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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무기력한 세상을 향해 겨눈 총구

토미 리 존스 감독의 ‘더 홈즈맨’

무기력한 세상을 향해 겨눈 총구

무기력한 세상을 향해 겨눈 총구
배우 출신 감독인 토미 리 존스의 ‘더 홈즈맨’은 ‘집으로 데려다주는 사람(homesman)’에 관한 웨스턴(서부영화)이다. 보통 웨스턴은 동부 문명을 야만의 서부로 전파하는 드라마인데 ‘더 홈즈맨’은 그 방향이 역전돼 있다. 꿈을 좇아 서부로 간 사람들이 파국의 운명에 부닥쳐 ‘동부의 집’으로 되돌아간다. 홈즈맨이 데리고 가야 하는 사람은 3명의 여성이다. 이들은 척박한 서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불행하게도 지금 미친 상태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도 치료받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건 동부로의 위험한 여행을 이끄는 홈즈맨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미혼녀 메리 비 커디(힐러리 스왱크 분)가 그 일을 자청했다. 마을 남자들은 전부 생업을 핑계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위험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여행은 혹독한 추위와 인디언의 위협을 극복해야 하는 길이다. 커디의 조력자는 절도 혐의로 목이 걸려 있는 조지 브릭스. 목숨을 잃기 직전의 그를 커디가 구해줬고, 브릭스는 돈 몇 푼을 벌고자 여행에 동참한다. 존스가 연기한 브릭스는 여느 웨스턴의 영웅처럼 젊고 역동적인 남자가 아니라 지쳐 보이는 노인이다. 혼자 사는 여성, 그리고 노인이 홈즈맨을 맡은 것이다.

말하자면 ‘더 홈즈맨’은 고전 서부극의 주요 관습을 모두 뒤틀었다. ‘역마차’(존 포드 감독·1939) 같은 고전에서 봐왔던 서부의 미덕은 어디에도 없다. 즉 ‘더 홈즈맨’은 영화에 대한 영화, 달리 말해 ‘메타시네마’다. 모험의 땅 서부, 도전하는 서부 사나이, 문명의 전달자인 동부 사람들, 이들의 조력자인 용감하고 정숙한 여성 같은 웨스턴의 캐릭터가 전부 훼손돼 있다.

도전의 대상 서부는 이미 죽음의 대지로 변해 있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병으로 죽고, 어른들은 점점 미쳐간다. 남자들은 약아빠졌고, 웨스턴 고전에 등장하던 영웅의 윤리는 이제 혼자 사는 여성이 떠맡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에서 권투선수로 나왔던 강인한 이미지의 힐러리 스왱크가 총을 들고 마차를 몰지만, 이 작품에선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고향에서 희망을 보지 못해 서부로 갔지만, 서부마저 건강한 활기를 잃은 실낙원으로 변해 있다. 세상에 대한 ‘더 홈즈맨’의 염세주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인데, 그렇다고 집이 있는 동부를 다시 끌어안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에 여성들을 동부로 옮긴 뒤 노인 브릭스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는 서부로 다시 돌아간다. 그도 곧 미치거나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술에 취한 그는 죽음을 상징하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강을 건너면서 동부를 향해, 곧 우리를 향해 장난치듯 총을 쏘기 시작한다. 그 행위는 아무 곳에도 섞이고 싶지 않은 데카당한 남자의 세상에 대한 혐오증으로 보인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죽고, 여자들은 미쳐가고, 남자들은 비겁해지고, 경험 많은 노인은 순응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반항의 총질을 하는 곳, 곧 ‘더 홈즈맨’이 그린 세상의 풍속도인 것이다.

입력 2015-11-02 11:08:00

  • 한창호 영화평론가 hans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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