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2

2017.01.16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무명 음악가와 음악평론가의 대화

음악의 미래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7-01-16 17: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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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의 독자라고 밝힌 어느 음악가에게서 e메일이 왔다.

    ‘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뮤지션이라는 꿈 하나로 포항에서 서울로 온 지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음악시장 형태와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음악의 시대적 변화,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제점 등을 다룬 이야기를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중략) 저같이 대학도 나오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반감이 있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요. 자작곡만 스무 곡이 넘고 곡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매체에 노출되지 않으면 관심 없는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어필해야 될까요.’

    이 분만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건 아닐 테다. 아니, 이미 궤도에 오른 아이돌이나 1990년대부터 다져진 팬층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혹은 트렌드의 품 안에 있는 힙합 뮤지션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고민에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홍대 앞이라는, 일종의 인큐베이터에서 활동해온 친구들도 최근의 현장 분위기에 집단우울증 비슷한 걸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이런 고민은 대중음악사에서 늘 반복돼온 일종의 루프 같은 것이기도 하다. 1950년대 탄생한 로큰롤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군대에 간 후 비틀스 신드롬이 시작될 때까지 침체를 겪었다. 아무도 영국 리버풀 출신의 ‘촌뜨기’들이 음악으로 세계를 정복할 줄은 몰랐다. 뉴욕 브롱크스 흑인의 놀이문화였던 힙합이 90년대 당당히 주류문화의 일원이 될 줄, 그리고 2010년대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과 더불어 세계 트렌드를 장악할 줄도 몰랐다. 인터넷혁명이 약 100년간 지속된 음반 시대를 단숨에 끝내버릴 줄도 몰랐다. 10년 전 이맘때 첫선을 보인 아이폰이 음악 다운로드를 삼일천하로 마감하고 스트리밍을 보편화시킬 줄도 몰랐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말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새벽에 난다’고. 변화를 진단하는 순간 현재는 벌써 과거가 되고 있다. 그만큼 빠르다. 모든 게 그렇다.

    그럼에도 예측하는 것이 음악평론가가 할 일이다. 그 음악가의 질문에 조심스레 답해본다. 인간의 감각 가운데 가장 강한 건 시각이다. 1982년 미국 MTV가 개국하면서 음악은 더는 듣기만 하는 게 아니다. 보는 게 됐다. 방송이 음악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한국에선 21세기 들어 라디오의 영향력이 쇠퇴하며 더 그렇게 됐다.



    인터넷, 나아가 모바일은 시각의 영향을 더욱 강화했다. 아마 우리는 진짜 현실보다 모니터 속 현실을 지금 이 시간에도 더 많이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 즉 라디오나 TV에 의존하는 건 철 지난 낭만주의자가 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미디어가 많아지고 소비자의 선택권 또한 증가함에 따라 스스로 플랫폼의 지배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한구석을 차지하는 연예인보다 능동적인 팬 수만 명을 확보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21세기 이후 스스로의 힘으로 스타가 된 뮤지션들이 있다. 마이스페이스부터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까지 이름은 달랐지만 헤게모니를 교체해온 온라인 플랫폼을 잘 활용한 이들이다.

    ‘어떻게 하면 내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줄까’라는 고민으로는 부족하다. 안타깝게도 현실이다.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퍼포먼스일 수도, 스토리텔링일 수도 있다. 지금의 힙합이 그러하듯 효과적 메시지 전달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다. 자본과 권력이 없는 이에게 2010년대 무기는 오직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길뿐이다.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이제 음악은 듣기 전에 보는 것임을. 오디션 프로그램이 TV가 아닌 라디오에서 방송됐다면 이만큼의 영향력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으로 답변을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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