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8

2016.03.09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제3세계 음악의 부활을 꿈꾸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내한공연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6-03-04 17: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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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에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시가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우리는 21세기 들어 알았다. 음반 제작자 닉 골드의 쿠바 음악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계기로 쿠바혁명 이전에 활동하던 노장 음악가들이 모여 미국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와 함께 앨범을 내면서였다. 그들은 과거에 활동하던 클럽에서 음반 이름을 따왔다. 라이 쿠더와 많은 작품을 함께 했던 빔 벤더스 감독이 앨범을 녹음하는 과정과 그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사진)를 만들었다. 이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700만 장이 팔렸으며 다큐멘터리는 200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됐다. 세계는 그렇게 쿠바 음악을 알게 됐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이야기다. ‘Chan Chan’ ‘Lagrimas Negras’ 같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히트곡을 남긴 그들이 2001년 이후 다시 한국을 찾았다. 14년 만이다.
    3월 1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이들의 내한공연은 지난해 발표한 앨범 ‘Lost & Found’ 투어 일정이다. 이 투어를 끝으로 더는 해외공연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에서 투어 제목을 ‘아디오스(Adios·안녕)’라고 지었다. 오후 6시, 피아노가 홀로 ‘Lagrimas Negras’를 연주하며 공연이 시작됐다. 기품 있으되 엄숙하지 않은 연주는 순식간에 관객들을 몰입케 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무대에 올랐다. 보컬 3명과 연주자 10명, 모두 쿠바 음악계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이들이었다. 이 중 원년 멤버는 딱 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디바 오마라 포르투온도와 트럼펫 연주자 마누엘 과히로 미라발. 다른 멤버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 비교적 젊다. 2001년 이후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난 원년 멤버들은 영상을 통해 익숙한 한국 팬들에게 생전 모습을 전했다. 이브라힘 페레르,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살레스 등이다.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2005년에도 한국을 홀로 찾은 적이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던 그때도 70이 훌쩍 넘은 나이였지만 정정했다. 10년이 지나 아흔을 바라보는 지금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다른 멤버들의 부축을 받아 무대에 오른 그의 모습은 확연히 황혼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했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앨범을 녹음한 1990년대 후반과도 차이가 없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숨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모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모자라 다른 멤버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관객과의 교감을 이끌어냈다.
    그들 음악이 전부 스페인어로 이루어졌음에도 포르투온도의 선창에 객석은 화답하며 보기 드문 스페인어 합창을 만들어냈다. 쿠바의 멜로디와 리듬이 빚어내는 흥은 카리브 해에 부는 산뜻한 바람과 같았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단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뿐 아니라 이른바 제3세계 전통음악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게 다시 한 번 가능할까. 괜히 떠오른 단상이 아니다. 21세기 이후 이른바 ‘빅 트렌드’가 사라진 것이 지금 음악계의 현실. 영미권에서 인기를 끈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도 아니다. 당장 한국에서 팝음악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만 떠올려봐도 자명한 사실 아닌가. 로컬 음악시장이 커진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다른 나라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는 셈이다. 그래서였다. 그들의 ‘아디오스’가 단순히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만 국한된 단어가 아닐 거라는 씁쓸한 기분이 느껴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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