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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교수의 빅데이터 이야기 <마지막 회>

전달의 고수 나이팅게일

영국군 야전병원 참상, 데이터로 분석해 간호학의 기초 세워

전달의 고수 나이팅게일

전달의 고수 나이팅게일

나이팅게일.

빅데이터 분석의 첫 단계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다음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창출해 분류 및 저장하고 문제 해결에 적합한 기법으로 분석한 뒤 그 결과에서 인사인트를 추출해 전달한다. 이런 과정은 마치 고리로 연결된 체인과 같아서 모든 고리가 제대로 연결돼야만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전의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했더라도 마지막 단계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좋은 분석이 될 수 없다. 많은 분석가는 전통적으로 분석 기법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분석 결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심지어 분석 결과는 ‘스스로 말한다’고 믿고 이 단계에 대해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현명한 분석가는 분석 결과를 흥미롭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의사결정자의 더 많은 주의를 끌면서 영감을 줄 수 있다. 즉 전달받는 경영자로 하여금 분석 결과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을 취하도록 하기 위해, 전달 단계를 중시하고 그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예를 들어 분석 결과를 표 형태로 제시하는 것은 결과물에 주의하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방법으로, 그것보다 다양한 차트나 그래프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결과를 명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색이나 움직임을 넣어 생기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160여 년 전 효과적인 시각화로 전달의 역사를 바꾼 나이팅게일의 사례를 소개한다.

전쟁 중 최초로 의무기록표 만든 나이팅게일

2011년 소말리아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을 때 우리 해군 청해부대는 ‘아덴만 여명작전’을 벌여 해적을 소탕하고 배를 구출해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석해균 선장은 저항하는 해적들이 쏜 6발의 총탄을 맞고 사경을 헤맸다. 그때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교수는 석 선장을 구하러 오만까지 날아갔고 괴사성근막염으로 온몸이 썩어가던 석 선장을 기적적으로 살려냈다. 당시 이국종 교수 옆에서 치료를 도운 간호사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 간호사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이처럼 간호사는 직접적으로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나이팅게일은 달랐다. 의사가 아님에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됐다. 나이팅게일은 어떻게 현대 간호학의 기초를 다진 백의의 천사가 됐을까.

나이팅게일은 1854년 크림전쟁(Crimean War)의 참상에 자극받아 자신이 직접 모집한 38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터키에 있는 영국군 야전병원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한 나이팅게일은 병원의 끔찍한 상황에 놀랐다. 환자들이 전장에서 입은 부상 때문이 아니라 야전병원에서 다른 질병에 감염돼 죽고 있었다. 나이팅게일이 도착한 1854년 겨울에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사망률이 43%에 달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범죄’라고 분노하며 이를 개선하고자 발 벗고 나섰다.

당시는 질병의 원인인 세균이 발견되기 전이었고 또한 간호학은 아직 걸음마조차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나이팅게일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전무했다. 그는 질병이 병원의 더러운 위생시설, 각종 악취, 지저분한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해 병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세탁실을 만들었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통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체계적으로 자료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당시 병원 관리는 형편없는 상태로 입원, 치료, 질병, 사망 원인 등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고 심지어 사망자 수조차 정확히 기록되지 않았다.

나이팅게일은 체계적인 병원 관리를 위해 세계 최초로 의무기록표를 만들어 입원 환자 진단(부상 내용), 치료 내용, 추가 질병 감염 여부, 치료 결과(퇴원 혹은 사망 원인) 등을 매일매일 꼼꼼히 기록하고 이를 월별로 종합해 사망자 수와 사망 원인을 정리했다. 또 지속적으로 병원 위생 상태를 개선한 결과 병원에서 2차 감염으로 사망하는 수가 확실히 감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이팅게일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전달의 고수 나이팅게일
색깔로 원인별 사망률 표기

당시 영국 여성들은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이 금지돼 있어 나이팅게일의 아버지는 딸을 직접 가르쳤다. 수학을 좋아했던 나이팅게일은 숫자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숫자로만 된 표는 눈길을 끌지 못해 사람들이 표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기 쉽다는 점을 염려했다. 나이팅게일은 자신이 분석한 결과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독특한 파이(pie) 형태의 그림(그림 참조)을 고안해냈다. 이는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발생한 불필요한 죽음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이런 그래프가 별것 아니지만 160여 년 전에는 이처럼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이 신선하고도 놀라운 방법이었다.

나이팅게일은 이 그림에서 질병 원인별 사망률이 매달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여러 색깔을 써서 나타냈다. 그림에서 붉은색은 전장에서 입은 상처로 죽은 경우이고 푸른색은 병원 감염, 즉 예방이 가능했던 질병으로 인해 죽은 경우였다. 이 그림만 봐도 누구나 병원에서의 감염을 막으려면 위생개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이팅게일은 동부지역 육군의 사망과 관련한 그림을 편지와 함께 계속 영국으로 보냈고 영국 신문은 이 그림이 명백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실에 놀라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람들은 부상한 군인들이 병원에서 치료받기는커녕 오히려 그곳에서 병을 얻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사람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정부는 서둘러 특별조사단을 파견했고 병원의 위생개혁을 서두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나이팅게일이 도착한 지 6개월 만에 부상병들의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2년 만에 전쟁이 끝나 귀국했을 때 나이팅게일은 이미 유명 인사였다. 그는 이러한 명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간호대를 설립해 현대 간호학의 기초를 세웠다.

당시 나이팅게일이 독창적인 그래프를 제시하지 않고 편지만 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신문에 기사로 보도되지 않았거나 보도됐더라도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숫자가 나타내는 정보를 시각화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면 그 효과는 확실히 달라진다.

요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화 솔루션과 툴의 사용을 중시하는 경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아무리 훌륭한 분석이라도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분석 결과를 듣는 경영진이 지루해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면, 그들이 분석 결과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하거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입력 2015-09-14 10:26:00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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