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7

2014.12.15

고객 성향 콕 찍어 강추! 똑똑한 데이터가 판매왕

정보의 바다에 개인 맞춤형 마케팅 갈수록 위력 발휘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입력2014-12-15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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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데이터 분석의 실제 사례는 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 외부에 발표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인이 빅데이터 분석의 효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LG CNS가 ‘고맙다 빅데이터, 6대 성공사례’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했다. 거기에는 전자, 화장품 등 다양한 제조 산업 분야의 실제 사례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주목한 건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 중인 LG생활건강이었는데,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이 요즘 인기 있고 가장 성공적인 분석 기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고객의 구매 주기, 품목, 상품 검색기록과 반품기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록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로 화장품 재구매 시기를 추천한 결과 예전보다 판매량이 3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정보 탐색 부담 크게 줄여줘

    인터넷 쇼핑의 빠른 성장은 상품과 서비스 바다에서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찾기 어려워지는 문제를 야기했고, 이런 정보의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추천 시스템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사이트 검색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선호에 맞는 여행지를 결정하고 이동수단과 묵을 곳을 정해 예약하려면 상당한 정보 탐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 맞춤형 여행 추천 시스템은 개인의 취향과 과거의 여행기록 등을 토대로 고객이 가장 흥미를 가질 만한 장소를 추천해주기 때문에 정보 탐색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많은 아이템 중 고객이 관심을 가질 최선의 아이템을 추천하는 개인 맞춤형 추천 기법은 책, 영화, 음악, 쇼핑, TV 프로그램, 인터넷 콘텐츠, 신문이나 잡지 기사뿐 아니라 온라인 데이터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추천 기법은 어떤 정보(제품 특성, 고객 취향, 구매기록 등)를 사용해 개인이 가장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추천하느냐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가장 성공적이고 많이 사용하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기법은 구매, 시청, 청취 등 고객의 유사한 행위나 평가 정보를 맞춤형 마케팅에 활용한다. 많은 온라인 추천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이 기법의 대표적 사례는 미국 최대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 웹사이트 넷플릭스(Netflix)가 개발한 영화추천엔진 ‘시네매치(Cinematch)’다.

    1997년 컴퓨터광이자 영화광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미국에서 제일 큰 비디오 대여 체인인 블록버스터에서 영화 ‘아폴로 13’DVD를 빌렸는데, 반납을 깜박했다 연체료 40달러를 물게 됐다. 속이 상한 그는 ‘늦게 반납하더라도 연체료를 내지 않고 DVD를 빌려 볼 수 없을까’ 고민하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차려 헬스클럽처럼 DVD 대여를 매달 정액제로 이용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영화 DVD를 주문해 무료 우편서비스로 받아 본 뒤 다시 무료 우편서비스로 반납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 아이디어를 비웃으며 사업이 곧 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에는 이미 블록버스터란 오프라인 공룡이 미국 구석구석에 9000여 개 대여점을 두고 매년 30억 달러 이상 수입을 올리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우편서비스는 ‘달팽이 우편’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느린 것으로 인식돼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넷플릭스는 1999년 500만 달러 매출에서 7년 후인 2006년에는 10억 달러, 2013년에는 44억 달러로 초스피드 성장을 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전 세계 회원 수 50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가장 성공적인 닷컴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고, 오프라인 공룡이던 블록버스터는 파산하고 말았다.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개인 맞춤형 영화 추천을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먼저 넷플릭스는 많은 사람이 어떤 영화 DVD를 빌릴지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 주목해 영화추천엔진 시네매치를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장르별로 분류한 영화 10만 개에 대한 2000만 건의 고객 영화평점을 활용한다. 또한 각 회원의 웹사이트 내에서 클릭 패턴이나 검색어 입력 등 행동 패턴, 실제 콘텐츠 대여 이력, 시청 영화에 부여한 평점 등을 분석해 고객 취향에 맞춰 영화를 추천하고 DVD 재고 상황을 최적화한다. 회원 80%가 시네매치가 추천한 영화를 대여할 정도로 신뢰를 표시하고 있고 영화 감상 후 만족도도 90%로 높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성공

    많은 정보 중 시네매치가 높은 가중치를 두는 건 고객 영화평점이다. 영화 ‘해운대’와 ‘괴물’의 평점을 높게 매긴 고객이‘7번방의 선물’도 점수를 높게 줬다면, ‘해운대’와 ‘괴물’을 재미있게 본 다른 고객에게 ‘7번방의 선물’을 추천하는 식이다. 사용자기반(user-based) 협업 필터링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을 쓰려면 그 전에 고객의 선호나 행위에 대한 많은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 나온 제품의 경우에는 고객 선호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부족해 추천에 어려움을 겪는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도 처음에는 사용자기반 협업 필터링 기법을 사용했지만, 영화와 책의 영역 차이와 특히 매일 엄청나게 발간되는 신간 서적 특성상 추천의 정확도가 낮았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아이템기반(item-based) 협업 필터링이란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특허까지 등록했다. 이 방식은 고객 선호나 행위는 고려하지 않고 구매한 아이템에서만 유사성을 찾는다.

    예를 들어 ‘해운대’와 ‘괴물’을 구매한 고객이 ‘7번방의 선물’도 구매해 시청했다면, ‘해운대’와 ‘괴물’을 본 다른 고객에게 ‘7번방의 선물’을 추천하는 식이다. 아마존은 이용자가 아이템을 검색할 때마다 ‘이 상품을 산 사람은 이런 상품도 샀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추천 아이템 목록을 제시한다. 고객의 효율적인 구매에 큰 도움을 주는 이 새로운 기법은 아마존이 도약하는 발판이 됐고, 아마존은 31개 제품 카테고리를 커버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로 거듭났다.

    빅데이터 시대에 성공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고객을 ‘강남 거주 20대 여성’과 같이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하고 일방적으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해서는 안 된다. 날마다 연속적으로 유입되는 엄청난 데이터 속에는 고객이 어디서 어떤 브랜드를, 얼마의 가격으로, 어떻게 구매하는지 등 타깃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숨어 있다.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집단이 아닌 개개인에게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적시에 더 정교하게 추천할 수 있어야 치열한 경쟁에서 크게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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