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2

2018.01.17

베이스볼 비키니

이럴 바에는 2019시즌 일정 공모합시다

2018시즌 구단 간 이동거리 최대 1.5배 차이 나 논란

  • 입력2018-01-16 13: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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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한국시리즈 4차전 때 서울 잠실야구장에 모인 관중들. 벌써부터 2018시즌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경기 일정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2017 한국시리즈 4차전 때 서울 잠실야구장에 모인 관중들. 벌써부터 2018시즌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경기 일정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구단별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주말 및 공휴일 홈경기 수와 월별 홈경기 수 등을 최대한 고려해 균등하게 편성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해마다 정규시즌 일정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 써넣는 문구입니다. 그렇다면 2018시즌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이동거리는 얼마나 균등할까요. 가장 많이 움직이는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1만799km)입니다(그래프 참조). 반대로 가장 적게 움직이는 팀은 넥센 히어로즈(6641km)입니다. 절대거리로 따지면 서울과 부산을 다섯 번 왕복하고도 남는 4158km 차이고, 비율로 따지면 삼성이 넥센보다 1.5배 이상 많이 움직입니다. 

    올해만 이렇게 편차가 큰 건 아닙니다. 넥센이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안방으로 쓴 2016년 이후 3년 평균을 따져봐도 가장 많이 움직인 KIA 타이거즈(1만1600km)가 넥센(7492km)보다 역시 1.5배 이상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게 정말 ‘고르고 가지런하여 차별이 없음’(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뜻의 균등(均等)과 맞아떨어질까요. 

    그렇지 못합니다. 2018년 구단별 이동거리를 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먼저 확인한 독자분이 “넥센 팬이지만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입니다. 

    아예 구단 차원에서 반발한 일도 있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3년 일정이 나오자 “경기 조작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편파적으로 짜였다”고 항의했고, 결국 KBO가 한발 물러서 일정을 재편성했습니다.



    이동거리 편차 ‘확’ 줄이기 가능

    그렇다면 좀 더 균등하게 경기 일정을 짜는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없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지 않겠죠.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2013년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팀의 이동거리 편차를 줄인 일정표를 발표했습니다. 몬테카를로는 카지노로 유명한 모나코의 도시. 이 도시 이름을 딴 시뮬레이션 기법은 무작위로 난수를 추출해 원하는 함숫값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주사위를 아주 많이 던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이동거리 편차가 얼마나 줄어들까요. 당시 실제 이동거리가 가장 긴 팀은 롯데(9205km)였고, 가장 짧은 팀은 LG 트윈스(5538km)로 3667km 차이였습니다. 김 교수팀은 이 차이를 387km로 줄였습니다. 8개 구단 평균 이동거리도 7403km에서 7092km로 311km 짧아졌습니다(8개 구단 체제였고 경기 수도 적었다는 점을 감안해 읽어주세요). 

    이상합니다. 이렇게 이동거리를 균등하게 만들 수 있는 방식이 실재하고 있는데 왜 KBO는 이를 외면하는 걸까요. KBO에서 프로야구 일정 편성을 담당하는 건 운영팀입니다. 운영팀 측은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도 구해서 분석해봤다. 그 결과 이동거리는 균등하게 나오지만 어린이날 격년제로 안방 팀을 달리해야 하는 등 경기 편성 원칙을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KBO는 일정을 어떻게 짜고 있을까요. 이번에도 정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입니다. 운영팀 관계자는 “2013년까지는 수기(手記)로 일정을 짰지만 2014년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일정을 만들고 있다. KBO 실행위원회에서 확정한 편성 원칙에 따라 외부 컨설팅업체가 여러 안을 만들면 분석을 거쳐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요. 이 관계자는 “올해는 개막전 대진 편성 방식이 바뀌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가 들어 있어 일정을 조정하기가 예년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까지는 2년 전 성적을 기준으로 1-6위, 2-7위, 3-8위, 4-9위, 5-10위가 각각 상위 5개 팀 안방구장에서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올해도 개막전 장소는 여전히 상위 5개 팀 안방구장이지만 대진 상대는 흥행 등을 고려해 정했습니다.

    KBO “이동거리 외에도 고려할 것 많다”

    [황규인 기자]

    [황규인 기자]

    이 관계자는 계속해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를 둔 건 대표팀에 뽑힌 선수가 많은 구단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또 전체적으로 이동거리가 긴 (지방) 팀은 수도권 9연전을 편성하는 등 가능한 한 이동거리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이 제일 이동거리가 긴 건 롯데나 KIA 등 전통적으로 이동거리가 긴 팀을 배려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온 결과다. 2019년에는 삼성을 먼저 고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일정을 조율하다 보면 같은 구단 내부에서도 (선수 이동을 책임지는) 운영팀이나 마케팅팀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운영팀은 이동거리가 줄어든다고 좋아하지만, 마케팅팀은 아무래도 관중이 더 많이 찾는 주말 경기 편성이 불리하다고 불만을 품는 식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해 선택한 게 최종 일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KBO가 현재 쓰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과연 최고인지 알아보는 것. 이 문제는 여러분이 함께 풀어야 합니다. 사실 프로스포츠 리그 일정을 가장 최적의 방식으로 짜는 것은 ‘토너먼트 이동 문제’(Traveling Tournament Problem)라는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로 관심도가 높은 과제입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는 아예 조건에 따라 가장 좋은 일정을 편성하는 콘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해외 스포츠 리그는 이렇게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데, 유독 한국 프로야구만 일정을 정하는 방식이 제한적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이미 성균관대 연구팀이 제한적이지만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간동아’ 독자 여러분에게 2019시즌 일정 편성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지면 제약상 모두 쓰기 어렵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면 프로야구 일정 편성 원칙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활용하든 그 원칙을 모두 충족하는 일정을 만들어 제 e메일(kini@donga.com)로 보내는 게 콘테스트 내용입니다. 

    그러면 독자는 무얼 얻을 수 있느냐고요? 자신이 직접 짠 일정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요. 응원팀 이동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야구팬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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