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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조영철 기자]

“1592년 3월, 교토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따라 전국에서 결집한 각 다이묘의 군대들로 시끌벅적 사람과 물자가 넘쳐나고, 장병의 활기와 살기가 번뜩였다. 3월 17일, 도쿠가와를 비롯해 다테, 마에다 등이 이끄는 군대가 거대한 군세를 뽐내며 교토를 출발했다. 집결지는 규슈 최북단의 해안에 구축한 나고야성이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서울과 교토의 1만 년’에서 일본 교토가 임진왜란 발원지라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이 거의 없다고 적었다. 그러나 교토 야마토대로 주변에 있는 이총(耳塚)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군인 20만여 명을 동원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의 참상을 말없이 전해준다. 이총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전쟁에서 세운 공적의 증거로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다 묻은 무덤. 정 교수는 대로변에 무고한 사람의 시신을 산더미처럼 묻고 전공(戰功)을 자랑한 일본인의 태도에 울화가 치밀면서도 무덤 앞에 바친 꽃을 보면 마음이 누그러진다고 고백한다.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가 쓴 ‘일본의 대외 전쟁’은 일본이 ‘이국 정벌’이라고 명명한 16~19세기 대외 전쟁과 관련된 방대한 고문헌을 검토해 그들의 ‘전쟁 정당화 논리’를 파헤친 연구서다. 여기서 ‘정벌’이란 용어는 한 집단이 바깥 지역을 대상으로 한 무력행사를 정당화하고자 ‘방어’ 의미로 사용하고, 반대로 바깥 집단이 시작한 전쟁은 ‘침략’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대표적 이국 정벌은 조선 정벌(임진왜란·1592~1598), 류큐(琉球) 왕국 정복(1609), 진구코고(神功皇后)의 삼한 정벌 전설, 에조치(홋카이도·사할린·쿠릴 열도)를 무대로 일본과 에조(蝦夷·고대 일본 도호쿠 및 홋카이도 지역에 살던 변경 거주 집단), 러시아 세 집단이 벌인 충돌이 있다. 이 중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임진왜란이다. 예를 들어 17세기 초 저술가 오제 호안이 쓴 ‘다이코기’ 권13 ‘조선진 발발’과 ‘고려진입회의’에는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겠다는 뜻을 다이묘에게 선언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제는 고려로 군대를 보내 퇴치하여 평정하고, 그 나라에서 당나라로 들어가 여러 나라를 다스리려 합니다. 이로써 공이 있는 신하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이국의 정치를 견문하여 우리 정치의 근본으로 삼음으로써 영원히 태평을 이룩하는 공을 세우려 생각하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라며 이 거사의 손익을 물으신다.”(‘고려진입회의’ 중에서)

교토 여행기를 표방했지만 깊이 있는 한일관계사 해설로 시야를 넓혀주는 ‘서울과 교토의 1만 년’과 ‘전쟁의 문헌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전쟁 정당화의 논리를 파헤친 ‘일본의 대외 전쟁’이 절묘하게 만나는 대목이다.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공자 안 될 줄 알면서 하는 사람
김경일 지음/ 도서출판문사철/ 562쪽/ 2만2000원


동양철학자 임종수는 ‘논어’의 역사와 맥락 속에서 원전 해석을 맡고, 만화작가 김경일은 이를 만화로 구성하며, 디자이너 최은경은 고전 속에 현대 한국의 일상과 고민을 담았다. 이렇게 완성된 책은 공자 일생에 맞춰 ‘논어’의 말을 재구성했다. 특히 공자를 충효만 강조하는 ‘꼰대’가 아닌, 변화에 대한 열망을 품으며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하늘을 원망하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습관의 경제학
밥 니스 지음/ 김인수 옮김/ 라이팅하우스/ 280쪽/ 1만5000원


인간의 뇌가 초당 처리하는 정보량은 1000만 비트지만 실제 인식하는 정보량은 50비트에 불과하다. 의사결정을 할 때 전두엽은 미래의 장기적 효과를 계산하지만, 대뇌변연계는 ‘지금 이 순간’만을 판단 근거로 삼기 때문에 의도와 행동 사이에 갭(gap)이 생긴다. 이를 50비트의 주의 집중 영역으로 끌고 와 보정하는 작업이 저자가 제안한 ‘습관 설계 디자인’이다. 행동경제학과 응용과학을 활용해 타성에 사로잡힌 생각을 바꿔준다.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
위안텅페이 지음/ 심규호 옮김/ 라의눈/ 864쪽/ 2만5000원


과감한 역사 해석과 현실 발언으로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저자가 쓴 ‘삼국지’ 해설서. 소설 ‘삼국지’에서 51개 주요 장면을 추려내고 과연 사실과 부합하는지 분석했다. 저자는 이런 작업이 ‘그런 사건이 정말 있었던가, 그런 인물이 정말 존재했던가’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요구했던 세상, 그런 인간형이 필요하던 시대’라는 필연적 해답으로 귀납된다고 말한다.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
마시모 레칼카티 지음/ 윤병언 옮김/ 책세상/ 252쪽/ 1만5000원


라캉 연구자인 저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프로이트 패러다임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하며, 아버지가 ‘증발’한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를 제안했다. 오디세우스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린다. 즉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을 품은 ‘정당한 상속자’이면서 희망을 상징한다.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 북라이프/ 344쪽/ 1만4000원


작가이자 모험가인 저자가 예술가 친구와 함께 그린란드상어를 잡으러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그린란드상어는 노르웨이 피오르부터 북극까지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는, 수명이 400년 이상 되고 몸길이는 8m, 무게는 1t에 이르는 거대한 육식상어. 과연 두 사람은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하며 그린란드상어를 잡았을까. 이 무모한 여정에는 바다의 신비와 인생이 녹아 있다.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간지체성론
남덕 지음/ 스타북스/ 536쪽/ 3만 원


사주명리학 베스트셀러인 ‘운명은 외상을 사절한다’의 저자가 22년 만에 발표한 신작. ‘간지체성론(干支體性論)’이란 천간과 지지 사이에 죽고 사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 즉 천간은 지지에 의해 생사가 좌우되지만, 지지는 지지 자체로 생사가 좌우된다. 또 저자는 사주의 핵심은 균형에 있으며 이에 따라 용신(用神)이 정해지고 오행(五行)이 전개된다고 말한다.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참담한 빛
백수린 지음/ 창비/ 316쪽/ 1만2000원


‘여름의 정오’로 2015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저자의 두 번째 소설집. 표제작 ‘참담한 빛’은 기자인 정호가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아델 모나한을 인터뷰하다 터널공포증이 생긴 사연을 듣고 비로소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은 뒤 공포가 전이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두 인물이 ‘빛’을 매개로 한쪽이 치유되는 순간 다른 한쪽이 공포를 느끼는 장면에서 독자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게 된다.



한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다수결을 의심한다
사카이 도요타카 지음/ 현선 옮김/ 사월의책/ 192쪽/ 1만3000원


부제는 ‘왜 선거는 우리를 배신하는가?’이다. 후보 3명이 있다. 유권자는 ‘어떤 후보를 1순위로 지지하는가’라는 의사만 표명할 수 있다. 이런 선거에서 이기려면 일정 수의 유권자에게 1순위로 지지받으면 된다. 특정 후보가 모든 유권자에게 2순위로 지지받는다 해도 이 선거에서는 한 표도 받지 못한 셈이 된다. 다수결의 모순을 파헤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궁극의 방정식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입력 2016-09-02 16:11:51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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