놀았죠. 게임 때문에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더 악착같이 공부했던 것 같아요.(웃음) 한번 파고들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게임도 최고등급에 오를 때까지 미친 듯이 했어요. 요즘 자녀들이 게임 방송에 빠져 있다고 걱정하는 부모가 많을 텐데, 정확히 시간을 정해놓고 아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좋을 듯해요.”

법학도와 크리에이터의 간극은 매우 크지만, 그가 유튜버로 변신하기 전 방송국 PD를 꿈꿨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PD직을 준비하던 게 오히려 크리에이터로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그가 디지털 미디어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건 2013년이다.

“방송국 입사를 준비하던 중 미리 경험해보는 셈 치고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팬이라 경기 방송을 직접 편집해 유튜브 채널에 올렸는데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어요. 당초 목표 구독자 수는 1000명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구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침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터라 1인 미디어에 관심이 더욱 커졌어요.”

그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터넷방송으로 마인크래프트 등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 녹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금세 게임 전문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알린 도티는 ‘유튜브 팬페스트’에서 국내 톱 3 크리에이터로 뽑히며 입지를 굳혀나갔다. 그러던 중 미국 LA에서 열린 ‘비드콘(VidCon) 2014’에 참여하면서 MCN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구글에 다니던 이필성 샌드박스 공동대표와 함께 비드콘을 방문한 도티는 그 자리에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북미권 선진국의 뉴미디어 생태계를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유명 MCN 회사들이 디즈니, 드림웍스 같은 메이저 미디어그룹에 인수합병되는 등 할리우드 거대 자본이 유튜브 스타들을 영입하는 일에 나서고 있더라고요. 한국도 결코 예외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더는 개인 크리에이터에 머물지 말고 우리나라 MCN 사업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회사를 세우자고 마음먹었죠.”

현재 샌드박스 직원은 총 60여 명으로 모두 정규직이다. 도티 같은 크리에이터는 20명이고 나머지는 캐릭터 상품 관련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촬영·편집하는 인원, 소속 크리에이터를 매니지먼트하는 직원 등이다. 또한 ‘샌드박스 아카데미’를 통해 크리에이터 지망생을 발굴하고 있다. 도티는 “샌드박스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가 역량 있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샌드박스’란 이름도 크리에이터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울타리 같은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로 지은 것이다.

“3월에 2기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재능 있는 친구를 많이 발견했어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것 같아요. 기존 미디어 시장에서는 연예기획사가 전형이었다면, 앞으로는 MCN 시장에 맞는 기획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봅니다. 또 크리에이터들 역시 새로운 유형의 기획사를 원하고 있어요. 양질의 방송을 위해 최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회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도티는 유튜브 플랫폼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유튜브 파트너십 담당자가 유튜브 관련 서적을 집필하면서 도티TV 측에 협력을 요청해온 게 계기가 됐다. 유튜브의 다양한 시스템을 실제로 적용하고 효과를 평가할 채널이 필요했던 것. 그 덕에 도티는 매주 구글코리아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유튜브 알고리즘을 깊이 있게 공부해나갔다. 현재까지도 유튜브 채널 노출 시스템은 유튜버들 사이에서 미지의 세계로 알려져 있다.



“10대를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

유튜브 ‘도티TV' 메인 화면. 구독자 수가 189만여 명에 달한다.

롱런하려면 규칙적인 생활습관 중요

“10대를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

2016 유튜브 팬페스트(왼쪽)와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7 팬미팅 현장.[사진 제공·샌드박스네트워크]

“어떻게 하면 내가 만든 영상이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노출될지 연구를 꽤 했어요. 메타데이터 같은 경우 제목 가독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바일·태블릿PC·웹 디스플레이에서는 글자 수가 몇 글자까지 노출되는지 등 세심한 부분까지 파고들었죠.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제목이 무척 중요해요. 제목에 영상 키워드를 잘 녹여내야만 시청자가 흥미를 갖고 클릭하거든요. 유튜브의 SEO(검색엔진 최적화)를 많이 연구했어요.”

조회 수보다 더 중요한 게 시청 시간이라고 한다. 해당 영상의 총 러닝타임 대비 시청 시간이 얼마나 확보됐는지에 따라 노출 빈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티는 “이탈률을 줄이는 게 먼저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끊임없이 미디어 트렌드를 읽어내려고 공부한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크리에이터로서 감을 잃지 않고자 시시때때로 유튜브를 시청한다.

“방송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하는 데 반나절 이상 소모되지만, 유튜버의 가장 기본 자세는 유튜브 시청이라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20대 이상인데, 이들 역시 전통 미디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감을 유지하려면 자주 보는 수밖에 없죠.”

규칙적인 생활습관도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생활리듬이 깨지면 ‘1일 1방송’을 지키기 어렵다. 그는 보통 직장인처럼 아침부터 촬영 일과를 시작한다. 크리에이터란 직업은 남들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반면, 자칫 일의 무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케줄 관리가 꼭 필요하다.

앞으로도 그는 팬들과 소통하며 영원한 크리에이터로 남고 싶다고 한다. 지금 10대가 성인이 돼서도 가장 좋은 추억으로 ‘도티TV 채널 시청’을 꼽는 게 그의 목표다.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착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게 도티와 샌드박스가 존재하는 이유예요.”





입력 2017-10-03 09:00:02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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