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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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과 함께 온 ‘금지된 사랑’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2-11-12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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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바람과 함께 온 ‘금지된 사랑’
    애절한 짝사랑의 대명사로 꼽는 베르테르가 시린 가을바람과 함께 돌아왔다. 독일 문호 괴테가 1774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000년 초연 때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마니아 사이에선 유명한 작품이었다. 2002년 재공연 준비 당시 제작비 문제로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벌여 이듬해 공연이 성사될 만큼 관객 충성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마을 발하임의 무도회에서 맑고 순수한 영혼의 로테를 만난 베르테르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베르테르는 밤새 설레는 마음으로 그린 초상화를 로테에게 선물하고, 로테는 감사의 표시로 푸른 리본을 묶은 책을 그에게 준다. 로테의 마음이 자신과 같다고 생각한 베르테르는 홀로 불꽃 같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 옆에는 완벽한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 결국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삶을 마감한다.

    소설을 발간한 당시 베르테르에 공감한 젊은이들의 모방 자살이 급증해 유럽 일부 지역에서 소설 발간을 중단한 일도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을 알고 보면 극 초반 사랑에 빠져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 같은 베르테르의 모습에서 처연함마저 느껴진다.

    큰 줄거리는 소설을 따르지만, 장르 특성상 진행 방식과 강조하는 상황은 달라졌다. 원작이 베르테르가 친구에게 쓴 편지로 구성된 서간체 소설이다 보니 극을 풀어가기엔 수월하지 않았던 것. 따라서 편지를 읽는 장면은 2막 초반에 잠깐 등장한다. 소설에서는 로테에게 약혼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빠져들지만, 뮤지컬은 극적인 연출을 위해 약혼자가 있는 걸 모른다고 설정했다. 여주인을 사랑하지만 신분의 장벽 때문에 고민하던 ‘이름 없는 하인’에게는 ‘카인즈’라는 이름을 주고 비중을 높였다. 베르테르의 내면을 반영한 캐릭터다.

    이 작품은 김다현, 김재범, 성두섭, 전동석 등 색다른 매력을 지닌 배우 네 명을 베르테르 역에 캐스팅해 주목받았다. 연출을 한 김민정은 김다현에게서 ‘섬세한 광기’를, 김재범에게서 ‘아련함과 애틋함’을, 성두섭에게서 ‘진지한 열정’을, 전동석에게서 ‘순수한 충동성’을 느꼈다고 한다. 이들 중 김다현은 2003년 이후 9년 만에 다시 베르테르를 연기한다.



    수많은 작품이 피고 지는 공연계에서 장기간 흥행에 성공한 비결은 재공연을 거듭하며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올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음악이다. 새로운 넘버 두 곡이 추가됐고, 14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풍성함을 더했다.

    괴테는 사랑을 “진정한 생명의 꽃이자 휴식 없는 행복”이라고 묘사했다. 베르테르의 금지된 사랑은 올가을 관객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까. 12월 16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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