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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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

“인사비리 바로잡았더니 좋은 인재 몰려들더라”

“전·후임자 이·취임식 없던 강원랜드에 경영 공백 없도록 하고파”

  • 정선=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9-15 15: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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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에 의한 대규모 부정 선발이 있었다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이 점입가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이 10여 명,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80여 명을 청탁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채용비리 자체보다 청탁 배후로 관심이 옮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9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적폐’라며 검찰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 의지를 물었다. 이에 박 장관은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검찰이) 검토하고 있다”며 “범죄 사실이 없는지 조사해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4월 검찰이 최흥집 전 사장과 인사팀장을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하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검찰 재수사 여부에 따라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특이한 점이 있다. 강원랜드가 자체 감사를 벌여 채용비리 혐의를 포착했고, 감사 자료를 검찰에 넘겨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스스로 잘못을 밝혀내 바로잡으려 노력했는데도, 과거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원랜드를 ‘부정 채용의 아이콘’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사진)를 만난 이유가 그 때문이다.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고도 오히려 ‘비리 온상’으로 치부되는 심정이 궁금했다. 함 대표를 9월 13일 오후 강원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 대표 집무실에서 만났다.



    채용비리로 강원랜드가 요즘 장안의 화제입니다.
    “좋은 일로 화제가 됐어야 하는데, 그런 일(채용비리)로 유명세를 타게 돼 안타깝습니다.”

    먼저 청탁 규모에 많은 사람이 놀랐습니다.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죠.”

    함 대표는 “채용비리는 2013년 초 당시 최흥집 사장이 강원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공기업 정원을 통제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기재부)로부터 사전 양해도 받지 않은 채 교육생을 518명이나 뽑는 등 외부의 부정 청탁을 받아 저지른 일”이라고 규정했다.

    채용비리는 언제, 어떻게 인지했습니까.
    “내가 사장에 취임한 게 2014년 11월인데, 2015년 1월 말쯤 책임자가 ‘큰일 났다’고 보고를 해왔어요. ‘전임 사장 때 교육생 518명을 뽑아놨는데, 2월 9일이면 2년이 다 된다. 2년이 경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해지를 통보해 내보내야 한다. 그것도 정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뽑았다’는 거예요. 공공기관은 사기업과 달리 정부로부터 정원 규제를 받거든요. 그런데 기재부가 45명만 증원을 허용해 244명에게 집단해고를 통보할 수밖에 없는 사태에 직면한 거죠.”



    2015년판 未生

    강원랜드의 집단해고 조치는 당시 ‘2015년판 미생(未生)’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함 대표 등 강원랜드 간부진은 국회로 불려가 의원들로부터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느냐”고 강한 질타를 받았다. 함 대표는 “백방으로 정부를 설득한 끝에 기재부로부터 추가로 정원을 확보해 교육생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며 “공기업으로서 이처럼 단기적인 대규모 정원 확보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정원 확보로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일단락된 뒤 산업통상자원부는 ‘왜 이렇게 교육생을 많이 뽑았나.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내용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강원랜드 감사실 측에 내려보냈다. 강원랜드가 자체 감사에 착수한 배경이다.

    함 대표는 “후임 사장이 전임 사장의 비위를 캐내려 했다고 잘못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은 대규모 교육생 선발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던 중 채용비리의 진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에 그치지 않고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했는데.
    “감사해보니 인·적성검사를 실시한다고 채용공고를 냈으면서도 선발 기준에서 아예 무시했고, 어떤 응시자는 최초 점수보다 점수를 더 높여준 흔적도 나왔어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거죠. 이미 지나간 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정도가 지나쳤어요. 그냥 덮고 넘어가면 ‘은폐’라는 새로운 범죄가 되기에 충분했죠. 채용 과정에 관여한 직원을 징계하고자 시작한 감사가 범죄를 파헤치는 수준이 돼버린 거예요. 범죄 성격이 농후해 검찰에 감사 자료를 모두 넘겨줬죠.”



    구조적 비리의 온상, 인사비리

    강원랜드로부터 의뢰를 받은 검찰은 부정 채용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1년여가 된 올해 4월에야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당시 최흥집 사장이 청탁을 받아 인사팀장에게 전달해 자격 미달자를 합격시켰다며 두 사람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함 대표는 “사회 부조리가 생기면 일반적으로 그 시스템을 원망하고 고치려 하는데, 사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사람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모든 부정과 부조리는 인사비리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사비리는 구조적 비리로 연결될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힘 있는 사람, 소위 정권 실세가 문제에요. 이상득과 최순실, 그리고 과거 홍삼트리오와 김현철 스캔들 모두 인사부정에서 시작된 겁니다. 실세가 힘써서 공기업 사장이나 임원으로 보내주면 그 사람 말을 쉽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보내준 사람이) 얼마 있다 전화해 ‘무슨 본부장 뽑는다며? 이 사람 한번 쓰면 안 되나’ 할 테고, 그 사람이 와서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하면 또 전화해 ‘누가 경험 많고 잘한다’며 부탁할 거고. 이렇게 인사부정은 연쇄적으로 이권청탁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모든 부정의 원천이 인사에서 비롯되는 거죠. 인사비리는 구조적이라 뿌리 뽑기가 참 힘들어요. 하지만 인사비리를 먼저 제거해야 이권청탁 같은 사업 관련 부조리도 없어집니다. 인사부정을 철저히 배격해도 단발성 비리나 부조리는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구조적 부정은 막을 수 있습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 출신 함승희다운 말이었다.

    채용비리를 인지한 뒤 인사 시스템을 어떻게 바꿨습니까.
    “인사구조적 문제는 혈연, 지연, 학연 등 이른바 3연에서 비롯되죠. 혈연이야 몇 사람 안 되니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데.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문제가 많아요. 사장에 취임하고 보니 강원랜드도 그런 인사구조적 문제가 팽배해 있더군요. 지역적으로는 강릉패, 춘천패로 나뉘고 학교도 강릉, 춘천으로 구분되고…. 또 (강원랜드가) 처음 만들어질 때 석탄합리화사업단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수 넘어와 핵심 임무를 많이 맡았어요. 그래서 전직으로도 갈리고. 그래서 그 문제부터 바로잡았죠.”

    요직에서 배제했나요.
    “다 빼내면 일이 안 돌아가니까 다 빼내진 못해요. 한쪽으로 쏠려 있는 현상을 바로잡았죠. 지금은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사업단 출신이 다 한다느니, 어느 지역 출신이 다 한다느니, 어느 학교 출신이 다 해먹는다느니 그런 소리는 안 나올 겁니다.”

    지연과 학연, 전직까지 파악해 상호 견제토록 인사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내 방에 앉아 혼자 인사를 단행하면 사장에게 밉보여 그런 인사가 났다고 할까 봐 확대간부회의 때 50명가량 되는 간부를 다 앉혀놓고 공개적으로 인사를 했어요. 예를 들어 강릉고 출신 손들어라, 거기서 대장 노릇 하는 사람 누구냐. 당신 때문에 강릉고가 다 해먹는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라. 춘천고 출신 손들어봐라. 부사장이 춘천고라서 춘천고가 득세한다 그런 소리가 나오면 서로 불편한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얘기했죠.”

    지연, 학연 인사 배제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네요.
    “이제는 거의 균형이 맞아가고 있어요. 학교별 모임도 대부분 없어졌다고 해요. 괜히 오해받는다고.”



    강원랜드는 사회 기여 공기업

    큰 잡음 없이 인사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뭡니까.
    “이 지역 국회의원으로 나오겠다, 도지사로 나오겠다고 표를 의식했으면 그런 인사 못 했겠죠. 지금 회사를 위해 어떤 인사가 필요한지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어요. 임기 끝나면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가면 되니까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채용 과정에서 청탁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채용 절차를 확 바꿨어요. 서류전형을 한 뒤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외국어 등 필기시험을 봐요. 거기서 고득점을 한 사람 순으로 인·적성검사를 실시하고 면접을 보죠. 서류와 면접 때 지원자를 구분할 수 있는 요소를 완전히 삭제해 블라인드 방식으로 전형을 실시했더니, 소위 ‘SKY’ 출신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보 유통이 얼마나 빠릅니까. 강원랜드에 지원하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난 거죠. 임원이 실시하는 최종면접 때도 부정 요소를 없애려고 교수 등 외부 인사를 그때 그때 위촉해 실시합니다.”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연임에 도전합니까.
    “내가 강원랜드 여덟 번째 사장이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전임 사장과 후임 사장이 부드럽게 바통 터치를 한 적이 없다고 해요. 도지사에 출마한다며 그만두고 나가고, 문제 일으켜 쫓겨나고, 적성에 안 맞는다고 일찌감치 제 발로 걸어 나가고. 그렇게 경영 공백이 자꾸 생기다 보니 조직이 엉망이 된 측면도 있어요. 내 욕심인지 모르지만 ‘안팎의 괴롭힘을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후임 사장이 선임된 뒤에 경영 공백이 없도록 아름다운 이·취임식 전통을 만들어달라’는 게 임직원들 바람이에요.”

    함 대표는 ‘강원랜드 존재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기 구실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번 같은 채용비리 사태에 대해 허무맹랑한 소리 안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해줄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해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강원랜드를 모두 매도해도 누구 하나 제대로 막아줄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저기 보다시피 강원랜드는 사회 기여도가 높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공기업입니다.”

    함 대표가 집무실 벽면 한쪽에 붙어 있는 ‘강원랜드 재정 및 사회적 기여현황’을 가리켰다. 현황 자료에는 강원랜드가 19년 동안 11조8168억 원을 사회에 기여한 구체적인 수치가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노름방 한다고 온갖 비난받아가며 번 돈을 사회에 돌려준 현황입니다. 국세와 지방세를 내고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등 시·군별로 얼마씩 나눠줬는지 다 나와 있어요. 돈 잃은 사람한테 욕먹고, 왜 그런 식으로 돈을 버느냐고 욕먹어가면서 모은 돈을 저렇게 의미 있게 쓰고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이 점만큼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원랜드가 뭐 하는 곳이냐고요? 사회에 기여하는 공기업입니다.”

    가족이 함께 찾는 힐링 명소로 변신 중인 강원랜드함승희 강원랜드 대표는 재임 3년 동안 강원랜드를 ‘카지노 하는 곳에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힐링 명소’로 탈바꿈하는 데 주력해왔다고 했다.

    “강원랜드 하면 카지노부터 떠올리는데. 지금은 복합리조트가 됐습니다. 연초에는 신년음악회, 연말에는 송년음악회를 개최하고 여름에는 매일 밤 산상카페에서 음악회를 엽니다. 그뿐 아니라 그림, 붓글씨, 사진 등 각종 전시회를 열어 언제 오더라도 볼거리가 끊이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북카페를 조성했는데, 가족뿐 아니라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어요.”

    가족을 위한 복합리조트를 지향한 함 대표의 노력은 실제 강원랜드를 찾는 고객층의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카지노를 즐기려는 50, 60대 고객이 많았던 데 비해, 최근에는 30, 40대 가족단위 손님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함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자 찾은 9월 13일에도 로비와 커피숍 등을 돌며 호텔 시설들을 즐기려는 30대 커플이 여럿 눈에 띄었다.
    “연인과 가족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다는 것은 가족 휴양 리조트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죠. 그분들을 위해 더 많은 편의시설을 갖추려고 노력 중입니다.”

    고한읍에서 강원랜드로 올라가는 초입에는 거대한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가족단위 힐링 리조트를 지향하는 강원랜드가 준비하고 있는 워터파크 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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