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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사람의 체열로 난방을 한다고?

지하철의 마찰, 고속철의 바람 등 에너지원 다양화 성큼

사람의 체열로 난방을 한다고?

사람의 체열로 난방을 한다고?

[shutterstock]

생태학자 로버트 페인이 바닷가  물웅덩이에서 야외 실험을 진행했다. 이 웅덩이에는 불가사리를 비롯한 여러 종의 따개비, 홍합, 삿갓조개, 달팽이 등이 살고 있었다. 페인은 불가사리가 여러 종의 동물을 모두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절대 포식자 불가사리를 없애버리면 어떨까.

페인은 한 웅덩이에서는 불가사리가 보일 때마다 수시로 제거하고(실험군), 다른 웅덩이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다(대조군). 결과는 놀라웠다. 불가사리가 사라진 웅덩이에서 홍합이 많아지면서, 15종이나 되던 생물이 8종으로 줄어들었다. 불가사리가 홍합을 적당히 견제한 덕에 유지되던 생태계의 다양성이 파괴된 것이다.

이 실험을 떠올린 까닭은 우리나라 에너지 생태계에서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가 차지하던 위상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서다. 핵발전소는 에너지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하던 불가사리일까, 아니면 그 정반대 상황을 낳은 홍합일까. 결론을 내리기 전 일찌감치 에너지 전환에 나선 외국의 인상적인 사례를 ‘휴먼 에이지’(문학동네) 저자 다이앤 애커먼의 안내로 살펴보자.

스톡홀름 중앙역 체열 난방 현실화

사람의 체열로 난방을 한다고?

하루 평균 승객 25만 명의 체열을 모아 근처 한 건물의 난방에 이용하고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역.

요즘처럼 더운 날 사람이 북적대는 만원 지하철 혹은 버스를 타는 일은 곤욕이다. 그럴 법하다. 한 사람은 시간당 35만J(줄)의 에너지를 몸 밖으로 배출한다. 초당 1J을 다르게 표현하면 1W이다. 그러니 한 사람은 약 100W(35만J÷3600초)짜리 전구가 돼 세상으로 에너지를 내놓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이 배출하는 체열(에너지)을 이용해 난방을 할 수는 없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역을 오가는 하루 평균 승객 25만 명의 체열은 실제로 난방에 이용된다. 중앙역의 환기 시스템은 이 25만 명의 체열을 모아 지하탱크 속 물을 덥힌다. 뜨거워진 물은 관을 통해 중앙역 근처 한 건물의 난방에 이용된다.

이 건물은 연간 연료 수요량의 3분의 1을 바로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모은 체열을 이용해 대체한다.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모아 난방을 하는 기가 막힌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좀 더 남쪽인 프랑스 파리로 가보자. 파리 지하철 랑뷔토 역은 출퇴근 시간대 수많은 통근자의 열기를 모아 근처 공공임대주택의 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인상적인 성공에 자극받은 이들은 좀 더 극적인 계획을 추진 중이다. 밤중에 사람이 집 안에서 방출한 열을 관에 실어 아침 일찍 사무용 건물로 운반하고, 낮 동안 사무실에서 방출한 열을 늦은 오후 주택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사람의 온기를 주고받으면서 지역사회 차원의 난방을 해결해보려는 색다른 시도다.

지하철역이 난방에 도움을 준다면, 지하철 자체는 전기를 생산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가 없을 때만 해도, 지하철이 들어올 때마다 먼지바람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 바람? 그렇다. 지하철이 빠른 속도로 휙휙 지나갈 때 불러일으키는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어떨까.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몰아치는 바람으로 벽에 설치된 바람개비를 돌려 풍력발전을 하는 것이다. 중국은 실제로 이런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방대한 국토를 가로지르는 고속철도 침목에 풍력발전기 바람개비를 설치해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생기는 강한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전기는 고스란히 고속철이 사용한다.

지하철로 전기를 생산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전기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생기는 마찰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열차가 커브를 돌거나 역에 들어서면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만들어지는 마찰에너지로 대형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하는 지하철을 검토 중이다.

이뿐 아니다. 고층빌딩은 빌딩 바람(building wind)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240m 높이의 두바이 세계무역센터에는 뾰족한 두 빌딩 사이에 풍력발전기 3개가 설치돼 있다. 고층빌딩 사이로 부는 강한 빌딩 바람을 이용해 바람개비를 돌린다. 이때 생산된 전기는 이 빌딩이 쓰는 전력의 15%가량을 충당한다.

바람개비 대신 물방울로 움직이는 풍차

‘풍차의 나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델프트공과대 풍차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풍차는 바람개비가 없다. 이 특별한 풍차는 양(+)의 전기를 띠는 물방울이 ‘바람을 타고서’ 전기장의 방향(양극에서 음극)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엄청난 소음에 새들이 충돌하는 사고까지 끊이지 않는 바람개비 풍차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이 특별한 풍차는 작은 물방울만 뿌릴 수 있고, 또 그런 물방울을 움직일 정도의 바람이 부는 곳이라면 어디나 설치 가능하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 형태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미래 어느 시점에는 도심의 고층건물 옥상마다 바람개비 없는 각양각색의 풍력발전기가 조형물처럼 서 있을지 모른다.

이제 글머리의 질문에 답해보자. 알다시피,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물을 끓일 때 무엇을 쓰는지만 다를 뿐 석탄화력발전소처럼 증기를 이용하는 것은 같다. 여전히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는 마치 홍합이 웅덩이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포식자 노릇을 한 것처럼 에너지 생태계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구실을 해왔다. 오래된 증기기관 가운데 하나인 원자력발전소를 포기하면 우리 앞에 어떤 미래가 열릴까. ‘혁신’은 오래된 것을 포기하면서 시작된다.



입력 2017-07-31 17:18:44

  •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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