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8

2017.10.04

특집 | 문재인 정부 4개월

정권 탄생 주역 2040 분화 조짐

30대는 콘크리트 지지층…20, 40대는 이슈 따라 달라져

  • 기획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 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ankangyy@hanmail.net

    입력2017-10-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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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40대 이하 선거인(유권자)은 크게 감소하고, 50대 이상은 급증하고 있다. 2010년 연령대별로 40대까지 선거인은 63.1%, 50대 이상은 36.9%였다. 올해 5월 19대 대선에서는 40대까지 선거인이 55.7%로 줄고, 50대 이상이 44.3%로 늘었다.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에도 보수가 사실상 승리하면서 보수 장기 집권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을 비웃듯 지난해 총선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철저하게 심판받아 원내 제2당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촛불집회에 이어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그 결과 5월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이처럼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결과를 바꾼 것은 20~40대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여 동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탐색해봤다. <편집자 주>

    삼포세대의 낮은 투표율

    ‘삼포세대’는 취업난과 생활고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 세대를 가리킨다. 좁게는 25〜35세, 넓게는 20〜40세다. 삼포세대라는 표현은 2011년 무렵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삼포세대는 오포세대(삼포+내 집 마련, 인간관계), 칠포세대(오포+꿈, 희망), N포세대로 나아갔다. N포세대란 포기한 것이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뜻이다.

    삼포세대가 유행어로 번지던 2011년 6월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현 국민의당 대표)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안 대표와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스님)이 공동으로 주최한 전국 순회 ‘청춘콘서트’에 삼포세대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안 대표는 삼포세대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며 청년 멘토로 떠올랐다. 그해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당시 지지율 50%에 육박하던 안 대표는 지지율 5%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탄생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범진보 진영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대부분 선거에서 보수를 변변하게 이겨본 적이 없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반짝 약진했으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보수에게 내준 반쪽짜리 승리였다. 2012년 4월 총선, 같은 해 12월 대선에서도 범진보는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한 달 보름 후인 6월 4일 제6회 지방선거가 있었다. 당시 야당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사실상 통합 야당이었다. 지방선거는 세월호 책임론으로 치러졌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투표함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딴판이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시·도지사를 8 대 9로 골고루 나눠 가졌다. 시·도지사선거 득표율에서는 새누리당이 46.9%를 획득해 새정치민주연합(45.4%)을 눌렀다. 전체 득표율에서는 새누리당이 46.7%, 새정치민주연합이 41.1%를 기록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연합한 통합 야당이 패배한 선거였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범진보가 패배한 것은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 때문이었다. 당시 40대 이하 선거인 수는 전체의 58.4%인 데 비해, 투표자 수는 51.0%에 그쳤다. 반면 50대 이상 선거인 수는 41.6%에 불과했지만 투표자 수는 48.6%였다(표1 참조). 40대 이하의 낮은 투표율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전면에 나선 20~40대

    그러나 20〜40대는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반전의 무대를 마련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분열돼 있었다. 전통적인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삼는 여론조사 결과도 보수 승리에 토를 달지 못했다. 언론, 주요 여론조사 전문기관, 청와대와 정보기관의 예측도 대부분 여당의 국회의원 과반 확보를 낙관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약진하며 새누리당을 밀어내고 원내 제1당에 올라섰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안방이던 호남을 통째로 접수한 것은 물론, 비례대표 투표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영남권에서도 새누리당은 민주당, 무소속 후보에게 두 자릿수 이상 의석을 내줬다.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해 총선의 정치재편은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 때문에 가능했다. 2012년 총선에 비해 20대 투표율이 10%p 이상 올랐다. 30대는 5%p 이상, 40대도 2%p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총선에서 20〜40대 투표율은 2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해도 3〜4%p 남짓 올랐다. 이에 비해 50대 이상 투표율은 정체되거나 소폭 하락했다. 투표율 상승은 20대 후반, 20대 전반, 30대 전반 순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지난해 총선 정치재편의 중심에는 삼포세대의 투표 참여가 있었다.



    참여민주주의 실현

    지난해 10월 말 시작된 촛불집회에 참가한 연인원 1600만 명은 선출과 책임을 원리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요구했다.

    탄핵정국에서 수천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지도부 구실을 했지만 명목상에 그쳤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퇴진행동의 과격한 시위나 구호에 호응하지 않았다. 자발적인 참가자는 촛불집회 시작부터 자율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고수했다. 촛불집회 핵심 참가자는 20〜40대였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촛불집회 참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0대 30.5%, 30대 29.3%, 40대 29.7% 순으로 나타났다(표3 참조).

    20〜40대는 5월 대선에서도 일관되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차례로 문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이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20〜40대는 지난해 정치재편과 촛불집회 주도를 통해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했다. 이들은 2014년까지만 해도 현실정치를 방관하는 듯했다. 이들이 행동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마저 포기해야 하는 고단한 현실에서, 더 포기할 것도 없는 외길 절벽에서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대 특징 반영된 대통령 지지율


    19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2000년대 이후 선거에서 최초로 전 연령대 투표율이 70%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통상 20대 후반(25〜29세), 30대 전반(30〜34세) 투표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19대 대선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20대 전반 77.1%, 20대 후반 74.9%, 30대 전반 74.3%, 30대 후반 74.1%, 40대 74.9%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이 77.2%임을 고려하면 20〜40대 투표율은 놀라울 정도다.

    20〜40대는 높은 투표율을 통해 정치재편, 정권교체에 힘을 합쳤지만 득표율에서는 연령별로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연령별 득표율을 보면 20대가 47.6%로 가장 낮았다. 20대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선후보, 심상정 전 정의당 대선후보 등에게 골고루 표를 나눠 줬다. 문 대통령 연령별 득표율은 30대가 56.9%로 가장 높았다. 안 전 후보는 18.0%를 얻었다. 다른 후보들은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4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52.4%로 20대와 30대의 중간쯤이다. 안 전 후보가 22.2%로 2위였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도 11.5%로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연령별 득표율의 미묘한 차이는 세대 특징에서 비롯된다. 20대는 유난히 사회적 약자, 즉 언더도그(Underdog)에 민감하다. 대선에서도 20대의 약자 동정심리가 발동됐다. 대표적으로 딸 유담 씨 성희롱 사건,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곤경에 처한 유 전 후보에게 20대의 지지가 몰리기도 했다.

    20대는 삼포세대, 언더도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페이스북, 자유와 다양성을 대표한다. 그리고 투표와 집회 참여를 통해 정치재편과 정권교체에 나섰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30대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지난해 10월 말 첫 촛불집회 이후 3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20대와 40대가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으로 눈길을 돌릴 때도 문 대통령 곁을 지켰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에도 국정운영 지지율이 가장 높다. 30대는 삼포세대의 쓴맛을 본 연령대다. 기득권의 높은 벽을 실감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도 30대는 앞으로도 문 대통령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40대는 민주화운동의 끝물을 경험한 세대로, 삼포세대 직전 사회에 발을 들인 기득권의 한 축이기도 하다. 40대는 민주주의의 퇴행에 분노하면서도 제도권의 끈을 놓기 어려운 연령대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 득표율에서도 40대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문 대통령을 절반 이상 지지하면서도 안 전 후보나 홍 전 후보로부터도 관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40대는 20, 30대 못지않게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최근 쟁점은 전술핵 재배치 논란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다. 전술핵 재배치의 경우 30대는 반대가 49.2%로 찬성(36.5%)보다 훨씬 높다. 원전 건설 재개에 대해서도 중단이 63%로 계속(25%)에 상당히 앞서 있다(표4 참조). 30대의 여론은 문 대통령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20대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찬성이 52.9%로 반대(34.1%)를 압도한다. 원전 건설 재개에 대해서는 중단이 52%로 계속(30%)을 크게 앞서지만 30대에 비해 격차가 줄었다. 40대는 전술핵 재배치의 경우 찬반(47.7% 대 48.0%) 의견이 팽팽했다. 원전 건설 재개에 대해서는 중단이 47%로 계속(33%)을 앞섰지만 격차는 더욱 줄었다.

    주요 쟁점에서 30대가 문 대통령을 강하게 옹호하는 반면, 20대와 40대는 문 대통령의 의견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전술핵 재배치, 원전 건설 재개에 대한 20, 40대 여론이 문 대통령 지지 철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20대와 40대가 문 대통령과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패도 20대와 40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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