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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무능을 처벌할 수 있을까

최국희 감독의 ‘국가부도의 날’

무능을 처벌할 수 있을까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충무로에서 종종 제작되던 정치부패 드라마와 달리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정치가와 경제인이 작당해 국가자산을 사유화하는 부정부패는 고전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1939)가 나온 이후 영화계의 단골 소재가 됐다. 

그런데 경제 영화는 제작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낮다. 아무래도 경제라는 것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은 성격을 갖고 있어서다. ’국가부도의 날’은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는 점에서 우선 눈길이 간다. 

또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 ‘부패’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무능과 무지’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곧 국가가 부도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정부의 경제담당자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위기를 인지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김혜수 분)과 위기를 부정하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 사이의 ‘경제적 결투’가 극의 긴장을 유지한다. 결국 차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수용하고, 팀장은 그것에 반대하는 구조다. IMF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면 대량해고, 비정규직 양산, 빈부격차 같은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정책을 두고 선(팀장)과 악(차관)의 대결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충무로에서 만든 경제 드라마라는 데 우선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서다. 영화는 소위 ‘헬조선’의 원흉으로 IMF를 지목하고, 만약 그때 정부가 더욱 지혜롭게 대처했다면 경제적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처럼 그리고 있다.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과연 그럴까. ‘일상화’된 정리해고, 비정규직 양산, 청년실업 같은 문제가 IMF의 책임일까. 그럼 외환위기 사태가 없었던 서유럽이 지금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경제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 박사인 찰스 퍼거슨 감독의 ‘인사이드 잡’(2010)도 작품성은 평가받았지만(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 관객을 만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 자발적 의지가 포함된 부패와 당리당략은 처벌 대상이 되지만, 비자발적 ‘무능과 무지’는 비판하고 처벌할 수 있을까.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 학살의 실무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죄로 지목한 무능함을 경제 관료에게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을 계몽하려 든다. 무지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깨어 있자는 것이다. 그 선의는 이해되지만, ‘자각’은 주관적이고 또 누군가에겐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움을 강요받는 건 관객 처지에서 썩 흔쾌한 경험은 아니다.






주간동아 2018.12.07 1167호 (p80~80)

  • 영화평론가 hans4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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