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7

2015.10.05

여우비 그치고 건들바람 부네

  • 노은지 KBS 기상캐스터 ejroh@kbs.co.kr

    입력2015-10-02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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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비 그치고 건들바람 부네
    선들선들 건들바람이 불어옵니다. 딱 이맘때, 부드럽게 불어오는 초가을 바람을 건들바람이라고 합니다. 평상시 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이렇게 순우리말로 날씨를 표현하면 더욱 정감이 있는데요. 날씨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람을 표현하는 말로는 뱃사람이 사용하던 단어를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이름을 붙였기 때문인데요. 동쪽은 ‘새’, 서쪽은 ‘하늬’, 남쪽은 ‘마’, 북쪽은 ‘높’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샛바람’이라고 하면 이른 아침 동틀 무렵에 부는 동풍을 의미하고요. ‘하늬바람’은 서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뜻합니다. 가을철엔 주로 서풍이 불어 하늬바람을 가을바람이라고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마파람’은 남풍, ‘높새바람’은 푄현상을 일으키는 북동풍을 말합니다.

    바람뿐 아니라 비를 표현하는 재미있는 우리말도 있습니다. 비가 내렸다 금방 그칠 때, 또는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데도 비가 내릴 때 ‘여우비’가 내린다고 하죠. 금세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여우 같다고 해서 여우비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그래서 비가 금세 그치거나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면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고도 합니다. 또 이리저리 다니면서 비를 뿌리다고 해서 소나기를 ‘산돌림’이라고 하고요. 겨우 먼지 정도만 재울 수 있게 살짝 내린 비를 ‘먼지잼’이라고도 합니다.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오늘 날씨는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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