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1

2015.06.08

체코 대표하는 ‘현의 노래’

파벨 하스 현악 4중주단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5-06-08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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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대표하는 ‘현의 노래’

    현악 강국으로 이름난 체코 출신의 현악 4중주단 ‘파벨 하스 4중주단’.

    해마다 이맘때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애청반이 하나 있다. 바로 프라하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드보르자크 ‘현악 세레나데’ 음반(Denon)이다. 1994년 프라하 루돌피눔에서 녹음한 이 음반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초여름의 상쾌한 훈풍이 은은하게 불어오는 것만 같다. 그 느낌은 언젠가 차창을 열고 보헤미아의 들판을 느긋하게 누비던 날 기분 좋게 피부에 와 닿던 바람의 그것과 닮았다.

    체코의 현(絃)은 각별하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언제나 현악 파트의 소리, 그 특별한 음색과 질감이다. 그 음색은 화려하기보다 온화하고 유려하며, 그 질감은 자극적이기보다 질박하면서 향기롭다. 그리고 그것이 그려 보이는 이미지는 다분히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의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체코는 예로부터 ‘현악 강국’으로 유명했다. 특히 현악기 4대(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가 모여 연주하는 현악 4중주 장르에서는 실로 찬란한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최초의 현대적 현악 4중주단으로 꼽히는 ‘보헤미아 4중주단’을 필두로 ‘프라하 4중주단’ ‘스메타나 4중주단’ ‘야나체크 4중주단’ ‘탈리히 4중주단’ 등이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체코 현악 4중주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 깊고 유장한 흐름은 ‘파벨 하스 4중주단’에 의해 오늘에까지 계승되고 있다.

    6월 16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파벨 하스(1944년 폴란드 아우슈비츠에서 요절한 체코 작곡가의 이름) 4중주단은 2002년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출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베로니카 야루스코바가 창단했다. 처음에는 ‘하스 4중주단’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나 2004년 ‘슈캄파 4중주단’ 첼리스트였던 야루스코바의 남편 페터 야루셰크가 가세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스메타나 4중주단’의 비올라 주자였던 밀란 슈캄파 교수로부터 체코 4중주 악파의 전통을 전수받았고, 스위스 바젤에서 ‘라살 4중주단’의 리더 발터 레빈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파올로 보르치아니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연주 경력을 시작했다.

    그 후 10년, 파벨 하스 4중주단은 ‘알반 베르크 4중주단’과 ‘하겐 4중주단’ 이후 가장 빠르고 눈부신 성공을 거둔 현악 4중주단으로 우뚝 섰다. 이들의 공연은 가는 곳마다 극상의 찬사를 받았고, 이제까지 내놓은 5장의 음반(Supraphon)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각종 음반상을 휩쓸었다. 이러한 성과는 무척 드문 경우로, 이들의 연주가 훌륭한 음악성과 더불어 보편적 호소력을 겸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내한공연은 지금 현재 국제무대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현악 4중주단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프로그램은 드보르자크 ‘아메리카 4중주’와 야나체크 ‘비밀편지 4중주’ 등이다. 체코의 현악 전통과 현대적 세련미를 아우르는 탁월한 연주로 체코 현악 4중주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설렌다. 아마도 6월 16일엔 LG아트센터에서 보헤미아의 들과 모라비아의 숲을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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