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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마담 보바리’가 복수를 상상할 때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의 ‘레이디 맥베스’

‘마담 보바리’가 복수를 상상할 때


‘마담 보바리’가 복수를 상상할 때
‘레이디 맥베스’는 영국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데뷔작이다. 시대극인데 크게 예산을 들인 것 같지 않다. 거의 한집에서, 그리고 몇 벌의 옷만으로 찍었다. 그런데도 극의 긴장감은 대단히 높다. 이런 저예산 시대극의 성취는 같은 영국 감독인 앤드리아 아널드의 ‘폭풍의 언덕’(2011)과 비교된다. 두 작품 모두 시대극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지 않아도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인물의 내면 묘사에 집중한 것, 사회적 억압이 강했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여성이 주인공인 것도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레이디 맥베스’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를 각색한 것이다. 장소를 영국으로 옮겼다. 소설 제목에 ‘레이디 맥베스’가 들어간 이유는 주인공이 셰익스피어 ‘맥베스’의 아내처럼 살인을 기획하고 저지르기 때문이다.

영화 ‘레이디 맥베스’의 큰 이야기는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농장주의 아들에게 팔려가다시피 결혼한 어린 처녀 캐서린(플로렌스 퓨 분)이 맥베스의 아내처럼 ‘살인 욕망’을 드러내는 내용이다. 캐서린은 아버지뻘 되는 남자와 결혼하는데, 이상한 이 남자는 첫날 밤 아내의 벗은 몸을 보기만 할 뿐 성적 접촉에 대한 관심은 내비치지 않는다. 남편의 부친인 농장주는 여성이 밖으로 돌아다니면 좋지 않다며 며느리를 집 안에 가두다시피 한다. 시부가 원하는 건 손자 출산뿐이다. 캐서린은 남성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객체일 뿐 주체로서는 전혀 대접받지 못한다.

캐서린의 상황은 종종 창문에 갇혀 있는 모습으로 강조된다. 이럴 때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한다. 캐서린이 하루 종일 주어진 일정을 반복하는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다. 흥미로운 것은 캐서린의 내면을 그리는 데 감독이 그림을 이용하는 ‘회화주의’를 적극 펼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무료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캐서린의 모습은 바로크 화가 페르메이르의 여성들을 떠오르게 한다. 방 안의 모든 것이 차분하게 정리돼 있고, 차가운 푸른색의 캐서린도 가구처럼 죽은 듯 정지돼 있다. 이때 캐서린의 눈에 성적 매력이 넘치는 유색인 하인 남자가 들어오고, 살인 욕망이 꿈틀대며, 이야기는 ‘마담 보바리’를 변주한다. 

잘 짜인 시대극은 현대의 거울 구실을 하는데, ‘레이디 맥베스’도 시급한 문제에 직면하게 만든다. 관계의 주체가 되려는 캐서린의 페미니즘, 그의 유색인 애인으로부터 연유하는 인종주의와 계급, 가족 내 질서에서 강요되는 남성중심주의 등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는 지금도 뜨거운 이슈다. 이런 긴장된 이야기를 감독 ‘초년병’ 올드로이드는 백인의 저택과 하인 숙소, 그리고 캐서린의 푸른색 드레스 등 압축된 소재로 간결하게 그려냈다.

‘마담 보바리’가 복수를 상상할 때



입력 2017-08-21 17:46:03

  • 영화평론가 hans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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