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미식세계

입맛 없는 여름… 산뜻한 채식으로 무더위 날려볼까

  • 입력2018-07-24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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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와 버섯으로 만든 따뜻한 한식 샐러드.(왼쪽) 더운 날 입맛 돋우기에 좋은 동남아시아 향신료들. [사진 제공·김민경]

    두부와 버섯으로 만든 따뜻한 한식 샐러드.(왼쪽) 더운 날 입맛 돋우기에 좋은 동남아시아 향신료들. [사진 제공·김민경]

    주변에 채식을 선호하는 이가 하나 둘 늘고 있다. 종교적 이유를 제외하면 채식을 시작하는 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아토피나 알레르기처럼 타고난 문제, 몸의 질환, 다이어트 같은 건강상 이유다. 다른 하나는 동물권 보호, 비인도적 축산과 도축 제지, 환경 문제 해결 같은 신념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 부류는 채식을 선호하고, 두 번째 부류는 채식을 수호한다. 

    재미있는 것은 주변이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채식을 시작한 사람은 대부분 채식을 수호하는 신념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채소를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탁에 오르는 채소의 고향과 뿌리, 자란 환경을 되짚어보기 때문이다. 이때 자연스럽게 가금류, 육류, 해산물의 사육과 포획, 도축 과정도 알게 된다. 

    베저테리언(vegetarian), 즉 채식주의자는 섭취하는 식품 종류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뉜다. 비건(vegan)은 완전 채식을 의미한다. 과일과 채소 외 육류, 해산물, 달걀, 우유, 유제품을 일절 먹지 않는다. 이보다 더 기준이 까다로운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과일과 견과류만 먹는다. 하지만 영양 불균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프루테리언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건을 기준으로 더 먹을 수 있는 식품 종류에 따라 다시 갈래가 나뉜다. 달걀을 먹는 오보(ovo), 달걀 대신 우유와 유제품을 먹는 락토(lacto), 달걀, 우유, 유제품을 모두 먹는 락토오보(lacto-ovo)가 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달걀, 우유, 조류, 어류를 먹는 폴로 베저테리언(polo vegetarian), 달걀과 우유, 어류를 먹는 페스코 베저테리언(pesco vegetarian), 그리고 평소에는 비건을 실천하다 경우에 따라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 있다. 

    필자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을 선호하는 편이며, 비건이 될 계획은 없지만 좀 더 다양하게 채식을 즐기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한식이고 밥과 된장, 고추장, 김치, 각종 나물, 두부를 즐겨 먹는데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을 제외하면 채식에 가까운 식단이다. 이렇듯 한식은 채식을 손쉽게 즐기기에 좋은 식단인 것 같다.
     
    콩과 두부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얼마나 다양한가. 계절마다 나는 버섯과 산나물, 갈무리해둔 묵나물은 따로 향신료를 쓰지 않아도 저마다 풍미가 무척 좋다. 각종 장아찌와 부각을 만드는 재료도 대부분 채소다. 지짐, 배추와 두부로 소를 만들어 넣는 전병, 달콤한 정과와 약과, 유과, 그리고 떡 역시 채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식과 함께하기 좋은 것이 바로 일식인데 채소로 만든 찜, 조림, 절임이 매우 다양해 낫토를 곁들여 밥반찬으로 먹기에 아주 좋다. 게다가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인 가지, 호박, 당근, 무, 배추, 연근, 콩, 두부, 해조류 등으로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일식 조리법은 무궁무진하다. 



    익숙한 음식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자극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동남아시아 요리가 대안이다. 태국과 베트남 요리에 사용하는 고수, 타이 바질, 레몬그라스, 갈랑갈, 카피르 라임, 토종 고추 같은 향신 채소는 어떤 동물성 단백질도 내지 못하는 환상적인 맛과 향을 음식에 선사한다. 인도, 네팔, 파키스탄 음식에도 동남아시아 요리 못지않게 카레, 샐러드 같은 채식 메뉴가 다양하다. 채식의 역사가 길고 인구가 많은 유럽 음식을 보면 올리브, 케이퍼, 아티초크, 비트, 셀러리악, 병아리콩, 야생 과일, 여러 곡물을 활용한 채식 요리가 줄을 잇는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산뜻하고 짜릿한 채식 요리로 몸을 깨워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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