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5

2016.04.27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어쩌면 ‘미녀는 괴로워’가 최선일지도

음악영화 혹은 영화음악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6-04-25 15: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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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몇 편의 제목이 떠오른다. 모두 음악영화다. 평생 음악을 좋아하면서 살아왔으니 음악영화에 꽂히는 건 필연이다. ‘올모스트 페이모스’ ‘클럽 싱글즈’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쿨 오브 락’ 등이다. 이 영화들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뮤지션의 이야기가 있고, 팬의 이야기가 있으며, 음반가게 주인의 이야기가 있다. 음악 하나로 참 많은 이야기를 꺼낸다. 최근 개봉한 ‘원스’도 참으로 감동적인 음악영화였다. 음악을 매개로 한, 두 남녀 뮤지션의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면 외국에서는 음악영화가 많이도 쏟아진다. 다큐멘터리부터 멜로, 코미디까지. ‘원스’나 ‘비긴 어게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만 해도 ‘굿바이 버클리’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꾸준히 개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음악영화를 찾기 힘들다. 흥행 작품은 ‘라디오 스타’ ‘미녀는 괴로워’ 정도가 있을까. 나머지는 쫄딱 망했다. 이는 한국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위치와 무관하지 않다. 외국에선 음악이 라이프스타일의 핵심 코드 가운데 하나다. 만나서 안부를 주고받을 때 요즘 무슨 음악을 듣는지 묻는다. 공연장에 가는 건 우리가 멀티플렉스에 가듯 일상적인 일이다. 밴드나 DJ 등 실천으로서의 음악 또한 소년소녀 시절 한 번씩은 도전하는 통과의례다. 그렇기에 그리도 다양한 음악영화가 나올 수 있다. 어쨌든 음악이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니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인생이 스크린에 옮겨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음악이란 보통 어릴 때 잠깐 좋아하던 무엇으로 그친다. 아이돌에 열광하던 시절은 철없던 소녀시대의 추억일 뿐이고, 록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던 기백은 군대 가기 전의 풋풋한 기억이다. 그나마 노래방이 등장하면서 통기타 시대도 갔다. 밴드를 하거나 DJ 장비를 구매하는 건 아직까지도 특수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어른들에게 욕먹기 딱 좋은 일탈 문화에 불과한 것이다. 어디 생활에서뿐이랴. 대중문화산업 전반에서도 음악은 이미 한참 전 영화와 TV에 밀려나지 않았던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가수가 앨범 200만 장을 팔고, 그래서 저녁 9시 뉴스에 등장할 수 있을까. 들국화나 김현식, 김광석처럼 오롯이 자기 음악으로, 자기 능력으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일은 고사하고 말이다.

    하여, 한국 영화는 추억으로서의 음악, 지금 장년층이 젊은 날 향유하던 음악, 음악이 잘나갔다고 말해지던 시대의 음악만 다룰 뿐이다. 영화는 딱 여기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할 수도 있는 그런 현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다. 길거리 뮤지션의 아름다운 로맨스? 우리나라에 그런 문화가 있기나 했던가.

    거리 뮤지션 하면 대부분 통기타 들고 1980년대 포크송을 부르며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이들밖에 떠오르지 않는 상황인데. 심지어 홍대 앞 버스킹 뮤지션들도 자기 노래가 아니라 기존 인기곡만 부른다.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출세기? 지금 대중음악계에서 인디밴드가 출세하려면 음악이 아니라 ‘무한도전’에 출연해야 한다는 건 다 알지 않나. 한강에 괴물이 나타나면 판타지가 되지만, 인디밴드가 록스타가 되는 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는 게 우리의 상황이다.



    어쩌면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그 무거운 특수분장을 하고 갖은 고생을 하다 ‘마리아’를 부르며 스타가 된 것, 그게 딱 한국 현실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음악영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건 아이돌 시스템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배하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울일지도 모른다. 음악이 예능 아니면 배경음악이 돼버린 현실을 반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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