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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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조지 마이클의 죽음

별들이 유성우처럼 쏟아진 2016년의 대단원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6-12-30 16: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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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다. 현지시각 2016년 12월 25일 향년 53세로. 왬!(Wham!) 시절 히트곡이었으며, 머라이어 케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더불어 현대의 대표적 캐럴이라 할 만한 ‘Last Christmas’처럼, 그는 크리스마스에 갑작스레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타고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거대하고 씁쓸한 농담 같다.

    얼마 전 레너드 코엔의 부고 칼럼을 쓰면서 2016년에는 이게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러길 바랐다. 음악팬들에게는 멈추지 않는 작별의 해였다. 그 시작을 알린 데이비드 보위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면서 친구들의 손을 잡고 이끌기라도 한 것 같다. 2016년 마지막 슬픈 뉴스였던 조지 마이클 타계는 그리고, 나에게는 음악에 처음 빠져들던 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창고에서 먼지를 털고 꺼낸 워크맨 같은 기억을.

    중학교 1학년 끝 무렵이던가 2학년 시작이던가, 아무튼 겨울이었다. 엄마가 선물을 주셨다. 삼성 ‘마이마이’였다. 워크맨이 국내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있는 집 아이는 워크맨을 갖고 다니기도 했는데 그건 정말 극소수였고, 보통은 나처럼 마이마이나 금성(현 LG) ‘아하’였다. 가끔 대우 ‘요요’를 가진 친구도 있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 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는 안방에 자리한 아버지의 인켈 전축이 유일했다. 아버지가 트는 엘피반과 라디오는 저녁까지만 작동했고, 밤의 음악은 그래서 마이마이와 함께 시작됐다. 그것도 내 방 이불 속, 혹은 책상이라는 가장 개인적이고 은밀한 시공간에서. 밤의 라디오는 낮과는 차원이 달랐다. 혼자 이어폰을 꽂고 접하는 디제이의 멘트와 음악이 내게 다가오는 밀도가 더 컸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렇게,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디스크쇼)와 ‘별이 빛나는 밤에’(별밤)를 접하기 시작했다. 이문세가 진행하던 당시 별밤에선 일요일마다 별밤가족이 보내온 신청곡 엽서를 토대로 인기 차트를 방송하곤 했다. 내가 처음 별밤을 들을 무렵, 계속 1위를 하던 노래가 바로 조지 마이클의 ‘Faith’다. 아버지에게 카세트테이프를 사달라고 했다. 디스크쇼를 통해 알게 된 글렌 메데이로스의 카세트테이프도 같이 졸랐다. 아버지는 다음 날 퇴근하면서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조지 마이클 테이프와 성음에서 나온 글렌 메데이로스 테이프를 사다 주셨다. 태어나 처음 내 의지로 음반을 구매한 것이다(내 돈으로 처음 산 건 몇 달 뒤 부활 2집이었다). 그렇게 나는 음악의 세계에 한 걸음 더 발을 담그게 됐다. 그땐 몰랐다. 조지 마이클의 음악이 펑크와 R&B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펑크가 뭐고 R&B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니 알 턱이 없었다.

    그 뒤 한동안 조지 마이클을 잊고 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헤비메탈을 알게 됐고, 팝 따위는 시시한 음악이라 여기는 허세의 사춘기 시절 격랑의 나날을 보냈으니까. 그럼에도 조지 마이클의 행보는 마치 우연히 밟는 레고 조각처럼 강렬했다. 소속사와 분쟁 탓에 공백을 가진 뒤 내놓은 ‘Listen Without Prejudice Vol. 1’의 광고를 봤을 때 나는 이 앨범을 살까 말까 고민했으며, 친구들과 함께 프레디 머큐리 추모공연 비디오를 보고 난 후에는 “야, 역시 액슬 로즈가 짱이야”라고 호기롭게 말하면서도 ‘X발 조지 마이클, X나 멋있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추모공연 비디오를 집에서 몇 번이고 돌려 봤다. 액슬 로즈 파트보다 조지 마이클 파트를 더 많이 봤다. 진짜 멋있는 것은 허세와 위선의 장막 안에서도 빛났다. 그가 그때 입었던 핫핑크 재킷처럼.



    별들이 유성우처럼 한꺼번에 저무는 한 해였다. 지난 세기가 생물학적으로 영면에 들고 있음을 깨닫는 한 해였다. 인생 전환기라는 다중잠금장치의 열쇠 중 하나였던 조지 마이클을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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