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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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김승용의 俗 담은 우리말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aristopica@gmail.com

    입력2016-12-30 16: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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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작은 추위를 뜻하는 23번째 절기 소한(小寒)보다 큰 추위를 뜻하는 24번째 절기 대한(大寒)이 덜 춥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오죽하면 같은 속담으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추운 대한 없다’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면 옛날에 절기를 정할 때 실수한 걸까요? 기후가 그때와는 달라진 걸까요?

    사실 실수한 것도, 달라진 것도 없습니다. 태양력에 맞춰 기후와 할 일의 때를 스물네 개로 나눈 것이 절기입니다(양력과 음력을 같이 쓰는 게 태양태음력입니다). 그런데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이 절기가 중국에서, 그것도 기원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지금 24절기는 기원전 1100년대~기원전 256년 고대 중국 주(周)나라 때 그 지역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주나라 영토는 황허(黃河)강 유역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민족의 침입으로 동쪽으로 옮겨 가 쇠락한 동주(東周)가 되기 전까지 주나라 수도는 장안(長安), 즉 지금의 시안(西安)이었습니다. 당시 장안은 매우 번성해 그 이름이 수도나 큰 도시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고, 그래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는 말도 여기서 나오게 됩니다. 이곳은 중국 서쪽 내륙이면서 땅이 넓고 비옥하며 물도 풍부해 생산과 통치에 여러모로 유리했습니다. 또한 그때는 천신(天神)의 권한을 받아 인간인 천자(天子)가 세상을 다스린다는 사상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천문과 인문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4절기가 만들어진 것도 그때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진 곳은 대륙 안쪽, 즉 내륙지역입니다. 따라서 비록 주나라 지역과 위도가 비슷하다곤 하지만 3면이 바다인 한반도에 적용할 때는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니 섬나라 일본은 오죽하겠습니까). 그 오차 가운데 ‘추위’는 아예 거꾸로 됩니다. 한반도에서 대한은 소한에 이어 더욱 추워지는 때가 아니라, 오히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는 극심한 추위가 점차 풀리는 때입니다. 그래서 이름만 엄청 춥다는 대한(大寒)을 들어 위 속담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속담이란 오래도록 유행하는 말입니다. 별다를 게 없는 말이라면 이내 잊히고, 거들떠도 안 봅니다. 독특하고 부조리하니 속담으로 줄곧 회자되는 것입니다.



    요새 대한민국은 또 다른 의미의 한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점점 추워지더니 갑작스레 모진 추위가 몰아칩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희망의 대한이 있습니다. 겨울이 추울수록 모두가 체온을 나누며 따뜻한 봄을 그립니다. 그렇게 마음을 모아 소한(小韓)을 녹여 대한(大韓)을 만들 것입니다. 2017년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로 활개 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김승용은 국어학과 고전문학을 즐기며, 특히 전통문화 탐구와 그 가치의 현대적 재발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속담이 우리 언어문화 속에서 더욱 살찌고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자 10년간 자료 수집과 집필 끝에 2016년 ‘우리말 절대지식’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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