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0

2015.03.23

봄은 고양이로다

  • 노은지 KBS 기상캐스터 ejroh@kbs.co.kr

    입력2015-03-23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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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시인의 말대로 봄은 고양이처럼 왔습니다. 언제 왔는지 모르는 사이, 어느새 옆에 와 있습니다. 볼에 닿는 공기가 부드러워지니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참 반갑습니다.

    예부터 3월에 부는 바람은 ‘혜풍(惠風)’이라 했습니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부는 은혜로운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봄바람, 춘풍엔 긍정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뜻의 ‘도처춘풍(到處春風)’,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의미하는 ‘사면춘풍(四面春風)’, 봄바람을 타고 소원을 이룬다는 ‘득의춘풍(得意春風)’까지. 하지만 봄바람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봄은 고양이로다’ 중)’처럼 봄바람을 타고 춘곤증도 함께 찾아옵니다. 추운 겨울에서 포근한 봄으로 넘어가는 이맘때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따뜻한 봄에 적응하면서 우리 몸이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춘곤증을 ‘봄철 피로 증후군’이라고도 합니다. 급격한 생체리듬 변화에 몸이 피로해지고, 잔뜩 긴장돼 있던 근육이 이완되면서 나른해지는 거죠. 지금, 이 짧은 글을 읽는데도 눈꺼풀이 내려오나요? 창을 열고 은혜로운 3월 춘풍에 춘곤증을 날려 보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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