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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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는 전략…‘중년 슬림핏’

배 나온 남성도 날씬하게 보이는 효과…꽉 끼는 것보다 주먹 한 개 여유 둬야

  • 전정욱 한석인터내쇼날 대표 etchbond@naver.com

    입력2014-09-2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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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트는 전략…‘중년 슬림핏’

    최근에는 중년 남성도 헐렁한 슈트를 벗고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찾는 추세다.

    시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여성의 패션 세계와 마찬가지로 남성의 클래식 슈트(비즈니스 슈트) 역시 비록 변화 주기가 길고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 트렌드가 존재한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클래식 슈트는 볼륨감이 있고 어깨 폭이 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가속적으로 슬림핏(slim fit·몸 라인을 살려주는 꼭 붙는 스타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가 시작된 건 신생 디올을 탄생시킨 에디 슬리먼의 출현 이후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가 디올 옴므에서 보여준 군살 없이 스마트하고 미니멀한 현대적 슈트의 모습은 남성 패션에서 가장 보수적인 복장이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슈트 세계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잘 입으면 몸매 보정 효과

    트렌드와는 별개로 슈트 발상지인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남성의 인체 곡선을 강조하는 몸에 잘 붙는 슈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일본 남성들만 봐도 몸에 잘 맞아떨어지는 슈트를 입고 다니는 이가 대부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활동성만 강조한 나머지 포대자루 같은 모양새를 한 슈트를 오랫동안 고집해왔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아저씨 중에도 세계 패션의 조류에 동참해 슬림핏한 슈트를 입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옷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여성 패션의 경우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패션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에 반해 남성 복식은 멋 내기를 터부시하던 어른들의 영향 때문인지 그 발전 속도가 상당히 더뎠다. 그런데 최근 자신을 가꾸는 남성이 경쟁력 있다는 사회 분위기 덕인지 부쩍 멋을 내는 중년 남성이 많아지고 있다.



    인체 곡선을 따라 잘 맞게 만든 슈트는 뚱뚱한 사람을 날씬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고, 날씬한 사람은 더 스마트해 보이게 만들어준다. 또한 꼭 맞는 슈트는 몸에 어느 정도 긴장을 줘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하고, 항상 뛸 준비가 된 비즈니스맨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한결 젊어 보이게 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어느 정도 활동성 보장 필요

    불룩 나온 배를 가리겠다고 헐렁한 재킷을 입었다간 코끼리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마른 체형을 감춰보겠다고 자기 어깨 폭보다 터무니없이 큰 재킷을 입었다간 포대자루를 쓴 생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땅바닥을 끌고 다닐 것 같은 치렁치렁한 바지 자락은 결코 우아해 보이지 않는다. 재킷을 입었을 때 주먹 하나 정도 들어갈 만큼의 여유면 충분하다. 팔 길이는 셔츠 소매가 살짝 보일 정도로, 기장은 엉덩이를 살짝 덮을 정도로, 그리고 바지 길이는 앞 주름이 꺾일 듯 말 듯한 정도면 적절하다.

    최근 슬림핏이 대세여서인지 서울 중구 소공동 양복점에선 ‘도배 사양’이란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이는 빈틈도 주름도 하나 없이 도배하듯 몸에 딱 달라붙게 옷을 만든다는 뜻인데, 이 또한 적절치 않다. 너무 심하게 꽉 낀 슈트를 입었다간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자칫 경박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슈트는 궁극적으로 직장인의 전투복인 만큼 어느 정도 활동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다고 슈트를 입고 양팔을 하늘 위로 번쩍 올려 항복 자세를 취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히 여유를 줄 필요는 없다. 그랬다간 업무와의 전투에서도 항복할 사람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앞으로 나란히’를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여유를 주면 충분히 ‘핏’도 살리고 활동성도 얻을 수 있다.

    요즘에는 오래된 슈트를 리폼하는 전문 수선집이 증가하고 있다. 자주 입는 슈트가 너무 헐렁해 보인다면 솜씨 좋은 리폼 전문집을 찾아가 상담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올가을 남성 패션은

    가볍고 부드럽게…포멀과 캐주얼 혼재


    슈트는 전략…‘중년 슬림핏’

    유행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건 본인에게 얼마나 어울리는지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2000년대 초반 일부 남성이 선호하던 슬림핏 제품이 ‘몸짱 열풍’ ‘꽃중년 열풍’이 불면서 점차 일반 남성 정장과 캐주얼로도 확산됐다. 이제는 대다수 남성 의류 브랜드에서 슬림핏 제품과 그에 어울리는 슬림한 타이를 내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슬림핏이 불편해도 어쩔 수 없이 입는 사람도 생겼다. 실제로 최근 나오는 슈트 제품은 치수가 작거나 허릿단, 바지통을 줄인 경우가 많아 옷을 살 때 제약이 따른다.

    2012년 제일모직 갤럭시가 40대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년 남성이 패션 정보를 습득하는 신뢰할 수 있는 경로 1위는 ‘아내 및 지인의 조언’(33.4%)이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슬림한 스타일로 등장하고, 남자들이 옷을 살 때 아내나 여자친구의 의견을 반영한 점이 슬림핏 열풍에 한몫한 것. 당시 이 설문조사에서 2위는 ‘신문이나 잡지의 스타일 기사’(19.1%), 3위는 ‘TV나 영화 속 배우, 가수의 스타일’(18.2%)이 차지했다.

    한편 제일모직에 따르면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는 봄·여름 시즌에 유행한 캐주얼 트렌드를 이어받아 포멀과 캐주얼의 혼재가 지속될 전망이다. 포멀과 캐주얼 아이템을 따로 구분하기보다 슈트 상의를 재킷 삼아 청바지와 매치하는 등 유연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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