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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로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다?

2050년까지 일주일에 한 기씩 지어도 화력발전 절반밖에 대체 못해

핵발전소로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다?

핵발전소로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다?

[사진 제공·한울원자력본부]

지금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는 온실기체(온실가스)가 초래하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이다. 이 대목에서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를 옹호하는 이들은 쾌재를 부른다. 핵발전소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핵발전소가 지구온난화를 막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석탄, 가스 같은 화력발전의 비중부터 확인해보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펴낸 관련 보고서(CO2 Emissions from Fuel Combustion 2016)를 보면 2014년 기준 발전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비중은 전체 발생량의 42.1%이다.

핵발전 용량은 화력발전의 10분의 1

핵발전소로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다?

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 전경(왼쪽). 6월 12일(현지시각)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운영이사회 보고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북한 핵개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뉴시스]

이 비율을 다시 나눠 보면 석탄 72.7%, 가스 20.2%, 석유 6.4%이다. 석탄, 가스, 석유를 합하면 99.3%. 그러니 사실상 석탄, 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를 원료로 한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체 배출량의 42.1%를 차지한다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IEA의 또 다른 보고서(World Energy Outlook 2016)를 보면 2014년 기준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발전량) 비중은 전체의 66.7%이다. 원료별로 따져보면 석탄 40.8%, 가스 21.6%, 석유 4.3%이며 핵발전소는 10.6%에 불과하다. 발전 설비 용량으로 따져보면 핵발전소(6.5%)는 화석연료(석탄, 가스, 석유 등) 화력발전소(63.4%)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핵발전소가 지구온난화의 대안이 되려면 온실기체를 배출하는 석탄, 가스, 석유 등 화력발전소를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대체해야 한다. 지난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됐듯, 21세기 안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80년)과 비교했을 때 섭씨 2도 안에 잡아두려면 2050년까지 의미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이 있어야 한다.

2014년 기준 전체 발전설비 용량 6117
GW(기가와트) 가운데 화력발전소의 비중은 3878GW, 핵발전소는 약 397GW이다. 만약 핵발전소로 화석연료 발전소의 3분의 1을 대체하려면 2014년 기준으로 약 1292GW 용량의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 신고리원전 5, 6호기의 용량이 각각 1.4GW이다. 그러니 신고리 5, 6호기 같은 핵발전소를 923기(1292÷1.4≒923) 더 지어야 한다.

2017~2050년 33년 동안 이만큼 핵발전소를 더 지으려면 13일에 한 기꼴로 건설해야 한다(33년×365일÷923기≒13). 욕심을 더 내 화력발전소의 절반을 핵발전소로 대체하려 하면 8.7일, 즉 약 일주일에 한 기꼴로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33년×365일÷1385기≒8.7일).

가동 핵발전소의 3분의 2는 2050년 안에 폐쇄

불가능한 수치다. 신고리 5호기의 경우 허가(2016년 6월)부터 준공 예상 시점(2021년 3월) 사이 시간이 약 5년이다. 까다로운 대지 선정과 더욱 까다로운 주민 동의 절차까지 염두에 두면 핵발전소를 짓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1956년 영국에서 처음 상업발전이 시작된 이래 최근까지 건설된 핵발전소는 총 612기다. 이 가운데 164기가 현재 영구 가동 중단된 상태다. 핵발전소가 미래에너지로 칭송받던 60년간 성적이 이 정도다. 그런데 지금부터 33년 사이 1000기에 가까운 핵발전소를 더 짓는 일이 가능할까.

결정적으로 다른 문제가 또 있다. 관련 보고서(The World Nuclear Industry 2016)에 따르면 9월 4일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447기)의 3분의 2가 2050년 전 폐쇄된다. 2021~2030년 187기(175GW), 2031~2040년 67기(56GW), 2041~2050년 28기(22GW)의 수명이 끝난다. 2014년 기준 핵발전량 397GW 가운데 253GW(70%)가 33년 안에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발전으로 석탄, 가스, 석유 등 화력발전을 일정 부분 대체하려면 아까 계산보다 더 많은 수의 핵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한다. 2050년까지 폐쇄되는 핵발전소를 염두에 두면 180기가 더 필요하다. 2050년까지 현 화석연료 발전소의 3분의 1을 핵발전소로 대체하려면 핵발전소를 1103기(923+180) 더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핵발전소 연료인 우라늄은 화수분이 아니다. 언젠가는 고갈될 지하자원이다. 만약 세계 곳곳에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우라늄 고갈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추진하려면 우라늄 매장량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한 가지 중요한 잠재적 문제도 있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극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가 해수면 상승이다. 그런데 세계 핵발전소는 대부분 해안가나 강가에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가장 먼저 침수 피해를 입을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기존 핵발전소의 상당수는 어떤 시점에서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을 가능한 한 빨리 찾고, 또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보급해야 한다. 더 중요하게는 효율을 높이든, 아껴 쓰든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호의적으로 봐도 핵발전소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입력 2017-09-25 17:26:54

  •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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