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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택시 드라이버’를 구원한 빛

린 램지 감독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

‘택시 드라이버’를 구원한 빛

[사진 제공 · ㈜팝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 ㈜팝엔터테인먼트]

‘택시 드라이버’(1976)를 여성감독이 만들면 어떤 영화가 될까. 

‘케빈에 대하여’(2011)의 감독 린 램지의 네 번째 장편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보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월남전 용사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 분)의 우발적인 폭력을 다뤘다. 그는 최종적으로 매춘에 내몰린 소녀 희생자 아이리스(조디 포스터 분)를 구해낸 ‘남성 구원자’로 대접받지만, 사회로부터는 철저히 오인되는 주체에 머물렀다. 그는 소외된 주변인이었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주인공 조(호아킨 피닉스 분)도 참전용사다(아마도 이라크전쟁). 여기서 강조되는 관계의 대상은 사회가 아니라 자기 내부다. 조는 살인청부업자다. 유력자들의 요구에 맞춰 돈을 받고 온갖 폭력적인 일을 서슴지 않는다. 

그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대상은 늙은 모친이다. 조는 ‘사이코’(1960)의 노먼 베이츠(앤서니 퍼킨스 분)처럼,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모친을 극진히 모신다. 그런데 잔인해 보이는 조에겐 어두운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 린 램지의 영화답게 트라우마의 원인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단지 조의 부친이 ‘올드보이’(2003)의 장도리 같은 흉기를 들고 아내와 아들을 위협했던 과거의 순간이 짧게 기억되는 식이다. 


[사진 제공 · ㈜팝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 ㈜팝엔터테인먼트]

뉴욕주 상원의원의 납치된 딸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 분)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조는 장도리를 휘두르며 간단히 그 일을 해치운다. 니나는 미성년 소녀들을 매춘으로 몰아넣은 조직범죄단의 희생자였다. 그곳은 사회적 권력자들만 드나들 수 있다. 임무를 마친 조가 상원의원을 기다리며 TV 뉴스를 보고 있는데, 바로 그날 밤 그 의원이 고층건물에서 떨어져 숨진다. 니나를 구출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사건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가 떠오를 때마다 조는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거나 총을 겨눈다. 이처럼 폭력의 잔인함과 심리적 멜랑콜리의 대조가 조라는 캐릭터의 특성이다. 그는 부친에 대한 심리적 복수로 장도리를 휘두르는 것일까. 성적 노예로 희생된 소녀들(특히 아시아 소녀들)을 구원하려는 집착은 전쟁에서의 잊고 싶은 기억 때문일까. 여기서도 영화는 즉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의 퍼즐은 관객이 맞추도록 남겨놓았다. 

트래비스가 사회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다면, 조는 자기 자신과 전혀 대화하지 못한다. 트래비스가 ‘남성 구원자’였다면, 조는 그런 전통적 역할마저 잘 수행하지 못한다. 조는 최종적으로 니나를 구해내지만 여전히 죽음의 충동에 휩싸여 있다. 그를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구원하는 것은 “오늘 날씨 참 좋다”며 대화를 시도하는 니나다. 니나는 희생자에 머물지 않고 조를 미래로 이끈다. 밖으로 걸어 나간 두 사람의 미래도 우리의 상상 속에 남겨져 있다. 제70회 칸영화제 각본상, 남우주연상 수상작.




주간동아 2018.10.12 1159호 (p80~80)

  • | 영화평론가 hans4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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