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개성 만점 영웅 스토리에 ‘영국풍’ 양념 듬뿍

매슈 본 감독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 강유정 영화평론가 · 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5-03-16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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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만점 영웅 스토리에 ‘영국풍’ 양념 듬뿍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킹스맨)가 새로운 기록을 썼다. 청소년관람불가 외화의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킹스맨’은 조만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나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개봉 후 입소문을 타며 본격적으로 흥행 바람을 타기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가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것과 방식도 다르다.

    ‘킹스맨’은 ‘킥 애스 : 영웅의 탄생’(킥 애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엑스맨)를 연출했던 매슈 본 감독 작품이다. 영국 출생답게 본 감독의 작품은 영국풍이다. ‘킹스맨’의 경우 악역을 맡은 새뮤얼 L. 잭슨을 제외하면 주요 배역 모두 영국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왜 미국에서 흥행하지 못했는지 다소 이해가 간다.

    할리우드 영화에선 늘 미국 영웅이 세계를 구한다. 그런데 이번엔 영국의 서민 청년이 세계를 구한다. 영화 속 미국인은 세계를 파괴하고자 애쓰는 부유한 악당밖에 없다. 본 감독의 출세작 ‘킥 애스’만큼 B급 정서가 번득이고, ‘엑스맨’만큼이나 흥미롭지만 미국인 관점에선 ‘킹스맨’이 왠지 ‘우리’ 영화라기보다 ‘그들’ 영화처럼 비쳤을 것 같다.

    개성 만점 영웅 스토리에 ‘영국풍’ 양념 듬뿍
    하지만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보기에 ‘킹스맨’은 빤한 판타지로 천편일률화된 미국발(發) 슈퍼히어로물과 차별화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의족 대신 칼을 착용하고 다니는 여자 주인공 가젤의 액션 장면은 무척 잔인하지만 만화적 상상력으로 재현됐다. 겉으로 보기엔 양복점처럼 보이는 킹스맨의 비밀기지도 충분히 독특하다. ‘배트맨’의 비밀 공간이나 ‘아이언맨’의 슈트 보관 공간과 닮은 듯하면서도 훨씬 더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킹스맨’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영국’ 그 자체다. 영국식 발음과 매너, 신사도라는 추상적 이미지가 배우들의 몸짓과 연기를 통해 구체화된다. 특히 영국 매너남의 대명사 콜린 퍼스가 보여주는 우아하고도 절제된 액션은 ‘영국식’ 정수다. 그는 우산이나 단추, 고급 만년필로 위장한 무기를 들고 매우 간결한 움직임으로 적을 제압한다. 우아한 몸동작과 함께 흐르는 음악도 잔인한 살육을 B급 농담으로 녹이는 데 도움을 준다. ‘킹스맨’이 살육할 때는 클래식이 흐르는 반면 악당이 대재앙을 연출할 때는 경쾌한 힙합이 흐른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기존 스파이 영화들을 언급하며 빤한 장르성을 조롱한다. 말하자면 ‘킹스맨’은 스파이 영화의 전형을 따라가면서도 진부한 세목들을 고쳐 갱신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상업적인 대중영화지만 제법 깔끔한 뒷맛과 흥미로운 전복을 탑재한 것도 매력이다. 그 나름 개성을 간직한, 그럴듯한 상업영화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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