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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

넥센이 ‘낙센’ 된 이유

1점 차 승부처에서 번번이 고배 마셔…연장전서는 2무 9패

넥센이 ‘낙센’ 된 이유

넥센이 ‘낙센’ 된 이유

7월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에 8-7로 패한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관객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스포츠 동아]

피타고라스가 2017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습니다. 피타고라스 승률은 기본적으로 득점²을 (득점+실점)²으로 나눠 계산합니다. 이 공식이 직각삼각형 세 변의 길이 관계를 나타내는 피타고라스 공식과 비슷하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공식이지만, 한 팀이 남은 경기에서 어떤 승률을 기록할지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 프로야구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한 연구 결과를 봐도 예전에는 정확한 예측력을 자랑했습니다.

올해는 영 아닙니다. 시즌 전체 일정의 63.1%가 진행된 7월 24일을 기준으로 할 때 7위인 롯데 자이언츠는 제자리를 지킨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9월 18일 현재 롯데는 4위까지 올랐습니다. 거꾸로 4위 넥센 히어로즈는 7위로 내려앉은 상태. ‘주간동아’ 1105호 ‘베이스볼 비키니’에서는 롯데가 어떻게 ‘솟데’가 됐는지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넥센이 어쩌다 ‘낙센’(추락하는 넥센)이 됐는지 알아볼까요.

넥센은 9월 16일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맞붙었습니다. 10-14로 끌려갔지만 9회 초 4점을 뽑아 14-14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0회 말 김준완(26)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면서 14-15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경기는 올해 넥센의 취약점 세 가지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하나는 1점 차 승부에 약했다는 거고, 또 하나는 연장 승부에 더더욱 약했다는 겁니다. 마지막은 9월에 유독 약하다는 것. 요약하자면 올해 넥센은 승부처에서 약해도 너무 약했습니다.



승부처가 싫어요!

넥센이 ‘낙센’ 된 이유

연이은 1점차 패배로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오른쪽)의 속은 타들어간다.[스포츠 동아]

넥센은 현재까지 1점 차로 승부가 끝난 41경기에서 14승27패(승률 0.341)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점 차 경기 승률만 놓고 보면 삼성 라이온즈의 기록이 0.333(9승18패)으로 더 낮지만, 1점 차 경기에서 가장 많이 패한 팀은 넥센이고, 승패 마진(-13)이 제일 나쁜 팀도 넥센입니다. 연장은 더합니다. 넥센은 총 11경기에서 연장전을 벌였는데 2무9패를 기록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연장전 승리가 없는 팀은 넥센이 유일합니다.

이렇게 승부처에 약한 팀이 ‘가을야구’로 가는 마지막 승부처인 9월에 강하면 그것도 이상한 일. 넥센은 9월에 치른 15경기에서 3승1무11패(승률 0.214)에 그쳤습니다. 당연히 10개 구단 가운데 9월 승률이 가장 나쁜 팀은 넥센입니다. 사실 승부처, 달리 말해 접전에 강한 팀이 꼭 강팀은 아닙니다. 강팀은 상대를 압도하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프로야구는 아무리 잘하는 팀도 3분의 1은 지고, 제아무리 약팀도 3분의 1은 이기는 리그. 그래서 1점 차 승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볼까요. 보통 키가 큰 사람이 몸무게도 많이 나갑니다. 물론 키는 큰데 비쩍 마른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으니 늘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뜻입니다. 통계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설명할 때 R²이라는 숫자를 씁니다.

인종이나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키와 몸무게 사이 R²은 보통 0.7 안팎으로 나타납니다. 통계학적으로 적확한 표현은 아니어도 아주 단순화해 말하면 키를 알면 몸무게를 70%가량 예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1점 차 승률과 전체 승률은 어떨까요. 2008년부터 10년간 프로야구의 1점 차 경기 때 승률과 전체 승률 사이 R²을 구하면 0.2902가 나옵니다. 1점 차 승률을 알고 있어도 전체 승률을 29%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키로 몸무게를 유추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겠죠. 

당연히 이변도 많습니다. 지난해 kt 위즈는 1점 차 승부에서 21승12패(승률 0.636)를 기록했습니다. 팀을 연도별로 구분하면 이 기간에 총 88개 팀이 리그에 참가했는데, 지난해 kt는 이 가운데 4번째로 높은 1점 차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무승부를 제외하고 따진 전체 승률은 0.373으로 최하위였는데 말입니다.

한 번 더 키와 몸무게에 빗대자면 가을야구를 하려면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야 했던 겁니다. 여기에 근접하고도 가을야구 초대장을 못 받았던 팀은 2013년 66승4무58패(승률 0.532)를 기록했던 롯데밖에 없습니다.

넥센은 시즌 내내 전체 승률은 높은 편이었지만 1점 차 승률이 낮았습니다. 이것이 결국 넥센을 ‘낙센’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1점 차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뭘까요.



1점 차 승부를 좌우하는 요소는?

야구 좀 봤다는 분은 반사적으로 ‘불펜’이라고 외칠 겁니다. 하지만 불펜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서 운영하는 통계 전문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com)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펜 승리 기여도(WAR)와 1점 차 승률의 상관관계는 0.25로 낮습니다. 넥센이 승부처에 낼 투수가 없어서 1점 차 승부에 약하다면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넥센 투수들은 동점 혹은 1점 차이인 상황에서 삼진을 제일 많이 잡고(9이닝당 7.66개), 볼넷(2.80개)은 두 번째로 적게 내줬으며, 홈런(0.92개)은 세 번째로 적게 얻어맞았습니다.

싱겁게도 정답은 운(luck)입니다. 말하자면 타자들이 ‘짜내기’에 능해 1점 차 승부에 강한 것도, 불펜이 박빙 승부를 잘 지켜내 1점 차 승률이 높은 것도 아닌 셈입니다. 어떤 경기는 열심히 따라가다 끝내 1점을 못 뽑아 지고, 어떤 경기는 넉넉하게 이기던 상황에서 신나게 얻어터지다 결국 1점 차에서 막아 이긴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론인지 모릅니다.

야구 통계학자 집합소라 할 수 있는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는 1점 차 승부에 강한 팀은 ‘흰색 유니폼을 입었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습니다. 흰색 유니폼을 입는다는 건 안방 경기를 펼친다는 뜻. 9회나 연장 이닝에서 홈팀이 상대 팀보다 1점만 더 뽑으면 무조건 이기는 것 말고 1점 차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요소는 없다는 뜻입니다.

넥센은 그마저도 실패했습니다. 넥센은 안방 경기 때 1점 차 경기 승률 0.316(6승13패)을 기록했는데, 방문 경기 때는 0.364(8승14패)로 오히려 더 높았습니다. 남은 5경기에서도 안방 도움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이 안방이라 안방에서는 우천순연 경기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남은 일정을 모두 방문 구장에서 소화해야 합니다.

야구 통계학에서는 피타고라스 승률이 실제 승률과 9%가량 오차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이 9% 가운데 4%p가 1점 차 승부 때문에 생기는 오차라고 설명합니다. 1점 차 승부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운 때문에 울고, 운 때문에 웃는 경기입니다. 그런데 가을야구를 하려면 이 1점 차 승부에도 강해야 합니다. 요컨대 강팀이 되려면 실력을 갖추는 건 물론, 운도 따라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뭐 야구에서만 그렇겠습니까.




입력 2017-09-25 17:18:19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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