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9

2016.08.03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잠언

자경잠(自警箴)

  • 하승현 선임연구원

    입력2016-07-29 17:30:1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자경잠(自警箴)
    - 내 분수를 편안히 여기리


    귀해지면 화가 가까워지고
    부유해지면 매정해지니
    구름 자욱한 골짜기에서
    정신을 수양하는 것이 어떨까?

    안자(顔子)는 단표누항(簞瓢陋巷) 속에서도
    즐거움을 누렸고*
    도연명(陶淵明)은 정원을 거닐며**
    밝은 달 맑은 바람을 벗 삼았네
    성현도 그러하니
    보잘것없는 이 몸 말할 나위 있을까?

    여덟아홉 칸 집이 있어
    늙은 몸 쉴 수 있고
    수십 이랑 밭이 있어
    주린 배 달래고 마른 목 축일 수 있으니
    나는 내 분수를 편안히 여기고
    이익과 욕심을 좇지 않으련다


    自警箴  



    貴則近禍 富則不仁 何如雲壑 怡養精神
    一片顔巷 樂在其中 三逕陶園 皓月淸風 聖賢尙然 況乎小儒
    屋八九間 可容殘軀 田數十畝 足慰飢渴 我安我分 不趨利慾

    *공자가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제자 안회를 칭찬한 말에서 인용했다. 공자는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추한 곳에 사는 것을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가운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놓지 않으니, 어질구나, 안회여!”라고 했다.-‘논어’ 옹야(雍也)

    **중국 진(晉)나라 시인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이 거칠어졌으나,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 있네”라는 구절이 있다.





    조선시대 학자 경재(敬齋) 하연(河演·1376~1453)이 76세에 지은 글입니다. 행복을 위해 귀해지고자 하고 부유해지고자 하지만, 귀해지면 오히려 화가 따르고 부유해지면 오히려 매정해지니 이는 결국 행복에서 멀어지는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귀를 멀리하고 자연을 벗 삼아 사는 데 행복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자유롭습니다.

    - 하승현 선임연구원

    직접 써보세요

     
    나는 내 분수를 편안히 여기고
    이익과 욕심을 좇지 않으련다

    我安我分 不趨利慾
     아안아분 불추리욕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