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경의 ON THE STAGE

별이 된 아이들이 지켜주는 우리

연극 ‘명왕성에서’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19-05-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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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남산예술센터]

    [사진 제공 · 남산예술센터]

    2014년 4월 16일 제주로 가던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희생자 중에는 수학여행을 떠나던 단원고 학생들도 있었다. 어린 학생들의 죽음에 한동안 대한민국은 죄책감에 빠졌다. 

    연극 ‘명왕성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시선을 담았다. 하늘나라로 가서 별이 된 아이들이 아직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동안 연극계는 전면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대신, 부분적이고 비유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접근하며 기억하려 했다. ‘명왕성에서’는 4월 16일 이후 정지된 시간의 기록을 전면에 내세운 첫 작품이다. 삶과 죽음, 고통과 두려움, 한숨과 분노의 과정을 절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찰의 시간으로 거울처럼 비춘다. 

    각기 다른 극단의 배우 19명이 11개 장면으로 꾸민 ‘명왕성에서’는 경기 안산교육지원청 4·16기억교실과 안산하늘공원 묘역에 놓인 부모, 형제, 친구, 선후배가 남긴 편지나 메모 같은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5년 전 세월호에 관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박상현 작가는 직접 연출도 맡아 우리 기억 속에서 ‘멀어지다 흩어지고 작아지다 사라져가는’ 세월호 참사를 관객과 마주하게 했다. 

    [사진 제공 · 남산예술센터]

    [사진 제공 · 남산예술센터]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예술작품이 사회적 망각에 맞서 이 일을 기억하려 했다. 아무리 사실과 당사자들이 겪은 정서, 언어에 의거할지라도 가공된 예술은 진실일 수 없다. 더구나 사회적 본질에 다가서려는 예술은 무엇보다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라는 전 국민적 아픔과 상실을 다루고 있기에 더 신경 써야 했다. 관객이 한눈팔지 않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명왕성에서’는 일부 배우의 현저한 기량 부족과 2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는 구성상의 문제가 아쉽다. 참사의 피맺힌 절규와 무너진 슬픔의 농밀함이 오히려 무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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