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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구수, 시원, 진한 국물 맛에 홀딱

진도만의 명물 듬북국

구수, 시원, 진한 국물 맛에 홀딱

구수, 시원, 진한 국물 맛에 홀딱

듬북국은 짙은 색과 달리 맛이 개운하다.

맛좋은 음식을 만나면 다음번엔 누구와 이 음식을 먹으러 올까, 누구에게 알려줄까, 아무개는 먹어봤을까 등 이 사람 저 사람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다 나만 아는 비밀로 간직할까라는 욕심도 든다.

요즘 같은 때는 맛집으로 소문나면 진짜 단골은 식당 문턱 넘기가 오히려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당치도 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음식이 바로  전남 진도의  ‘듬북국’이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해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갈수록 듬북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을 들어서일 테다. ‘듬북’ ‘뜸북’ ‘듬부기’ ‘뜸부기’라 부르는 진도의 이 보물은 모자반과 해조류로 돌톳과 비슷하게 생겼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주로 자라는데, 요즘에는 조도나 나배도까지 가야 채취할 수 있는 데다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해 내륙에서는 맛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옛날 진도에서는 집안 경조사 때 돼지뼈  국물에 듬북을 넣고 끓여 손님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물에 잘 불어나는 해초라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 많은 양을 만들어둔 뒤 하루 종일 손님 대접하기에 좋았단다. 또한 개운한 맛으로 안주나 해장국으로 사랑받았으며 나물로 무치거나 굴, 바지락 등을 넣어 함께 볶으면 입맛 돋우는 반찬으로도 유용했다.


구수, 시원, 진한 국물 맛에 홀딱

바삭바삭하게 말린 듬북(위). 듬북국에 곁들어 먹는 전남 진도 '궁전식당'의 맛깔스러운 밑반찬들.

진도 읍내에 있는 ‘궁전식당’ 주인 조기홍 씨는 매년 5~6월이면 바다에 나가 손수 듬북을 채취해 말려뒀다 1년 내내 해장국을 끓여 낸다. 핏물을 뺀 쇠갈비를 2~3시간 푹 고은 육수에 듬북을 넣고 끓인다.

푹 익은 갈비를 건져 뼈는 바르고 살코기는 먹기 좋게 찢어 국물에 넣어 다시 한 번 끓이면 진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물 해장국이 완성된다. 구수하고 진한 갈비 국물에 해초 특유의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궁합을 만들어낸다.  

듬북은 미역처럼 줄기가 굵지 않고 다시마와 같은 탄력은 없지만, 매생이처럼 가늘지 않아 부드러우면서도 그 나름의 톡톡 터지는 식감을 가지고 있다. 한소끔만 끓이면 부드러워진다.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듬북과 죽죽 찢어 넣은 쇠갈비를 훌훌 마시듯이 먹으면 금세 뚝배기 한 그릇이 비워진다. 국물 맛이 워낙 옹골져 뚝배기에 고기나 듬북이 가득 든 것보다 국물이 많을수록 반가운 음식이라고들 한다.

진도에서 듬북을 구할 수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사오길 권한다. 말린 듬북은 많이 바스라지지 않고 모양이 잘 잡힌 단단한 것을 골라야 한다. 운 좋게 생것을 구할 수 있다면 잎 속에 공기가 차 볼록한 것을 고르면 된다.

좋은 듬북은 부피에 비해 무게가 덜 나간다는 것을 기억하자. 생것은 톳처럼 액젓에 무쳐 먹어도 맛있고, 파래처럼 초무침을 해도 된다. 먹고 남은 것은 바삭바삭하게 말려 냉동 보관한다.

소·돼지·닭뼈나 멸치·다시마·조개 등을 우려 만든 국물에 듬북을 넣고 팔팔 끓여 간만 맞추면 시원한 한 그릇의 국물 요리가 완성된다. 미역보다 고소하고, 다시마보다 시원한 맛을 볼 수 있다.





입력 2017-04-12 14:19:13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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