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9

2015.08.03

매미, 한 달간의 사랑

  • 노은지 KBS 기상캐스터 ejroh@kbs.co.kr

    입력2015-08-03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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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 한 달간의 사랑
    밤낮으로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니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됐나 봅니다. 매미는 발음근을 씰룩거려 소리를 만들어내고 배의 빈 공간인 공명실에서 소리를 증폭해 큰 울음소리를 냅니다. 매미 몸통이 스피커 앰프 같은 기능을 하는 거죠. 스피커에 물이 들어가면 소리가 작아지듯이 매미도 비가 오는 날엔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비가 오다가도 매미가 울면 곧 날이 개는 것을 알 수 있고 ‘저녁 매미는 맑음’이란 옛말도 있습니다.

    날씨를 알려주는 고마운 매미소리지만 귀에 거슬리기도 합니다. 귀를 찌르는 듯한 매미소리의 주범은 말매미와 참매미인데요. 말매미 소리는 6kHz(킬로헤르츠), 참매미는 4kHz로 사람 귀에 잘 들리는 주파수이기 때문입니다. 참매미는 동틀 무렵부터 오전 9시 사이에 가장 크게 울어 아침잠을 깨우고요. 말매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가장 큰 소리를 내 나른한 오후를 방해합니다.

    밤낮으로 울어대는 매미가 얄밉긴 하지만 매미 일생을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땅속 1m 이상 깊은 곳에서 4~7년을 유충으로 보내다 고작 2~4주간 햇빛을 보는데요. 땅 위로 나온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암매미를 찾아 커다란 소리로 사랑의 신호를 보내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시끄럽게 들리던 매미소리는 오랜 시간 품어온 사랑의 신호인 거죠. 올여름은 매미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고, 사랑의 세레나데에 취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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