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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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여자의 일생’ “인생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 영화평론가 hans427@daum.net

    입력2017-04-04 14: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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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은 원제목이 ‘일생(Une Vie)’이다. 제목에 여성, 남성에 대한 제한이 없다. 곧 모파상은 보편적인 삶의 단면을 그리려 했다. 그런데 영미권에 이 책이 번역되면서 제목에 ‘여자’라는 단어가 덧붙었다. 주인공 여성의 불행한 삶이 강조돼 보였을 테다.

    ‘여자의 일생’은 모파상의 스승 귀스타브 플로베르 작품 ‘마담 보바리’와 더불어 여성을 통해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그린 대표작으로 꼽힌다. ‘마담 보바리’가 중산층의 진부한 일상을 강조했다면, ‘여자의 일생’은 태생적 불행을 강조했다. 스승과 제자는 둘 다 비관주의자였고 인간은 운명적으로 진부함에 질식해가는 불행한 삶을 타고났다고 믿었다.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영화 ‘여자의 일생’은 모파상의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른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바닷가를 배경으로 귀족 집안의 딸 잔느(주디스 쳄라 분)가 엉겁결에 결혼한 뒤 남편과 아들의 위선 때문에 점점 불행해진다는 이야기다.



    브리제 감독은 소설 내용을 크게 세 개의 거짓으로 압축하고 있다.

    결혼 전부터 하녀와 관계를 맺어온 남편의 첫 번째 거짓, 그럼에도 뉘우치기는커녕 곧바로 이웃 백작부인과 또다시 불륜관계에 빠진 남편의 두 번째 거짓, 그리고 유일한 혈육인 아들마저 엄마를 속이는 세 번째 거짓으로 잔느의 삶이 점점 구렁에 빠진다. 

    모파상의 문장은 마치 당대 인상주의 회화를 보는 듯한 시각적 표현으로 유명한데, 영화 ‘여자의 일생’도 ‘모파상의 표현법’을 적극 참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대사 혹은 독백 같은 언어 수단을 빌리기보다 노르망디의 자연 풍경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대신 표현한다.

    이를테면 잔느의 첫날밤은 불쾌함 속에서 진행됐고, 이때의 불길한 느낌이 삶 전반에 대한 예시처럼 제시된다. 뒤이은 화면에 별 다른 설명 없이 앙상한 가지만 남은 헐벗은 나무들이 무심히 잡히는 식이다.  

    화면엔 노르망디 바다의 거친 파도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잔느의 역경을 비유하는 것일 테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파도의 위세가 더욱 거세진다. 삶에 대한 모파상의 생각이 바로 이 파도 같다. 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역경이 누그러들기는커녕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영화 ‘여자의 일생’의 마지막 대사는 소설의 그것과 같다. 하녀가 잔느에게 하는 유명한 대사, “인생은 다른 사람들 생각처럼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것이다.

    아마 적잖은 사람이 잔느의 삶을 불행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모파상의 생각은 다르다. 잔느의 삶은 특별히 불행한 게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말한다. 이것이 모파상의 비관주의적 성격이지만, 그와 동시에 역경을 왜소하게 만드는 모파상의 저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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