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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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뛰어노는 단순美 조선 도자기 매력 속으로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2-13 1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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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예술에 미치다
    전기열 지음/ 아트북스/ 336쪽/ 2만5000원



    “젊은 시절, 부산 대청동의 한 골동가게 주인이 김해 지방에서 제작된 사발 하나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딱 보는 순간, 좋은 물건임을 직감했다. 가게 주인과 달포가 넘도록 가격 흥정을 했지만 결국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을 끙끙 앓던 나는 진주로 모씨를 찾아가 웃돈을 더 얹어줄 터이니 그 사발을 넘기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분은 젊은이의 간절함을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

    ‘골동귀신’이 딱 찾아온 순간이다. 이 골동귀신은 한번 홀리면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하고 나이도, 인격도 상관하지 않는다. 주머니에 돈이 들어온 낌새만 보여도 어김없이 골동가게를 배회하게 한다. 재산이 많기로 소문난 사람이라도 주머니가 늘 텅텅 비게 만든다.

    저자는 30여 년간 조선 도자기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빠진 컬렉터다. 청년시절부터 수많은 도자기를 만나고 수집하면서 쌓은 경험은 어느덧 그를 도자기 전문가로 만들었다. 책은 조선 도자기를 수집하면서 접한 역사와 사연,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조선 도자기를 ‘백자’라고 한다. 저자는 ‘왜 흰색이 아닌데 백자라고 할까’라며 원초적 의문을 제기한다. 조선 도자기는 흰색 외에도 다수의 미묘한 색상을 띠었다. 회백, 미백, 유백, 청백 등 다양해 오래된 ‘꾼’도 딱 잘라 무슨 색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선 도자기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함 속에 녹아 있는 수수함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빛깔은 가까이 하면 할수록 친근감이 생긴다. 조선 도공들은 기존 형식을 과감히 거부한 채 자유로움을 표현했다.

    저자는 이런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우리 미의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이고, 우리 미의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원효의 일심(一心)사상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불교의 선(禪)사상도 우리 문화의 중요한 특질이라면서 단순미와 선사상의 관계 규명도 시도한다.

    한편으로 조선 도자기가 대부분 일본인의 보편적 취향에 의해 가치가 매겨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야나기 무네요시 같은 일본 학자들의 연구로 조선 도자기 예술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시장에서 일본 용어가 고스란히 통용되고 있는 현실이 가슴 쓰리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를 사로잡은 최고 도자기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상처 입은 백자 항아리 한 점이다. 어느 날 찾아든 이 항아리는 아가리(口緣部) 일부가 깨져 사라졌지만 당당하고 미끈한 자태를 가진 ‘걸물’이다. 저자는 ‘간이용 술독’으로 사용된 듯한 이 항아리 때문에 그동안 소장하고 있던 항아리를 모두 처분했다. 안목을 절정에 이르게 한 이 한 점 외에는 죄다 욕망이자 집착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30여 년 컬렉터의 마음도 조선 도자기를 닮았다.




    공터에서
    김훈 지음/ 해냄/ 360쪽/ 1만4000원


    마동수와 그를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들의 삶을 통해 1920~80년대 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소설. 북한산 서쪽 언저리 마을에 살고 있는 마동수는 전방 일반전초(GOP)에 복무하는 둘째 아들 차세가 정기휴가를 받고 집에 오자 세상을 떠난다. 큰아들 장세는 베트남전쟁 참전 후 전역해 괌에 살고 있어 마동수의 장례는 차세 혼자 치른다.





    윤이상 평전
    박선욱 지음/ 삼인/ 608쪽/ 3만 원


    윤이상은 남과 북, 동양과 서양 두 세계에 몸담아온 특이한 존재다. 그는 양 체제와 이념 사이를 거닐었다. 동양 음악가치고는 드물게 유럽에서 서구 현대음악의 계보를 당당히 이어받았고,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열어 ‘제2 빈 악파의 주역’이 됐다. 성공한 음악가였지만 시대와 불화하고 상처 입은 한 인간의 뜨거운 삶을 따라간다.





    혜성의 냄새
    문혜진 지음/ 민음사/ 200쪽/ 9000원


    ‘태양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 8분// 8분 후, 복지원 앞 버려진 동파된 아기의 마지막 숨결/ 8분 후, 한강철교 위 해고 노동자 고공 농성/ 8분 후, 여덟 개 보험을 계약한 가족사기단의 그림자활극/ 8분 후, 공허의 장기를 찌르는 연인의 페니스’   (‘8분 후의 생’ 가운데). ‘검은 표범 여인’(2007) 이후 10년 만에 낸 세 번째 시집. 무수한 생성과 소멸을 다뤘다.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328쪽/ 1만5000원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자기 이익 추구 욕구로 돌아가는 사회를 생각하는 동안 자신을 돌봐준 어머니는 까맣게 잊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가 사회를 보는 관점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여성이 겪는 성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정의 시초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를 경제학에 포함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존엄한 죽음
    최철주 지음/ 메디치미디어/ 248쪽/ 1만5000원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것이 죽음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죽음을 외면한다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특히 가족과 환자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것이 연명치료다. 저자는 “죽음에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엄과 가족의 평화를 지켜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죽음이 다가왔을 때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담았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우석훈 지음/ 다산 4.0/ 388쪽/ 1만6000원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것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 한 명을 낳고 키우는 데 평균 2억 원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부모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내일을 걱정해야 하고, 빠듯한 예산 내에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지 늘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언제까지 엄마의 희생으로 아이를 키울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김희상 옮김/ 열린책들/ 344쪽/ 1만6000원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독일 최연소 철학교수인 저자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영역이자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로서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론이고,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 또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특정 세계관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신의 입자
    리언 레더먼·딕 테레시 지음/ 박병철 옮김/ 휴머니스트/ 736쪽/ 3만 원


    2012년 유럽 입자물리학연구소의 대형하드론 충돌기를 통해 그 존재를 증명한 힉스 보손은 어떻게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갖게 됐을까. 힉스 입자를 ‘빌어먹을 입자’에서 ‘신의 입자’로 만든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부터 어니스트 러더퍼드까지 물리학 계보와 함께 20세기 양자역학, 힉스, 입자물리학 등의 역사를 다룬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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