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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박해윤 기자

광복절 즈음해 출간된 다섯 권의 책을 집어 드는 마음이 무겁다. 그 안에 담긴 눈물과 질책과 반성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외교사료로 보는 한일관계 70년’이란 부제가 붙은 이동준 일본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의 책은 제목부터가 ‘불편한 회고’다. 그는 이 책의 특징이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만큼이나 한국 측의 안이한 역사 인식을 질타하는 데 있다”고 썼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했지만 지금껏 일본은 1910년 한일병합조약의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고,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 또한 거부해왔다. 더욱 이상한 점은 51년 이후 대일 협상에서 한국 정부마저 일본에 공식적으로 피해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인은 한국의 독립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이 아니라 ‘종주국’ 일본으로부터 ‘분리’라고 여긴 미국의 시각(분리된 한국에게 일본이 배상하거나 사과해야 할 이유가 없다)과 국민 개개인에 대한 피해 보상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목돈’만 놓고 정치 담판을 벌인 한국 권력자들에게 있다.

우리 안의 ‘식민성’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에서도 드러난다. 양징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해 일본 활동가들이 쓴 이 책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도, 피해자의 용서도 없는 이 기묘한 화해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의 역사에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미즈노 나오키 교토대 교수와 재일교포 2세인 문경수 리쓰메이칸대 교수가 함께 쓴 ‘재일조선인 : 역사, 그 너머의 역사’는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또는 남한이냐 북한이냐 양자택일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재일조선인의 100년사를 소개한 책이다. 재일조선인은 일제강점기 산물이자 한일관계의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란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독도, 1500년의 역사’를 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8세기 이후부터 20세기 초까지 일본이 만든 모든 공식 지도는 독도를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표시하거나 조선 영토라고 표시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말하며, 일본이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 지배를 사실상 인정하는 ‘센카쿠열도 방식’을 비롯해 다양한 독도 문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제의 흔적을 걷다’를 들고 서울 남산에 올라보자. 서울남산공원 주변에는 일본 신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역사 현장으로 안내하며 저자들은 말한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역사는 그렇지 않다. 잊어버리면 또다시 반복된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빈곤의 문제
J. A. 홉슨 지음/ 김정우 옮김/ 레디셋고/ 343쪽/ 1만5000원


“만약 빈곤의 뜻이 갖고 싶은 것과 가질 수 있는 것 사이의 괴리라면 역사상 지금이 가장 빈곤이 심각한 때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살았던 J. A. 홉슨은 영국 런던의 대규모 불황과 실업을 목도하며 그 원인이 과도한 저축과 저소비에 있다고 주장했다. 평생 서민의 생활과 빈곤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 ‘경제학계의 이단아’라 불리던 한 사회경제학자의 비평과 통찰이 담긴 책.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학원 김익달 평전
윤상일 지음/ 지상사/ 464쪽/ 2만4000원


1952년 11월 피란지 천막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창간한 잡지 ‘학원’은 79년 9월까지 293호를 발행하며 ‘학원세대’라는 말까지 낳았다. 자신의 호를 제목으로 한 잡지를 발행한 김익달은 학원장학금제도도 마련해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다. 그 밖에 ‘농원’ ‘여원’ ‘주부생활’ ‘진학’ ‘독서신문’ 같은 잡지를 창간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출판 1세대로 우뚝 선 김익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평전.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모든 생명은 GMO다
최낙언 지음/ 예문당/ 112쪽/ 7800원


GMO(유전자의 수평적 이동) 기술이 상업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안전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콩, 옥수수, 면화, 감자, 카놀라 등 GMO 작물 재배는 계속 확산되고 동물로는 처음으로 연어 사육이 승인됐다. 저자는 “GMO를 피할 수 없다면 바르게 알자”는 취지에서 전 세계 연구자들이 GMO를 인정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유전자 가위’로 대변되는 ‘GMO 2.0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셀프 혁명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최종희 옮김/ 국민출판사/ 424쪽/ 1만6000원


남성은 일, 여성은 외모나 남편으로 평가받던 시절, 여성은 호텔 로비조차 동반자 없이 출입할 수 없던 시절,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자긍심’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자긍심이란 “자신을 긍정적으로 올바르게 평가하는 일”이며 ‘똑똑한 여자는 위험하다’ 같은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이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자기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찬사를 보낸 책.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말하지 않는 세계사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320쪽/ 1만5800원


1788년 유럽에 대흉년이 들어 밀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자 빵값이 폭등했고 이것이 이듬해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했다.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되자 미국은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승리라고 선전했지만, 사실은 원유 가격 폭락으로 소련 재정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 동양사, 문화사, 미국사, 경제사, 제2차 세계대전, 인물 등 7가지 주제로 금기시되거나 비주류의 주장으로 외면받던 세계사의 이면을 보여준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도널드 트럼프 : 정치의 죽음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400쪽/ 1만9000원


미국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줄곧 앞서가며 ‘트럼프 현상’이 다소 주춤하지만, 그는 ‘정치의 죽음에서 태어난 불사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트럼프가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하고 ‘반(反)엘리트 포퓰리즘’를 선택한 배경에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인의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는 언론을 이용하는’ 미디어 정치가 괴물 트럼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말한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한자 가족
장이칭·푸리·천페이 지음/ 나진희 옮김/ 여문책/ 356쪽/ 1만6800원


면(面), 검(瞼), 안(顔), 액(額)은 모두 얼굴을 가리키는 글자다. 面은 얼굴 윤곽에 큰 눈 하나가 있는 모양, 瞼은 검은 눈 밑 광대뼈, 顔은 눈썹과 눈썹 사이, 額은 머리카락 아래와 눈썹 윗부분을 가리킨다. 여기에 제목 제(題)도 이마를 가리키는 한자로 額과 관련 깊은, 이른바 ‘한자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한자와 한자의 관계를 풀어낸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스타트업 전성시대
플래텀 미디어팀 지음/ 북돋움/ 344쪽/ 1만5000원

소셜네트워크, O2O(Online to Offline), e커머스, 라이프, 에듀테크, 헬스케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창업했을까. 핀테크로 대출시장의 불합리를 혁신한 ‘렌딧’, 모닝콜 서비스로 중화권에 진출한 ‘말랑스튜디오’, 시각장애인 서비스를 만드는 ‘에이티랩’ 등 33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모아 예비창업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역사, 아이템, 팀빌딩, 수익모델, 투자, 마스터플랜으로 나눠 소개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입력 2016-08-19 15:47:17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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