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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는 아니라는 깨달음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 남쪽에는 1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야외공연장 디오니소스 극장이 자리한다. 아직도 원형 그대로 보존된 이 극장은 25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5월 08일 -
청소년을 배려하지 않은 난해한 무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가 만든 ‘아동청소년 연극 헌장’ 제2조는 ‘아동청소년 연극은 성인 연극과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형식과 목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수준 차이는 없고 보여주는 외관만 다를 뿐이라는 얘기다.…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4월 30일 -
무대에서 처음 본 대본, 배우와 관객은 긴장감 속으로…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는 재능 있는 젊은 아티스트를 발굴해 육성하는 아트인큐베이팅 공간 ‘Space111’이 있다. 최근 이곳에서 이란 출신의 젊은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38)의 색다른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기존 극의…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4월 24일 -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 잊고 있던 본성 건드린 걸작
충남 공주의 옛 지명은 고마나루(곰나루), 한자로는 웅진(熊津)이다. 이곳에는 ‘곰 사당’인 웅신단(熊神壇)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공주 연미산에서 나무꾼과 곰은 부부의 연을 맺고 아이 둘을 낳고 산다. 그러나 생활에 염증을 느낀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4월 18일 -
소녀들을 통해 보는 어른의 오늘
프랑코포니(La Francophonie)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프랑스어를 모국어나 행정언어로 쓰는 국가로 구성된 국제기구(OIF)를 지칭한다. 프랑스와 옛 식민지, 유럽 일부 국가 등 53개국이 정회…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4월 10일 -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서사시
광활한 설원에서의 애잔한 사랑으로 기억되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6년 만에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나고 있다. 제정러시아 차르 시대부터 제1차 세계대전, 볼셰비키 혁명, 러시아 내전으로 이어지는 혼돈 시대의 여러 인간 군상이 뮤지컬…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3월 27일 -
“삐뚤어졌지만 진정성 있는 범죄자”
1991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 ‘미저리’에서 주인공 애니 역을 맡아 열연한 캐시 베이츠(70)의 명연기 덕에 한동안 ‘미저리’는 광적으로 집착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였다. 조 · 단역을 전전했던 베이츠는 ‘미저리’로 출세…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3월 20일 -
막다른 골목에 선 도시인의 자화상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한 이탈리아 친구가 한강을 보고 “바다가 아니냐”고 물었다. 서울 허리를 관통하는 한강은 폭이 1km를 넘지만, 로마를 가로지르는 테베레강은 평균 88m 폭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한강이 바다처럼 보였나 보다.…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3월 13일 -
찬란하지만 땅에 닿는 순간 녹아버리는 봄눈
1969년 김춘수 시인이 발표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서 ‘3월의 눈’은 봄을 알리는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샤갈 마을의 눈과는 다르지만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3월의 눈’이 관객의 눈을 적시고 있다. 연극 ‘3월…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3월 06일 -
빨치산과 토벌대, ‘벌교 꼬막’이 던진 희망
연극 ‘로풍찬 유랑극장’은 세르비아 극작가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이 2012년 초연한 ‘로풍찬 유랑극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에 선정돼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2월 27일 -
탈북자와 탈남자, 그들은 왜 線을 넘었나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은 공격수는 세리머니를 하기 전 항상 부심을 바라본다. 오프사이드(off-side)에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도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고 골을 넣으려는 축구선수와 같이 매 순간 성취를 위해 치열하게…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2월 13일 -
눈물 마르기 전 터진 웃음보
대한민국을 꽁꽁 얼린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해가 지면 거리에 네온사인만 반짝일 뿐 ‘불금’의 유혹도 얼어버렸다. 이런 강추위가 이어지던 어느 날 밤, 가톨릭 종교재단의 한 병원에서 척추마비 반신불수 환자가 사라졌다. 병원 재정적…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2월 06일 -
무거운 세상에 던지는 가벼운 스님들의 思惟
스님이 어떻게 가벼울 수 있을까. 속세를 떠나 불교에 귀의한 뒤 구도의 길을 찾아 수행하는 종교인에게 ‘가볍다’는 형용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장소는 비구니들만 있는 봉국사. 스님이라기보다 ‘소림사 고수’ 풍모가 느껴지는 기이한 언행…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1월 30일 -
밸런타인 신부처럼 처절한 ‘발렌타인 데이’
러시아 작가 이반 비리파예프(44)의 희곡 ‘발렌타인 데이’가 한국 무대에 올랐다. ‘21세기 러시아 연극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그의 공연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러나 초콜릿처럼 달콤한 러시아적 낭만을 기대…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1월 23일 -
“죽기 1분 전의 깨달음… 추억은 추억, 현재에 충실하자”
1980년대 말, 작곡가 이영훈(1960~2008)의 주옥같은 노래를 녹음하고자 카세트테이프를 준비하고 라디오에서 그의 노래가 나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렸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는 광화문을 하염없이 거닐었고, 그의 멜로디는 아물…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1월 16일 -
멋과 맛 넘치는 미국 음악 관객 펄쩍 뛰게 만들어
공연 자막은 영화 자막과 달리 어두운 공연장에서 무대와 자막으로 시시각각 시선을 옮겨야 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은 목을 주물러야 할 정도다. 보통 자막 1000~2000장을 사용하는 뮤지컬은 원작을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언…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1월 09일 -
한 배심원의 ‘합리적 의심’, 아버지 살해범 누명 쓴 아들 살렸다
왜 하필 성난 사람이 12명일까. 이 연극은 각자 다른 이유로 화가 난 배심원 12명이 증인들의 편협한 선입견에 감춰진 팩트(사실)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푹푹 찌는 한여름 오후,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는 배심원들의 작은 회의실. 누…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2월 26일 -
눈물과 광기로 만나는 ‘별이 빛나는 밤’
가왕(歌王)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김희갑 작곡 · 양인자 작사)에는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라는 구절이 나온다. 한국 가요에도 나올 정도로 불우했던 천…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2월 19일 -
“아리랑은 일본 열도에 울려 퍼진 유행가였다”
11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시어터에서 열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 · AMAs)의 히어로는 방탄소년단(BTS)이었다. 그들이 축하공연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객석은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2월 12일 -
‘무섹스, 무폭력, 무시사’의 3無가 전하는 기묘한 우화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라는 제목을 보면 영화 ‘살인의 추억’ 같은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 영화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현대의 이솝’으로 불리는 SF소설가 호시 신이치(1926~97)의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2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